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은 한국과 일본 게임시장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온라인게임에서 모바일게임으로 시장의 중심이 움직인 한국, 피처폰 시절부터 모바일게임을 꾸준히 만들어 왔지만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는 일본. 아시아 최대 모바일게임 시장이라고 불리는 한국과 일본은 비슷하면서도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IGAWorks 미요시 헤이타 이사는 양국의 게임이 서로의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이런 특징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그리(GREE)와 그리코리아에 재직하면서 스마트폰 게임 시장의 전환기를 다양한 시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얻었다고 밝혔다. /디스이즈게임 권정훈 기자
미요시 헤이타 이사는 한국과 일본의 모바일게임 시장을 분재와 공원에 비유했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새롭게 ‘정원’을 꾸며야 하는데, 일본은 피처폰 게임에 너무 익숙해져서 제한적인 자원만으로 게임을 개발하려는 경향이 있다. 정원 전체를 꾸미지 못하고 ‘분재’ 하나만 계속 가꾸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 많은 온라인게임을 내놓았지만, 모바일게임 시장은 불투명했다. 하지만 고품질 MMORPG 개발 경험을 쌓으면서 그래픽이나 엔진 등 역량을 강화한 것이 커다란 ‘공원’을 만든 형상이라는 것이다. 현재 모바일게임은 공원을 다듬어서 아름다운 정원으로 만들어야 하는 시기다. 물론 많은 도전과제가 있겠지만, 일본과 비교하면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
그가 말하는 분재와 공원의 의미를 한국과 일본의 시장 상황과 전망을 통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일본의 모바일게임 시장
일본의 모바일게임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2012년 일본의 게임시장 규모는 1,285억 엔(13억 달러)으로 2011년 대비 100% 성장했다. 이중 스마트폰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37%로 한국과 비교하면 스마트폰의 보급은 낮은 편이다.
게임을 구동하는 OS에서도 한국과 차이가 있다. 안드로이드 OS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인 한국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iOS와 안드로이드OS의 비율이 45.8:49.2로 비슷한 수준이다. 또한, 게이밍 플랫폼으로서 라인(Line)의 성장이 두드러지는데, 앱스토어 매출 상위권에 랭크된 게임을 여럿 발견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아직 그리(GREE), DeNA 등 전통적인 대형 플랫폼과 퍼블리셔의 비중이 높고 매년 3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겅호가 <퍼즐앤드래곤>을 앞세워 무려 매출 성장률 1,036%, 월 매출 1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미요시 헤이타 이사는 ‘특이한 매출 구조’라며 예외 사항으로 분류했다.
지난 3년 동안 이런 대형업체들이 시장을 선도했다. 피처폰 중심에 브라우저 기반의 게임을 가진 그리(GREE)와 DeNA는 초기에 소수의 인 하우스 게임만 가져가다 시장이 너무 빠르게 성장하자 서드파티를 받아들이고 라인업을 대폭 늘린 오픈 플랫폼 형태를 취했다.
이런 오픈 플랫폼을 통해 그리(GREE)와 DeNA는 모바일게임 생태계의 최정점에 올라섰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가 오면서 이들은 위기를 맞았다. 이전에는 그리(GREE)나 DeNA에서 게임을 찾아야 했지만, 이제는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 스토어가 그들의 역할을 대신하게 됐다. 서드파티들도 굳이 이들과 일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 맞게 체질을 바꿔야 했지만 그 시도는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다. 브라우저 기반 게임은 스마트폰으로 옮기기 어려웠고, 유저들은 앱 기반 게임과 비교해서 재미가 떨어진다고 느꼈다. 더욱이 브라우저 기반 게임만 만들던 개발 환경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도 불가능했다.
2012년에 일본 시장은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리(GREE)가 두려워했던 것은 엄청난 게임이 자체 론칭하는 것이었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바로 <퍼즐앤드래곤>이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때도 그리(GREE)는 더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고 성공을 확신했다.
하지만 2012년 하반기부터 라인 플랫폼을 통해 캐주얼한 소셜게임이 출시돼 인기를 얻으면서 라인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 게임 유저 중 라인 플랫폼 이용률이 3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라인은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메인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미요시 헤이타 이사는 일본 마케팅 시장이 과도기에 있다고 말했다. 라인의 영향력이 상당하지만, 한국의 카카오톡만큼 지배적이지는 않다. 전통적인 대형 플랫폼은 스마트폰 게임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그는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해서 ‘독자적인 개발’과 ‘iOS 마케팅’에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일본에서는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개발한 게임이 성공한 경우가 많다. 또한, 일본은 iOS 시장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iOS 마케팅을 먼저 시작하라고 권했다. 구글은 랭킹 업데이트에 며칠이 걸리지만, 애플 앱스토어는 3시간마다 반영되기 때문에 랭킹 마케팅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모바일게임 시장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의 특징은 안드로이드OS와 카카오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압축해서 설명할 수 있다. 한국에서 안드로이드OS와 iOS의 비율은 91:9로 일본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스마트폰의 보급률도 73%로, 일본의 37%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또한, 모바일게임은 100% 앱 마켓 기반으로 출시된다. 2012년 7월부터는 카카오가 가장 강력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미요시 헤이타 이사는 카카오의 영향이 정말 대단하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3대 이동 통신사(SKT, KT, LG)가 메이저 게임 시장에서 선전했고, 2012년까지는 T스토어가 시장을 선도했다. 하지만 2012년 7월부터 카카오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T스토어는 카카오 게임을 다운로드할 수 없도록 조치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구글 플레이 스토어가 한국에서 빠르게 확산하는 계기가 되면서 힘을 잃기 시작했다.
2013년 들어 카카오에 대한 도전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로 일어난 것은 플랫폼 상의 플랫폼(Platform on Platform) 현상이었다. 퍼블리셔들이 카카오를 통해 퍼블리싱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중에는 2개 이상의 게임을 퍼블리싱하는 곳도 있고 게임 내에서 자사의 게임을 홍보하는 크로스 프로모션도 찾아볼 수 있다.
카카오는 유저 트래픽을 기반으로 하는 오픈 플랫폼이다. 한국 사람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다. 퍼블리셔들은 따로 홍보할 필요도 없이 카카오를 통해서 그들이 가진 유저 베이스를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현재 카카오에는 256개나 되는 게임이 있고 매주 그 수는 늘어나고 있다. 게임 종류도 많다. 라인 게임이 39개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너무 많은 게임이 카카오에 있어서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게임을 알리지 않으면 유저들이 찾아보기도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미요시 헤이타 이사는 현재 상황에서 CPI(Cost per Install)와 랭킹 마케팅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많은 유저가 게임을 선택할 때 구글 플레이 스토어나 카카오의 랭킹 보드를 찾는다. 카카오와 구글을 합치면 총 6개의 랭킹 보드가 있다. 랭킹 마케팅을 통해 보드에 게임이 등록되면 유저들은 더 쉽게 게임을 찾을 수 있다.
카카오에서 퍼블리싱하는 퍼블리셔들은 대용량 트래픽을 요구하는데, CPI 포스팅 마케팅도 한국에서는 유리하다. 한국의 CPI는 40센트로, 일본의 1달러 50센트와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