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큘러스 VR의 브랜든 이리브 CEO가 KGC 2013 개막일인 25일, ‘가상현실과 게임의 미래’라는 주제로 키노트를 진행했습니다. 현재 3D 게이밍 HMD(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 ‘오큘러스 리프트’를 개발하고 있는 그는, 키노트에서 차세대 게이밍은 ‘가상현실’(VR)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그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글로 옮겼습니다. /강연정리: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오큘러스 VR 브랜든 이리브(Brendan Iribe) CEO
게이밍 환경은 발전의 한계에 도달했다
지난 30여 년 동안의 하드웨어 발전과정을 살펴보면 그 중심에는 언제나 ‘게임’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30년 전만 해도 게임은 텍스트 기반의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흑백, 칼라, 2.5D, 3D 그래픽에 이르기까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해 왔고, 이에 맞춰 하드웨어도 함께 성능을 개선해 왔다.
2013년 현재는 과거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굉장히 사실적이면서도 멋진’ 비주얼을 누구나 자신의 집에서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비주얼과 별개로 ‘게이밍 환경’을 살펴보면 과거와 현재가 많이 달라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여전히 대다수의 유저들은 책상 위에 놓인 모니터로 게임 화면을 보고, 스피커로 음악을 감상하며, 키보드나 마우스로 캐릭터를 조작한다.
물론 모니터의 크기는 계속해서 커졌고 해상도도 높아졌지만, 냉정하게 봤을 때 기본적인 게이밍 환경의 ‘틀’ 자체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리고 이제는 이와 같은 ‘틀’을 깨지 않는 한, 더 이상의 혁신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기술의 발전은 한계에 이르렀다.
아마 오른쪽 그림 처럼 게임을 할 수 있다면, 게이밍 환경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상현실’(VR)은 바로 이런 게이밍 환경의 틀을 깰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다.
물론 ‘유저가 마치 게임 속 세상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으로 게임을 한다’는 가상현실에 대한 개념은 굉장히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가상현실 게임에 대한 시도도 꾸준하게 이어져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가상현실 게이밍’은 제대로 꽃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상상해 왔지만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기술’이 뒤따라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침내 사람들의 ‘상상’을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제품이 등장했다. 바로 오큘러스 리프트다.
마치 플레이어가 게임 속에 들어간 것 같은 경험을 해게 해주는 오큘러스 리프트.
상상 속의 가상현실을 실현해주는 오큘러스 리프트
현재 HMD(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 제품 개발은 오큘러스를 제외하고도 소니, 구글 등 많은 회사에서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진정한 ‘가상현실 게이밍’을 실현시켜냐고 묻는다면, ‘아니오’(No)라고 답할 수 있을 것이다. 몇몇 제품들이 모션센서 등을 결합하는 시도를 하기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증강현실’일 뿐이지, ‘가상현실’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오큘러스 리프트는 유저들로 하여금 게임 속 세상에 들어간 것 같은 현실감과 박진감을 전달한다. 실제로 오큘러스 리프트를 체험하게 하면 대다수의 사용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게임 속에 있는 사물을 잡으려고 하는 듯한 팔 동작을 취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그만큼 오큘러스 리프트가 보여주는 화면에 대한 몰입도가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큘러스 리프트를 체험한 사용자들은 대부분 놀라울 정도로 게임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게이밍 환경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마 몇 년 후에는 ‘VR 게임’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생성될 것이고, 전 세계적으로 수 백만 명 이상의 유저들이 이를 즐기게 될 것이다.
기존의 게이밍 환경에서 발전의 한계를 느끼던 수많은 개발사들이 참여하게 될 것이며, 인디게임 개발사들의 참여도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발매하기 시작한 오큘러스 리프트의 ‘개발 킷’은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많이 팔렸으며, 유명한 메이저급 개발사들의 구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오큘러스 리프트가 활용될 만한 분야는 게임 하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구글은 오큘러스 리프트를 통해 세계 각지의 유명 장소를 실제로 간 듯한 느낌을 주는 프로그램의 데모를 선보였으며, 한국의 한 개발자는 유저들이 마치 가상의 ‘극장’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정말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들이 개발 킷을 배포한 지 6개월도 되지 않아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오큘러스 리프트는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도 무한한 기회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
한국인이 개발한 가상 현실 3D 극장. 플레이어로 하여금 실제 극장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구글이 개발한 프로그램. 세계 유명 장소들에 간 것 같은 느낌을 주게 한다.
UI와 멀미 등 과제도 많지만 해결될 수 있다
물론 현제 시점에서 오큘러스 리프트가 선보이는 가상현실에도 여러 가지 난제가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유저 인터페이스’(UI)다. 2D 평면 모니터에서는 캐릭터의 체력이나 탄약 정보 같은 것을 화면 구석에 배치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오큘러스 리프트에서는 화면의 가장자리에 UI를 배치하면 시야각 등의 문제로 유저들이 이를 바라보기 힘들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들은 화면의 중앙에 UI를 배치하는 등 오큘러스 리프트에 최적화된 색다른 형태의 UI 디자인을 필수로 해야만 한다.
이와 같은 전통적인 FPS게임의 UI는 오큘러스 리프트에 그대로 적용하기 힘들다.
반면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 처럼 캐릭터의 UI를 단순화하고, 캐릭터의 등에 HP를 표시하는 식의 작업을 거치면 오큘러스 리프트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사용자의 머리 움직임이 실제 게임에 반영되기까지 걸리는 ‘지연시간’ 역시 풀어야 할 난제다. 특히 지연시간은 유저들의 ‘어지럼증’(멀미)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다행인 점은 이 부분이 계속해서 개선되고 있으며, 지금은 50ms(밀리세컨드)까지 줄어드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정식으로 제품이 출시될 때는 지연시간을 20ms 이하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큘러스 리프트를 시연할 때마다 어지럼증에 대한 문의가 계속해서 끊이질 않는데, 이는 반드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용자의 머리 움직임이 실제 게임에 반영되고 다시 유저들의 눈에 보이기까지 걸리는 과정을 표현한 그림. 과정이 복잡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이 속도는 50ms 이하까지 개선된 상태다.
또 하나 잊어서는 안 될 것은 어떠한 새로운 플랫폼이든지 하드웨어의 특징을 잘 살린 소프트웨어가 적극적으로 개발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스타크래프트> 같은 2D 평면 화면에 최적화된 게임은 오큘러스 리프트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실제로 유저들이 가상현실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주는 게임들에 잘 어울리며, 유저들이 게임 속 여러 캐릭터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부딪히고 상호작용하는 게임과의 궁합이 맞는다.
하지만 이 부분만큼은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각국의 게임 개발자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차세대 게이밍 환경에서 오큘러스 리프트는 분명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것인 만큼 앞으로도 가상현실 게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참여해 주었으면 한다.
새로운 하드웨어나 플랫폼이 등장할 때는 언제나 그에 최적화된 게임이 나와서 큰 성공을 거뒀다.
이외에도 오큘러스 리프트에는 다양한 난제가 있지만, 해결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브랜든 이리브 CEO는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