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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KGC] ‘멘붕’한 개발자, 모바일게임으로 중국에 가다

중국 런런왕에서 출시한 모바일게임 ‘슬라임 팝’ 포스트모템

송예원(꼼신) 2013-09-26 01:12:09
2012년 하반기 카카오 플랫폼을 활용한 <애니팡>과 <드래곤 플라이트>의 대박 성공 신화는 온라인 게임 개발자들을 ‘멘붕’으로 빠뜨렸다. 100억 원을 투자해도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온라인 게임만 만들어 왔는데 소규모 자본과 인력으로 월 매출 100억, 일 매출 20억을 달성하는 모바일게임은 충격이었다.

온라인 리듬 게임 <밴드 마스터>의 디렉터였던 윤준희 씨는 허탈한 마음을 추스르고 크레타게임즈라는 소규모 모바일게임 개발사를 설립했다. 중국의 페이스북이라 불리는 런런왕에 출시된 <슬라임 팝> (중국명-萌萌消: 멍멍샤오)은 그렇게 태어났다. 윤준희 대표는 “한국에서 20억이면, 중국에서 터지면 더 대박 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프로토타입을 들고 중국으로 향했다고 한다.

하지만 황무지 같던 중국시장에서 게임을 개발하고 출시하기까지는 윤 대표의 예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지난 8월 중국에 출시된 <슬라임 팝>은 사실상 오픈 테스트 중이라고 할 수 있다. 긴 개발 기간을 거쳐 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 윤 대표는 25일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KGC 2013에서 <슬라임 팝>의 포스트모템을 통해 중국 시장의 경험담을 공개했다.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크레타게임즈 윤준희 대표


“중국 소셜 기반 모바일게임 시장 황무지였다 ”

 

윤 대표는 <슬라임 팝>을 개발하며 온전히 중국시장만을 염두에 뒀다. 당시 중국에는 SNS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이 없었기 때문이다. 황무지나 다름없었던 중국에서 캐주얼 소셜게임의 개발은 초기 단계부터 한국에서는 예상도 할 수 없는 자잘한 문제들이 발생했다. 

 

SNS 기반 게임이기에 유저의 이름을 표기해야 하는데 중국 이름을 표시하기 위한 한자의 최소단위는 2만 4,000자였다. 이를 구현하려면 다운로드 용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 런런왕은 유저들간에 초대 메시지를 주고 받기 위한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 어떤 처리를 위해서 호출할 수 있는 함수의 집합)가 없었기 때문에 API의 개발을 유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사소하게는 3D로 개발한 것도 문제였다. SNS 업체였던 런런왕은 게임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4일 만에 그래픽을 전면 교체해달라’ 같은 당황스러운 요구가 많았다. 윤 대표는 “만약 2D 게임이라면 쉬웠을 텐데 3D여서 너무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중국 런런왕 플랫폼을 활용해 출시된 <슬라임 팝>. 사실상 오픈 베타테스트 중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역시 커뮤니케이션이었다. 급작스럽게 설립된 소규모 개발사 크레타게임즈에는 유창한 중국어 실력자가 없었다. 언어로 인한 장벽은 예상보다 높았다. API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해당 매뉴얼이 모두 중국어로 되어 있어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3주의 시간이 소요되기도 했다. 또한, 런런왕 측에 소셜 기반 게임을 제대로 이해시키기도 쉽지 않았다. 페이스북이 없는 중국에서 페이스북 기반 게임을 문서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에 적응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모바일게임을 만만하게 본 오만함도 게임 개발의 진행을 더디게 만들었다. 윤 대표는 크레타게임 설립 당시 ‘모바일게임은 만들기 쉬울 거야’라는 오만한 생각에 프로듀서나 기획자만 경력자를 구하고 프로그래머는 대학 1년 생 등 미 경력자로 구성했다. 

 

프로토타입 개발까지는 무리가 없었지만,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가 보니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실질적 개발 외 유저 모니터링, 이벤트 관리, 복구, 패치 등의 지원기능(Back office)에 대한 이해가 낮았다. 더구나 경험이 없다 보니 대략적인 개발 기간을 예측할 수 없었다. 이는 결국 작업 시간을 늘렸고, 중국어 문제까지 겹치다 보니 개발자들 점차 문제 해결 의지조차 감소했다고 한다. 

  

윤 대표는 “결국 10년 이상 경력이 있고 중국에서 5년 정도 거주해 중국어를 능숙하게 하는 기술 PM을 고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다른 부분에 비용을 아끼더라도 능력 있는 PM의 연봉은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느낌 아니까~. 중국 QQ와 91이 찾는 개발사가 됐다”


과정은 힘들었지만 <슬라임 팝>의 개발하며 얻은 것도 많았다. 가장 큰 수확은 중국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본토의 모바일게임 시장 상황 정보는 물론, 각 플랫폼의 전략도 파악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위챗에서 처음으로 론칭한 <리듬마스터>와 <에브리데이팡팡>은 초반에는 높은 순위에 올라 많은 외신에서 이를 크게 보도했지만, 금방 순위를 이탈했다. 또한, 중국의 캐주얼 게임은 시장에서 50~60%를 차지하고 있지만, 수익은 1%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정보는 곧 차기작 준비에 도움을 주었다.



중국 환경에 적합한 개발 노하우도 축적됐다. 열악한 중국 네트워크 환경과 저 사양 중국 핸드폰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소셜 플랫폼 기반 게임에 필요한 API 및 플러그인을 직접 개발하며 노하우를 쌓았다. 

마지막으로 소규모 개발사로서 사업적 기회가 확장됐다는 것도 큰 수확이었다. 런런왕과의 계약은 런런게임즈와의 인연으로 이어졌고 추가 론칭에 대한 협의도 있었다. 런런왕을 통해 게임이 출시되자 크레타 게임즈는 현재 QQ, 91, 모모 등 다른 플랫폼과의 접촉도 원만해졌다. 

중국 시장을 노리고 있는 한국 개발사들의 접촉도 잦아졌다. 이미 한국에서 카카오를 통해 출시해봤거나 대형 퍼블리셔를 통해 출시 경험이 있는 개발사들도 중국 시장의 이해가 부족한 만큼 경험 있는 크레타 게임즈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는 게 윤 대표의 설명이다. 

윤 대표는 “과정은 힘들었어도 경험을 돌이켜 보면 국 시장은 기회가 많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될 때까지 시도해볼 생각이다. 우선 <슬라임 팝>은 10월 중으로 ‘친구초대’ 기능이 추가돼 소셜 요소가 강화된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신규 게임을 개발해서 지금껏 쌓아온 노하우를 적용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