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라그나로크>를 서비스하고 있는 겅호엔터테인먼트가 겅호코리아를 설립하고 한국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겅호엔터테인먼트는 21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자본금 3억원 규모의 100% 자회사인 겅호코리아를 설립하고 한국에서 게임사업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소규모로 운영하던 한국 연락사무소를 지사 형태로 확장한 것.
겅호는 다음달 7일 한국지사를 설립하고 해외판매 배급지원, 로컬라이징, 퍼블리싱, 게임개발 등 게임사업과 관련된 전체적인 업무를 한국에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일본 게임사업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게임업체로 성장하기 위해 자사의 오리지널 타이틀을 해외에 서비스하겠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겅호는 이번에 설립하는 한국지사를 거점으로 <북두의권 온라인> <그란디아 온라인> 등 다수의 일본타이틀을 한국을 비롯한 해외에 수출, 서비스하는 업무를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겅호코리아 대표는
한편 겅호는 한국에 자회사를 설립하지만 당분간 실적에 큰 영향을 끼칠 정도의 사업규모는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수익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겅호엔터테인먼트의 한국지사 설립 공시자료
겅호, 그라비티 합병수순인가?
이번 겅호코리아 설립과 관련해 두 회사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소프트뱅크가 자회사인 EZER이 소유하고 있던 그라비티 지분 52.4%를 겅호에 넘기기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두 회사가 합병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밝혔다.
이미 겅호는 2005년 당시 그라비티의 김정률 전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인수하기에 앞서 국내 벤처캐피털인 ‘다산벤처’를 통해 한국진출을 모색해왔고 최선의 방안으로 김 전 회장의 지분 전부를 인수한 바 있다.
당시 두 회사는 합병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말로 일관했지만 겅호를 살리기 위해서는 자회사격인 그라비티가 희생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돌았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관계자는 “겅호가 일본 매출에 한계를 느꼈고 주가를 보존하고 회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해외 비즈니스에 주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라비티와 겹치는 부분은 겅호 쪽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겅호는 지난해 68억 2,500만엔의 매출을 기록, 전년대비 20% 이상 성장했지만 그라비티는 경영진 교체 이후 2006년 상반기 매출이 27% 감소했다.
하지만 겅호가 여전히 그라비티의 개발력, 해외배급망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말이다.
겅호는 <라그나로크>를 통해 도쿄증시 헤라클레스에 상장하면서 시가총액 4조원대의 거대회사로 성장했지만 내수기업이라는 오명에 시달렸었다.
반면 52.4%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겅호가 사실상 자회사로 두고 있는 그라비티는 나스닥 시가총액이 1,800억원에 불과하지만 <라그나로크2> 등으로 개발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해외배급망도 탄탄하다.
그라비티의 지분관계 도표
<라그나로크2> 서비스 어떻게 되나?
겅호가 한국시장에 진출해 당초 밝힌 사업목적처럼 퍼블리싱 사업을 전개할 경우 그라비티의 차기작인 <라그나로크2> 한국서비스를 직접 맡을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이미 게임 마케터들 사이에서는 최근 <라그나로크2>의 외부퍼블리싱설이 나돌았다. 하지만 그 주체가 누구냐에 대한 궁금증만 커졌던 상황.
이런 미묘한 시점에 겅호가 한국지사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하자 <라그나로크2>의 국내서비스까지 겅호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자연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그라비티가 지난해부터 서비스인력을 줄이고 개발인력을 재정비하고 있다. 개발스튜디오 체제로 조직을 정비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라비티는 지난해 <바디첵>을 만들고 있는 Z스튜디오, <W베이스볼>을 개발하고 있는 Y스튜디오 등으로 개발조직을 재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