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게임 퍼블리셔 ‘게임 파워 7’의 파디 무자히드 CEO
“아랍의 인터넷 사용자 중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은 1%밖에 안 됩니다. 거꾸로 말하면 앞으로 게임을 할 사람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죠.”
25일 아랍 게임 퍼블리셔 ‘게임 파워 7’의 파디 무자히드 CEO는 ‘아랍의 온라인게임시장, Dungeon Loots and Monsters’라는 주제로 KGC 2013에서 강연했다. 그는 아랍 주요 도시에 PC가 충분히 보급됐다는 점과 잠재 고객이 많다는 점을 들어 아랍의 시장성을 강조했다.
아랍 시장에 진출해야 하는 게임사가 극복해야 할 장벽은 많다. 이슬람 문화의 특수성은 물론 아직 온라인게임을 잘 모르는 소비자들의 특성, 결제 과정에서 생겨나는 문제들을 넘어야 한다. 어떤 문제를 극복해야 아랍의 잠재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는지 그의 강연을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전승목 기자
■ 앞으로 2,100만 명이 게이머가 생길 수 있는 잠재력 높은 시장
아랍 문화권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낙타를 타고 사막 이곳저곳 떠도는 생활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충분히 도시화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유력 도시에는 PC가 대중화돼 있으며, 집집마다 PC를 1대씩 들여놓는 경우가 보통이다.
시장 규모도 큰 편이다. 아랍 문화권이라 불리는 18개국의 인구를 합치면 3억7,000만 명에 이른다. 또한 노령 인구가 점점 늘어나는 다른 지역권과 달리 젊은 세대가 전체 인구의 61%를 차지하고 있다. PC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인구가 많다는 뜻이다.
인터넷 유저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00년에는 300만 명으로 그쳤지만 2007년에는 3,500만 명으로, 현재는 1억300만 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인구의 28%가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이머는 아직 적다. 인터넷에 접속하는 인구 중 1%만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 인터넷 접속 인구 중 게임을 하는 인구가 22%로 나타나는 세계 평균보다는 현저히 낮다. 그러나 달리 말하자면 잠재적으로 게이머가 될 인구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파디 무자히드 CEO는 “세계 평균만큼 게임 인구가 늘어나면 2,100만 명의 플레이어가 더 생긴다”며 아랍 게임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가장 유망한 플랫폼은 PC이며, 콘솔은 대중화돼 있지 않다. 다시 말해 아랍 시장 진출을 했을 때 가장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은 PC온라인게임 업체란 뜻이다.
5세부터 34세까지 게임에 관심을 가질 만한 연령대가 전체 인구의 61%를 차지하고 있다.
■ 문화, 소비자, 결제 시스템 특수성을 고려하라
이번 강연에서는 잠재력이 높은 아랍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유의할 점도 소개됐다. 첫째는 문화, 종교의 민감성이다. 아랍인들은 명예와 겸손을 중시하며 이슬람교의 율법을 충실히 따른다. 이 정서에 어긋나는 요소를 게임이 가지고 있다면 성공하기 어렵다.
둘째로 커뮤니티 매니저를 충분히 확보하고 게이머들과 소통해야 한다. 아랍인들은 일상 생활에서 대화할 때 상대의 눈을 주시하고 상대의 어깨를 두드리거나 얼굴을 가깝게 마주보고 이야기하는 것을 예의라고 생각한다.
평소에 긴밀한 의사소통을 중시하는 만큼 아랍 유저들은 게임에서도 긴밀한 의사소통을 원한다. 이 때문에 한 게임당 여러 명의 커뮤니티 매니저를 고용해 되도록 많은 유저들과 소통하고, 공식 홈페이지는 물론 SNS 등 다양한 의사소통 채널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유저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커뮤니티 매니저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직 게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파디 무자히드 CEO는 “다른 나라에서 서비스할 때보다 3배 이상의 커뮤니티 매니저를 뽑을 생각을 해야 하고, 직접 인력을 뽑아 훈련시켜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유저들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셋째로 소비자들이 온라인게임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고 해킹에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적지 않은 아랍 게이머들이 “이 게임에 스타트 버튼이 어디 있나요?”하는 식으로 게임사에 질문하고, 더러는 온라인 슈팅게임을 할 때 다른 유저와 싸우는 줄 모르고 인공지능(AI) 캐릭터와 싸우고 있다고 착각하는 게이머도 있을 정도다. 이들에게 게임을 어떻게 실행하고 플레이해야 하는지 친절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또한 PC방에는 온갖 바이러스, 멀웨어가 깔려 있기 일쑤라 게이머들이 해킹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게이머 스스로도 보안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해야겠지만, 아랍 시장에 진출하길 원하는 게임사는 필히 보안 문제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
넷째, 나라마다 소비자의 구매력이 다르고 인터넷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파디 무자하드 CEO는 “카타르,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가 구매력이 높고, 수단, 예멘, 이라크, 시리아의 구매력은 낮다”고 평가했다.
인터넷 환경 또한 잘 갖춰진 나라와 안 갖춰진 나라의 편차가 심하며, 같은 아랍 국가끼리의 인터넷 연결 상황이 좋지 않다. 예를 들어 이집트와 쿠웨이트에서 미국 사이트에 접속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는데, 정작 이집트에서 쿠웨이트로 연결할 때는 문제가 생긴다. 이 때문에 어떤 나라에서 게임을 주로 서비스할지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결제 시스템에 신경을 써야 한다. 아랍 지역의 모바일 결제율은 2%, 신용카드 결제율은 4%다. 선금카드가 40%, 게임 파워 7이 발매하는 ‘게임 파워 7 카드’가 45%를 차지한다. 게이머들이 가장 많이 쓰는 수단에 맞춰 결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게이머가 결제한 금액 중 손실액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감수해야 한다. 파디 무자하드 CEO는 “18개국이 각자 다른 화폐를 쓰다 보니 수수료가 15% 발생하고, 5%의 계좌이체 수수료가 발생하며, 결제 사기 및 위조 지폐 결제 때문에 7%의 손실액이 생겨난다. 손실액을 모두 합치면 27%고, 전체 소비자의 결제액 중 73%을 게임사가 가져가는 것이 현실이다”고 밝혔다.
정리하자면 아랍 시장은 잠재력이 높으나, 문화 특수성과 게임을 잘 모르는 소비자의 성향, 인터넷 환경, 결제 시스템의 특수성 때문에 진출하기 까다롭다. 파디 무자하드 CEO는 “신뢰할 수 있는 현지 파트너와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수월한 방법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