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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KGC] 몬스터 헌터의 목표는 ‘오락실 같은 아날로그 의사소통’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탄생에 얽힌 이야기와 개발 목표

안정빈(한낮) 2013-09-26 00:45:20
2000년 게임센터용 게임을 만들던 개발자들이 모여 네트워크가 가능한 콘솔용 액션게임 개발을 시작했다. 목표는 오락실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느끼던 아날로그 커뮤니케이션을 즐길 수 있는 액션게임.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의 경험이 실력이 되고, 잘하는 유저와 못하는 유저가 함께 어울려서 즐길 수 있는 게임.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시작이다.

<몬스터 헌터> 시리즈를 개발해온 캡콤의 후지오카 카나메 디렉터와 츠지모토 료조 프로듀서가 KGC 2013에서 <몬스터 헌터>의 개발과정을 소개했다. 2시간에 걸친 강연에서는 <몬스터 헌터>가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액션에 대한 고민, 아날로그 커뮤니케이션을 살리기 위한 노력 등이 공개됐다. 200여 석의 좌석이 가득 찼고 쉬는 시간마다 사인을 받기 위한 줄이 이어지기도 했다.

일본 최고의 액션게임 중 하나를 만든 두 개발자의 강연을 정리했다. 먼저 1부에서는 <몬스터 헌터>의 개발계기와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몬스터 헌터> KGC 2013 강연 기사
왼쪽부터 후지오카 카나메 디렉터와 
츠지모토 료조 프로듀서.


■ 게임센터 게임을 만들던 개발자들의 의기투합

츠지모토 료조 프로듀서는 먼저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성적부터 언급했다. <몬스터 헌터>는 2004년 3월 <몬스터 헌터>를 시작으로 최신작 <몬스터 헌터 4>까지 HD 버전을 포함해 총 12개 타이틀이 개발됐다.

판매량도 압도적이다. <몬스터 헌터 포터블 3rd>는 일본에서만 480만 장이, <몬스터 헌터 2nd G>는 418만장이 팔렸다. 비교적 부진한 성적으로 알려진 <몬스터 헌터 3>와 <몬스터 헌터 3G>도 일본에서 각각 180만 장이 나갔다.

전체 시리즈를 합치면 전 세계적으로 2,100만 장이 판매된, 2000년대 일본 게임시장의 최대 타이틀 중 하나다. 일본 최고의 액션게임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판매량. 참고로 KGC 2013 발표자료는 한글로 준비됐다.

이런 <몬스터 헌터> 시리즈를 만든 개발팀은 원래 <스트리트 파이터> <파이널 파이트> <던전앤드래곤즈> 등 게임센터용 액션게임을 만들던 팀이었다.

당시 개발팀은 대전격투부터 횡스크롤 액션까지 다양한 액션게임을 게임센터용으로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액션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삼삼오오 모여 웃고 떠드는 커뮤니케이션을 만드는 노하우’를 터득하고 있었다.

그리고 2000년경 <몬스터 헌터> 개발팀은 이런 노하우를 콘솔게임에도 녹여보기로 결정했다. 게임센터에서 함께 게임을 즐기며 웃고 떠들듯, 콘솔게임에서도 함께 게임을 즐기고 그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나눌 수는 없을까? <몬스터 헌터>의 개발이 시작된 계기다.

협력과 액션이 <몬스터 헌터>의 중점 요소다.


■ 경쟁보다는 협력, 밀어주고 끌어주는 상황에서의 의사소통

액션게임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내는 방법은 다양하다. 대전격투처럼 경쟁을 택할 수도 있고 횡스크롤 액션처럼 유저 간의 협력을 강조할 수도 있다. <몬스터 헌터> 개발팀은 그중 협력에 초점을 맞췄다.

<몬스터 헌터> 시리즈에서 유저는 최대 4명까지 친구들과 팀을 만들어서 하나의 퀘스트에 도전하게 된다. 팀을 짜고 나면 해당 팀원은 모두 ‘평등한 입장’이 된다. 퀘스트를 성공하면 모두가 성공하고, 한 명이 여러 번 사망해서 퀘스트를 실패하면 모두가 함께 실패한다.

