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한글판이 출시된 <캔디크러쉬사가>는 페이스북과 모바일 플랫폼에서 세계적으로 히트한 게임이다. 2013년 3월을 기준으로 하루 1억 명이 플레이하는 게임이며, 지금도 인기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이용자 수만 많은 것이 아니다. 매출도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모바일게임을 만들고 있는 개발자에게 <캔디크러쉬사가>는 그야말로 그들이 원하는 ‘대박’의 형태를 잘 보여준 셈이다.
무엇이 <캔디크러쉬사가>를 하루에 1억 명이나 플레이하게 하고, 킹(King)을 세계적인 게임회사로 거듭나게 했을까? 26일 열린 KGC 2013 강연에서 킹의 사업성장(VP Growth)팀 대표를 맡고 있는 라스 조너(Lars Jörnow)가 공개한 비결을 소개한다. /디스이즈게임 권정훈 기자
킹(King)의 사업성장팀 라스 조너 팀장
라스 조너 팀장은 강연에 들어가며 <캔디크러쉬사가>의 성적을 간략하게 공개했다. 아직 국내에는 론칭한 지 1개월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성공이라고 결론을 내리기에는 조심스럽지만, 세계 무대에서 거둔 성적은 화려하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3시간마다 갱신되는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선두권에 속해 있고, 비교적 순위 업데이트가 느린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도 신규 무료게임 10위 안에 들어 있다. 실제로 라스 조너 팀장이 청중을 대상으로 현재 <캔디크러쉬사가>를 플레이 중인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요청하자 대부분이 손을 들어 인기를 방증했다. 그는 “손을 들지 않은 사람은 지금 다운로드하기 바란다”며 재치 있는 농담과 함께 본격적인 강연을 시작했다.
라스 조너 팀장의 강연은 이색적이었다. 딱딱하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강연에 참석한 사람들과 함께 게임을 하면서 하나씩 퍼즐을 풀어 나가는 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했다. 그가 제시한 게임은 네 개의 사진을 보고 단어를 유추해 내는 <모두의 퀴즈>다.
강연은 <캔디크러쉬사가>의 성공 비결에 해당하는 8가지 키워드를 퀴즈로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마치 <캔디크러쉬사가>를 플레이하는 것처럼 단계가 올라갈수록 점점 어려워졌고, 정답자에게는 라스 조너 팀장이 준비한 특별한 선물이 주어졌다. 그가 소개한 8가지 키워드를 하나씩 살펴보자.
1. 캔디, Candy
첫 번째 키워드는 ‘캔디’다. 모든 게임의 소재로 캔디가 등장한다면 우스꽝스러울 것이다. 캔디가 상징하는 것은 ‘맛있고 달콤하고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느낌’이다. <캔디크러쉬사가>는 단순히 캔디를 소재로 삼은 게임이 아니라, 보면 하고 싶은 느낌이 들도록 콘셉트를 잡고 만든 게임이다. 사용자가 하고 싶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2. 자유, Free(mium)
앱스토어 탑 랭킹에 올라온 게임을 보면 대부분이 무료다. 북미 앱스토어 최고 매출 순위에서 상위 18개 중 17개가 무료 게임이다. 이것은 모바일게임에서 중요한 혁명이자 지난 2~3년 동안의 성과이기도 하다. 기본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하되, 일부 서비스는 유료다. 약 1,000 명의 유저에게 이런 형태의 서비스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대부분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본적으로는 무료로 누구나,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이어야 한다. <캔디크러쉬사가>를 즐기는 사람이 1억 명인 이유도 무료기 때문이다. 이용자 중 70%는 전혀 결제하지 않았다. 무료 플레이를 십분 즐기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비용을 지불하는 일부 유저의 성향은 네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지금 당장 시간 낭비 없이 플레이하고 싶다는 욕심이다.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은 무료로 계속 플레이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돈을 내는 것이다.
두 번째는 게임 내 자원을 친구에게 요청할 수 있지만, 친구를 귀찮게 하기 싫어서 돈을 지불하겠다는 유형이다. 친구의 수락을 기다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플레이를 계속하고 싶다는 욕구도 포함된다.
