“왜 <WOW>만 물고 늘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2007 세계 게임시장 전망 세미나’에서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 송승근 선임위원의 ‘국내 심의기준 및 향후 전망’에 대한 발표를 듣던 한 참석자가 볼멘 소리로 기자에게 던진 말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확장팩인 <불타는 성전>의 서비스가 게임위로부터 등급을 받지 못해 서비스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비슷한 시기 대규모 업데이트를 시작한 다른 온라인게임에는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썬 온라인>, 심의 없이 업데이트 후 서비스
<불타는 성전>의 서비스연기가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 17일 블리자드코리아가 게임등급을 받지 못해 국내서비스를 연기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부터다.
당시 블리자드코리아는 <불타는 성전>의 오픈베타테스트에서는 심의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주장했고 게임위는 컨텐츠가 큰 폭으로 추가됐기 때문에 당연히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게임물등급위원회 게시판에도 형평성 논란에 대한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이 사태가 일어난 지 이틀 후인 19일 웹젠은 <썬 온라인>에 대규모 업데이트를 준비 중이라는 보도자료를 내보냈고 나흘 후인 23일 업데이트를 단행하면서 서비스를 이어갔다.
새로운 월드인 ‘용족의 계곡’이 추가되고 ‘필드보스 레이드 시스템’ ‘신규 캐쉬아이템’ 등 새로운 시스템이 추가됐지만 게임위로부터 새로운 등급을 부여받지 않은 상태에서 제재 없이 서비스를 진행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업계 관계자의 이야기처럼, 게임위 게시판에도 항의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WOW>의 업데이트 규모는 <썬>과 차원 달라"
이에 대해 게임위 송승근 선임위원은 “심의에 영향을 미치는 업데이트에 대해서는 게임위로부터 등급을 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게임의 업데이트에 대해 재등급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게임위 정래철 정책심의지원팀 대리는 "<불타는 성전>은 해외에서 별도의 패키지로 판매될 정도로 다른 게임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썬 온라인>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실제 <썬 온라인>의 이번 업데이트는 그 규모에서 볼 때 <불타는 성전>에 비할 바는 아니다. 웹젠은 보도자료 등을 통해 ‘초대형 업데이트’라고 밝혔지만, 새로운 필드와 몬스터 및 아이템의 추가, 신규기술 추가 등은 <불타는 성전>의 규모와는 비교가 안 된다.
웹젠 관계자 또한 “최근 <썬 온라인>에 적용된 업데이트는 (보도자료와 달리) 대규모 업데이트가 아니며 향후 신규 맵 등을 추가하는 업데이트에서 재심의를 받을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물론 업데이트 규모가 실질적인 업데이트 내용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게임위는 <썬 온라인>이 지난 11월 부분유료화 이후 2개월만의 업데이트 한 것이어서 재심의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다분히 게임위에서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 아니냐고 볼멘 소리다. 기존 게임에 맵, 몬스터, 아이템, 퀘스트 등이 새로 추가됐다면 게임위에서 말하는 ‘게임 내용수정 심의규정 수정(안)’에 해당되기 때문에 당연히 재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말이다.
비슷한 시기에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한 <데카론> <워록> <크로노스> 등은 게임위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또 일주일 후인 다음달 7일 확장팩 챕터 2 업데이트를 단행하는 <대항해시대 온라인> 역시 지금까지 게임위에 재등급 신청을 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게임위로부터 새로운 등급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서비스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게임위가 밝힌 '대규모 업데이트'의 범위에 대한 논란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