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캐주얼 게임이 대세인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미드코어 게임의 가능성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미드코어는 캐주얼과 하드코어의 중간 단계로, 런, 퍼즐 등 단순한 게임보다 깊이가 있지만, MMORPG처럼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플레이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 게임을 말한다. 타깃층도 캐주얼 게임보다 깊이 있는 게임성과 재미를 원하는 유저에 집중된다.
게임업체들도 길어야 6개월, 짧으면 1~3개월인 캐주얼 게임의 수명보다 길고,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안정적인 수익과 개발을 할 수 있는 미드코어 게임이 향후 모바일게임의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서서히 두각을 드러내는 미드코어
미드코어 게임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씨드나인이 개발하고, CJ E&M 넷마블이 출시한 <몬스터 길들이기 for Kakao>다. 캐주얼 게임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매출 순위 1위를 차지하며 미드코어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몬스터 길들이기>는 플레이 중 켜고 끌 수 있는 자동전투 시스템을 도입해 캐주얼 게임 유저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자동전투 중에도 원하는 타이밍에 맞춰 스킬을 사용할 수 있어 모바일 플랫폼에서는 부족할 수 있는 손맛을 채웠다. 200여 종이 넘는 몬스터를 길들인 후 전투에 참가시켜 성장시키는 수집과 육성의 재미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구글과 애플 매출 1위를 달리며 미드코어를 이끌고 있는 <몬스터 길들이기>.
위메이드의 <아틀란스토리>도 매출 순위 10위권에서 안정적인 성적을 내고 있다. 메인 퀘스트를 따라서 일반던전을 하나씩 클리어해 나가는 단순한 구조와 자동으로 진행되는 전투 등 캐주얼 게임에 가까운 게임성 등 캐주얼 유저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또한, 일반 던전을 돌며 차곡차곡 경험치 쌓고, 티켓을 내고 훈련소에서 경험치를 올리는 등 RPG 요소를 통해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재미도 쏠쏠하다. 유저는 정예 던전, 콜로세움 등을 통해 자신이 성장시킨 캐릭터의 강함을 체감하고 성장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지난 2월 초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핀콘의 <헬로히어로> 역시 출시 직후 큰 인기를 얻었고, 7개월이 지난 지금도 꾸준한 업데이트로 매출 순위 10위권 초반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다운로드는 줄어도 기존 유저들이 시간이 지나도 남아서 꾸준히 즐기기 때문에 매출은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미드코어의 장점이다.
■ 캐주얼 게임의 한계 극복을 위한 선택
개발사들이 미드코어 게임을 선택하는 것은 단순히 유행에 민감해서는 아니다. 캐주얼 게임은 시간이 지나면서 장르 포화상태가 되었다. 그만큼 경쟁이 심하고 성공 가능성도 낮아졌다. 특히 흥행에 성공해도 짧은 게임수명으로 매출 유지가 힘들다.
반면 게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성장요소가 많은 미드코어 게임은 일정궤도에 오르면 업데이트를 통해 안정적인 서비스가 가능하다. 또한 진행 방식이 비슷하더라도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차별화를 줄 수 있어 안정적으로 개발에 집중할 수 있다.
개발사 입장에서 본다면 지금까지 PC용 온라인게임, 특히 MMORPG 등을 개발한 노하우를 모바일게임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기존의 MMORPG 개발 노하우와 지금까지 시행착오를 거치며 얻은 모바일게임 개발 노하우의 시너지 효과가 모바일에 최적화된 미드코어 게임이라는 결과물로 만들어진 셈이다.
대표적으로 최근 CBT를 진행한 엔도어즈의 <영웅의 군단>도 3D 전략 MMORPG를 모바일 플랫폼으로 최적화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방대한 판타지 세계관을 배경으로 그동안 전략 MMORPG에서 쌓아온 김태곤 총괄 PD의 노하우와 경험을 모바일에 집약한 만큼 미드코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간단한 조작과 파고드는 요소로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는 <아틀란스토리>.
■ 유저와 함께 성장하는 미드코어 시장
유저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캐주얼 게임보다 깊이 있는 게임을 요구하고 있다.
일단 장르가 런, 퍼즐 등으로 제한된 만큼 차별화가 힘든 캐주얼 게임은 신작이 나와도 유저들에게 어필하기 힘들다. 유저들도 더 깊이 있는 게임을 요구하면서 같은 캐주얼 게임이라도 해도 <애니팡>과 같은 간단한 퍼즐보다 4명의 유저가 모여 머리싸움을 벌이는 <모두의마블> 등 조금씩 복잡한 방식의 게임으로 인기순위가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
이미 위메이드와 CJ E&M 넷마블 등 대형 게임업체도 미드코어 후속작을 준비하고 있으며, 네시삼십삼분은 미드코어 전문 퍼블리셔로 나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외에도 다수의 개발사가 미드코어 게임을 개발하고 있어 모바일게임 시장은 미드코어를 중심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 미드코어를 전면에 내세우기에는 시장이 성숙하지 않았다는 견해도 있다. 때문에 개발사가 너무 앞서 나가면서 유저가 게임에 적응하지 못하고 진입장벽에 가로막힐 위험성이 있어 유저와 함께 발을 맞추어 성장해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CJ E&M 넷마블 관계자는 “아마 <애니팡>이 매출 1위 하던 시기에 <몬스터 길들이기>가 나왔다면 지금의 성과는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당시의 유저들에게 <몬스터 길들이기>는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게임이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시장을 살피며 유저가 원하는 발맞춘 게임과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고 말했다.
아직은 캐주얼 게임이 모바일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서서히 미드코어 게임이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