세 번째는 고레벨에서 몇 개의 무브(<캔디크러쉬사가>에서 조작할 수 있는 기회)만 더 구매하면 해당 레벨을 클리어할 수 있다고 믿는 유형이다. 클리어가 목전인데, 무브 하나가 모자라서 깰 수 없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하나만 더 구매하면 된다는 믿음이 구매를 유도한다.
마지막으로 부스터를 구매하는 유형이다. 이들은 경쟁심이 높은 사람이다. 게임에 완전히 빠져들어서 친구보다 더 높은 레벨이나 점수를 얻고 싶어 한다. 그것을 위해서 기꺼이 지갑을 연다.
3. 접근성, Accessible
접근성은 게임에 있어서 아주 큰 경쟁력이다. 게임이 일상의 습관이 된다는 것은 중요하다. 유저가 어디에 있든지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캔디크러쉬사가>는 거의 모든 디바이스로 플레이할 수 있다.
게임은 직관적이어야 한다. 라스 조너 팀장은 실제로 게임을 론칭할 때 유저간담회 등을 한다면 10초, 20초, 30초 내에 게임을 이해할 수 있는지 파악하라고 권한다. 게임을 빠르게 이해해야 바로 플레이로 이어진다.
그리고 모든 연령이 게임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캔디크러쉬사가>는 특정 세대를 겨냥한 게임이 아니다. 연령을 초월해서 우연한 기회를 통해 게임에 입문할 수도 있다. 특히,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이 인기를 끌면서 전혀 게임을 하지 않던 사람들도 게임을 알게 됐다.
가족들과 카드게임 정도를 즐기거나 온라인게임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모바일을 통해 게임에 빠져들게 됐다. 친구들이 페이스북에 올리는 게임 이야기를 보고 우연히 입문하기도 한다. 그래서 페이스북과의 연동은 불가피하다.
4. 크로스 플랫폼, (Cross) platform
크로스 플랫폼은 접근성과도 관련이 있는 키워드다. <캔디크러쉬사가>는 웹에서 페이스북으로, 모바일에서 앱을 통해 플레이할 수 있다. 웹상에서 누가 플레이하는지 차트를 볼 수도 있고 친구 등록을 요청하거나 수락할 수도 있다. 이것은 바이럴 효과를 강화하며 다양한 플랫폼으로 전이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게임을 출시했을 때 유저가 어떤 기기로든 플레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PC로 하든, 스마트폰으로 하든 자기가 하던 레벨에서 계속 ‘이어서’ 플레이할 수 있어야 한다.
5. 깊이, Depth
<캔디크러쉬사가>는 현재 공개된 레벨이 400이 넘고, 이것을 클리어하려면 평균 100여 시간이 걸린다. 라스 조너 팀장은 유저들이 400 레벨을 돌파했을 때 이미 600 레벨을 만들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게임의 생명을 연장해야 한다는 말이다.
처음 <캔디크러쉬사가>를 접하면 ‘사탕뿐이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레벨이 넘어가면서 다양한 종류의 캔디가 쏟아지고 콤비네이션도 추가된다. 나중에는 초콜릿, 땅콩 등 다양한 먹거리도 등장한다. 그만큼 콘텐츠가 풍부하기 때문에 게임을 깊게 플레이할 수 있다.
콘텐츠가 많다는 것은 게임을 오래 즐길 수 있다는 것과도 상통한다. 기존 게임들을 그래프로 표현하면 출시 직후에 급상승하다가 갑자기 하락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캔디크러쉬사가>는 꾸준히 수평으로 뻗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풍부한 콘텐츠는 이런 지속성을 보장해준다.
6. 소셜, Social
멀티플레이와 소셜은 다른 개념이다. 소셜게임은 친구들과 동시에 즐길 필요가 없다. 친구들의 점수를 보고 그들과 다른 시간에 플레이하더라도 나중에 점수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게임 내 자원을 요청할 수 있다. 게임은 혼자 재미있게 플레이하더라도 소셜 네트워킹이 가능하다는 것, 경쟁을 유도하는 게 아니라 협동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7. 보편성, Universal
보편성이라는 키워드는 민감할 수도 있다. 일부 문화를 배제할 수도 있다는 뜻도 담겨 있기 때문이다. 가끔 특정 국가용으로 그래픽을 바꿔달라거나 좋아하는 색깔을 더 많이 써달라는 요청을 받지만, 라스 조너 팀장은 쉽게 수긍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게임이 훌륭하다면 장소를 불문하고 한국이든 스웨덴이든 환상적인 게임 경험을 선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8. 항시성, (Ever)green
항시성은 게임 포맷이 시대를 막론하고 인기를 얻는다는 말이다. 모바일게임이 있기 전 체스, 바둑 등은 수백 년 동안 인기를 얻은 게임이었다. <테트리스>나 <마작>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캔디크러쉬사가>처럼 같은 모양을 몇 개 이상 맞춰서 터트리는 방식의 퍼즐이 같은 길을 걷고 있다.