심지어 누가 활약을 했는가와 상관없이 모두가 똑같은 보수를 받는다. 아주 잘하는 사람도, 못하는 사람도 일단 팀에만 들어오고 나면 모두 평등한 조건이 된다. <몬스터 헌터> 개발팀에서 신경을 써서 만든 시스템이다.

모두가 공통의 목표를 갖고 당장의 협력을 통해 퀘스트를 해결해야 하는 만큼 자연스럽게 유저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다. 조작에 능숙한 상급자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라도 미숙한 유저를 돕게 된다.

파티의 목표가 곧 자신의 목표. 자연스럽게 팀워크를 쌓게 된다.


■ 무기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뉘는 진형과 이어지는 협동

협동을 강조한 <몬스터 헌터>의 개발목표는 무기에서도 드러난다. 최신작 <몬스터 헌터 4>에 나오는 무기는 총 14종류. 피리처럼 불어서 버프를 거는 수렵적부터 대검, 활, 벌레와 봉을 이용한 조충곤까지 개성도 확실하다.

이처럼 <몬스터 헌터>에 다양한 무기를 만드는 것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무기를 고르고 그 과정에서 서로가 서로를 보완해주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길고 강력한 무기로 한 대, 한 대 큰 대미지를 주고 싶은 유저를 대검을 들면 되고, 짧지만 빠른 공격을 원하는 유저는 쌍검을 들면 된다. 헤비보우건처럼 장거리 사격을 위한 무기도, 조충곤처럼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무기도 있다.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무기들. 여기에 조충곤과 차지액스 2종류의 무기가 더 추가됐다.

그렇게 원하는 무기를 고른 4명의 유저가 모이면 자연스럽게 ‘진형’이 만들어진다. 무기에 따라 사정거리나 공격을 가할 수 있는 타이밍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누구는 몬스터의 꼬리 쪽에 서서 찌를 준비를 하고, 누구는 장거리에서 몬스터를 겨냥하고, 또 다른 누구는 몬스터에 바짝 붙어서 시선을 끌게 된다.

무기에 따라서 역할이 나뉘는 만큼 특별히 논의하거나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평소처럼 플레이해도 자연스럽게 역할이 나뉘고 어느새 서로의 빈틈을 메워주며 협력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팀을 짜서 협력을 통해 무언가를 해내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츠지모토 료조 프로듀서의 이야기다.

아래는 <몬스터 헌터>의 협동과 관련된 후지오카 카나메 디렉터와 츠지모토 료조 프로듀서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멀티플레이에서 경쟁이 아닌 협력을 택한 이유가 있나? 

먼저 강연 중 게임의 콘셉트에서 설명한 부분인데 서로 경쟁하게 만드는 즐거움보다는 함께 즐기는 즐거움을 먼저 생각했다. 그래서 팀을 짜서 함께 즐기고, 함께 즐거워하고, 함께 분해하기도 하는 것을 원했고, 이를 위해서는 모두에게 공평해야 했다. 

한 개인이 벽에 부딪혀서 퀘스트를 클리어하지 못했을 때 다들 협력하고 도와주는 그런 마음이 필요했다. 어디까지나 도움을 준 사람이나 받은 사람 모두 평등하게 보수를 주는 시스템도 필요했고. 멀티플레이에서 보면 다양한 측면의 게임들이 있다. 그중에서 우리는 위에서 말한 협력을 추구한 것뿐이다. 만약 콘셉트가 다르다면 방향성도 달라졌을 거다.


최근 들어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 채팅 등도 있는데 굳이 아날로그 커뮤니케이션을 고집하는 이유는?

여러 게임이 있고 게임마다의 콘셉트가 있다. 우리들은 앞서 말했듯 게임센터의 게임을 만들었던 사람들이다. 그런 곳에서 게임을 할 때 <파이널 파이트>나 <던전앤드래곤즈> 등 협동해야 했던 게임의 감각, 옆에 사람이 앉아서 즐기는 감각은 여전히 인상에 많이 남아 있다.

이런 부분에서 많이 고민했다. <몬스터 헌터> 시리즈가 그런 감각적인 부분들을 도입하기 위한 하나의 도전이 됐다. 그래서 여러분이 로컬 통신으로 함께할 수 있고. 그런 감각을 맛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몬스터 헌터> 시리즈도 최근에는 인터넷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게임이다. 사정상 여럿이 모이는 게 어렵거나 혼자서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해서 이런 시스템도 도입은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