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미래의 일로만 생각했던 차세대 콘솔, 즉 Xbox One과 PS4의 발매가 임박했다. 이와 함께 차세대 콘솔로 개발되는 게임들도 작업 환경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게임 개발자들이 가장 혼란스러워 하는 부분이 차세대 콘솔의 하드웨어 파워다. 강력해진 CPU, 보다 많아진 메모리 용량은 과거보다 더 많은 리소스를 투입할 수 있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더불어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둘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개발한 인피니티 워드 역시 이런 시행착오를 거쳤다. PC에서 Xbox360으로 플랫폼을 확장해 개발했었고, 지금은 Xbox One으로 <콜 오브 듀티: 고스트>를
개발하고 있는 인피니티 워드 오태훈 수석 아티스트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 세대 교체의 16배수 법칙
액티비전 블리자드 산하의 게임 개발팀인 ‘인피니티 워드’에는 100여 명의 개발자가 모여 있다. 이들이 만들어낸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누적 플레이 유저가 1억 명에 달한다. PC를 비롯해 Xbox360, 그리고 지금은 Xbox One으로 개발하고 있는 경험은 ‘게임 플랫폼의 세대교체’ 시기에 게임을 만든 노하우를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피니티 워드에서 수석 아티스트로 일하는 오태훈 씨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하드웨어가 발전하면서 차세대라는 단어가 이제 눈앞에 와 있다고 말하며, Xbox One으로 <콜 오브 듀티: 고스트>를 개발하면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차세대 게임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Xbox One 타이틀을 개발하면서 개발팀, 특히 아티스트 입장에서 가장 반겼던 부분이 메모리의 확장이다. 콘솔 플랫폼은 세대를 거칠수록 한 가지 법칙이 존재한다. 바로 메모리의 양이 16배수로 뛰는 것이다. PS1에서는 2MB에 1MB Vram을 사용했지만, PS2로 넘어오면서 32MB에 4MB Vram을 사용했다.
그리고 PS3에서는 256MB에 256MB Vram으로, 차세대 콘솔인 PS4에 이르러서는 총 8GB의 메모리를 사용한다. 물론 이 중 3GB는 운영체제(OS)가 사용하기에 5GB의 메모리를 게임에 이용할 수 있지만, 이 용량은 현재와 비교해도 엄청나다.
콘솔 플랫폼의 메모리 용량은 세대를 거치면서 급변했다. 오태훈 아티스트도 Xbox360 버전으로 개발된 <콜오브 듀티 2>를 만들면서 너무 큰 메모리 용량 때문에 고민했었다고 털어놨다. 기존에는 범프맵을 사용했지만, 노멀맵을 사용할 수 있게 됐고 이에 따른 그래픽 퀄리티도 상승했다.
고민도 쌓여 갔다. “차세대 콘솔이 발표되면서 가장 염두에 둔 것이 바로 메모리 용량입니다. 8GB라는 메모리에 얼마나 많은 것을 넣을 수 있을까? 다시 말해서 차세대 플랫폼에는 게임의 리소스를 얼마나 사용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진 거죠.” 오태훈 아티스트의 고민이다.
■ 더 많아진 리소스, 더 리얼해진 그래픽, 더 방대한 작업량
더 많은 리소스 투입이 가능해진 가운데 만들어진 <콜 오브 듀티 2>는 당시에 진일보한 그래픽과 게임성으로 유저들에게 극찬에 가까운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Xbox One으로 개발하고 있는 <콜오브 듀티: 고스트>와 비교하면 ‘새 발의 피’에 가까운 작업이다. 다음 영상을 보자.
당시에는 한 가지 맵으로만 화면을 구성했다면, 차세대 콘솔에 이르러서는 16장의 맵이 하나의 장면에 사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모리가 남아서 더 많은 것을 집어넣게 된다. 비록 게임에 활용할 수 있는 메모리 용량은 5GB지만, 이조차도 개발자들이 따라잡기 힘든 상황이다.
예를 들면 과거에 8,000개의 폴리곤으로 구현하던 캐릭터가 5배 이상의 폴리곤으로 작업되고, 2,000개의 폴리곤으로 구성되던 총기도 10배 이상의 폴리곤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덕분에 실사와 같은 그래픽과 자연스러운 표현이 가능해졌지만. 그만큼 할 일도 늘어났다.
<콜 오브 듀티: 고스트>의 그래픽은 보다 사람 같은 캐릭터, 손톱 밑의 때까지 구현할 수 있는 표현, 실제 개와 같은 움직임과 세밀한 동작으로 완성돼 가고 있다. 특히 차세대 콘솔로 신작을 개발하면서 숱한 실패를 경험하고 노하우를 쌓아갈 수 있었다.
방대해진 리소스는 개발 비용과 인력의 증가로 이어진다. 100여 명의 개발자가 했던 일은 차세대 콘솔에서는 200~300여 명이, 외주작업도 7~8개 업체가 300개의 작업을 동시에 수행해야만 게임을 제대로 개발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차세대 플랫폼에서의 개발 환경이다.
■ 미래의 개발환경,
트렌드를 읽어라
오태훈 수석 아티스트는 “아직 한국의 개발사에서 차세대 콘솔로 게임을 만들지는 않겠지만 많은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지금은 모바일을 중심으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모바일에서도 세대교체가 일어나면 비슷한 환경을 접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아티스트는 개발환경의 변화를 읽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으로 점차 컨트롤러를 사용하지 않는 게임이 많아지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Xbox One의 키넥트, PS4의 무브 컨트롤러를 이용하는 게임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닌텐도의 DS, Xbox One의 스마트 글래스, PS4와 PS Vita의 연계 플레이처럼 멀티스크린 게임 플레이에 대응하고,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이 만들어지면 지금보다 더 강력한 연산에 따른, 더 복잡한 게임 시스템에 대한 고려도 지금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싱글플레이와 멀티플레이의 경계가 사라지고 장르가 다변화되고 있다. 모바일에서도 수많은 장르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차세대 콘솔에서도 위에서 말한 다양한 트렌드가 접목돼 새로운 장르가 만들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AAA급 게임을 만들어낼 개발사는 줄어들 수 있지만, 인디게임 개발사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미래의 개발 환경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Xbox One이나 PS4에서도 인디게임을 쉽게 론칭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 있고, 실제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이런 차세대 플랫폼이 등장함에 따라서 한국의 개발자 혹은 개발사는 오히려 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며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