항상 인기를 누리는 게임이 되기 위해서는 확률과 스킬이 적절히 혼합돼야 한다. 이런 게임은 지속적으로 플레이해도 지루하지 않다.
단순함과 복잡함도 적절하게 섞여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직관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어야 하지만, 어느 정도 난이도가 있어서 도전하고 성취할 수 있어야 한다.
유저가 한 판만 해보자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버스나 지하철을 기다리거나 이동하는 동안에도 ‘한 판만’ 플레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게임이어야 한다.
라스 조너 팀장의 말에 따르면 서양에서는 <캔디크러쉬사가>의 인기가 대단해서 북미 앱스토어 인기 순위에서 유일한 게임 앱으로 등록돼 있다고 한다. 또한, 페이스북 게임에서는 다양한 ‘사가’ 시리즈가 인기를 얻고 있는데, <버블위치사가>는 1,000 레벨까지 콘텐츠를 확장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강연 제목에서는 <캔디크러쉬사가>의 하루 이용자 수가 1억 명이라고 소개돼 있지만, 2013년 8월을 기준으로는 그 2배가 넘는 2억2,500만 명의 하루 이용자를 기록하며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라스 조너 팀장은 강연을 마무리하며 “게임을 출시할 때 위에서 설명한 8개의 키워드를 반드시 기억하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강연 이후 나온 질의응답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캔디크러쉬사가> 론칭 시 레벨은 얼마까지 있었나?
라스 조너 팀장: 2012년 4월 기준으로 페이스북에서 75레벨로 시작했다. 모바일 버전을 론칭할 때는 115레벨이었는데, 그때 페이스북에서는 200레벨까지 나와 있었다. 론칭 시 난이도 조절은 매우 중요하다. 처음에 유저 반응을 보고 얼마나 좋아하느냐에 따라 난이도를 계속 조절해줘야 한다.
스테이지 밸런스는 어떻게 맞추나?
어려운 질문이다. 직접 레벨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플레이해 보면 어려운 레벨도 있고 쉬운 레벨도 있다. 사람들은 다양한 수준을 좋아한다. 일부는 쉽게, 일부는 어렵게 만들어서 조화를 꾀한다. 최대한 재미있게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강연에서 설명한 8가지 키워드를 만족해도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게임도 있다. <캔디크러쉬사가>만의 다른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닌가?
만들려면 100가지 키워드도 만들어 낼 수는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이라고 생각하는 키워드만 뽑은 것이고 다른 성공 요소도 있을 것이다. 고유의 성공 요소도 있겠지만, 어떤 게임을 개발하든 이런 보편적 차원의 키워드는 통한다.
한국에서는 카카오톡을 이용하는 소셜게임에서 메시지 홍보가 스트레스 요인이 되기도 한다. 관리 방안이 있는가?
게임 툴을 만들고 나서 플랫폼에서 한 사람이 몇 개의 메시지를 주고받는지 통계를 낸다. 하지만 플랫폼 관리에 대해서 모니터링을 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이 자체적으로 할 것이다.
유저는 어떤 식으로 늘려 나가나?
실제로 우리는 DAU(하루 사용자 수), MAU(월간 이용자 수)를 활용한다. 그 이상은 내부 자료라서 공개하기 어렵다.
일부 사람들은 부분유료(free-to-play) 모델이 시장의 악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무료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게이머에게 최상의 시기다. 예전처럼 50달러 정도의 금액을 지불하지 않아도 굉장히 많은 게임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기회는 많이 제공하고 돈을 내고 싶은 사람은 내면 된다. 그리고 유료로 하려고 하는 사람은 일부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