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서머너>를 개발한 일본의 에이팀(Ateam)은 2011년까지만해도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피처폰 시절부터 모바일게임을 개발해온 만큼 100개 이상의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딱히 ‘대박’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게임은 없었다.
그랬던 에이팀이 <다크서머너> <워 오브 리전> 등의 게임을 통해 불과 2년 사이 일본뿐만 아니라 북미 지역까지 섭렵했다. 물량공세를 펼치던 에이팀이 어떻게 700만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게임을 만들 수 있었을까? 에이팀 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 호리 슌이치 매니저가 그 비결을 공개했다.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일본 모바일게임회사 에이팀(Ateam)의 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 호리 슌이치 매니저.
“북미 성공 비법? 키워드는 ‘현지화’”
2012년 출시돼 전 세계 7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다크서머너>는 에이팀에서 가장 큰 성공을 이룬 게임이다. 호리 슌이치 매니저는 <다크서머너> 성공의 키워드로 ‘현지화’를 꼽았다. 에이팀이 북미 진출에 앞서 세운 미션은 ‘무조건 북미 시장 1위 달성’이었다. 무모해 보이는 이 도전을 위해서 회사는 ‘전사적으로 모든 것을 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당시 피처폰이 주류를 이루던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는 SNS 플랫폼이 강력한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시장 규모가 큰 만큼 북미의 많은 기업에서도 일본을 주목했다. 또 스마트폰이 등장했지만, 일본 개발사들은 자국에서 성공한 피처폰 게임을 스마트폰으로 옮기기만 했고, 별다른 최적화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에이팀은 단순히 디바이스를 바꾸고 번역만 한다고 성공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국만을 타깃으로 모든 것을 현지화해야 했다. 에이팀은 미국에서 성공한 게임을 대상으로 철저한 분석 작업을 했고, 이를 토대로 시장의 요구사항, 인기 장르, 세계관, 문화, 마케팅까지 모든 역량을 미국 시장에 맞췄다.
그렇다고 일본에서 성공을 거두며 축적한 노하우들을 배제한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판단한 부분은 최대한 살렸다. 예를 들어 <다크서머너>는 미국 시장에서도 인기 있는 ‘다크 판타지’를 세계관으로 선택했지만, 장르는 일본에서 돌풍을 일으켰고 세계적으로도 인기를 얻고 있는 카드배틀이었다.
이외에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차별점을 키웠다. 하이퀄리티 3D 무비를 제작하고, 해외에서도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의 카드를 확보해 경쟁력을 갖췄다. 당시에는 일렬로 늘어선 내 카드와 상대의 카드가 동시에 싸우는 시스템이 대부분이었는데, <다크서머너>는 1:1 배틀을 도입하면서 유저들은 새로운 스타일의 카드배틀 게임을 경험할 수 있었다.
엔지니어 3배 확충, “한계를 뛰어 넘어라”
미국 진출을 위한 준비 과정은 모두 무(無)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았다. 에이팀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3D 무비를 제작하거나 새로운 배틀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신기술이 필요했다. 자체 기술력과 인력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엔지니어 인력을 확충하며 신기술을 도입했다. 3년 전 30명이던 엔지니어 규모는 현재 100명 이상으로 늘어나 있다.
개발팀은 월 1회 연구 소재를 공유하는 미팅도 시행하고 있다. 개발자 중 연구 담당자를 선정해서 연구 개발이 어느 정도 진척됐는지 보고하고, 팀별 리더 모임을 갖는 것은 물론, 모든 엔지니어가 코드 리뷰와 같은 정기 스터디 모임이나 비평회를 열어 강제적으로 참여하게 하고 있다.
운영 전략에서 에이팀은 이벤트를 중요한 포인트로 봤다. 미국 시장에 적합한 프로모션 전략 중 하나가 끊임없이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점이었다. 이벤트가 끝나면 곧바로 새로운 이벤트를 진행했다. 다양한 기간으로 시행해본 결과, 한 이벤트당 1주일이 적합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지속적인 이벤트 이외에도 ‘당첨 확률 향상’, ‘아이템 할인판매’, ‘경험치 증가’ 등 통상적인 캠페인도 함께 진행했다.
에이팀이 이벤트를 끊임없이 쏟아낼 수 있는 이유는 에이팀만의 조직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사업부에서 만든 이벤트 전략을 위해 관련된 업무를 진행하는 엔지니어와 플래너로 구성된 이벤트 개발팀을 별도로 구성하고 있다. 한 팀에 최대 6명까지 배치되는데, 업데이트 엔지니어팀이 6명인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인력배치다.
이벤트 엔지니어팀은 정식 론칭 이전에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총괄팀은 론칭 이벤트 이후 2차 이벤트까지 미리 준비하는데, 이 때 팀별로 이벤트 담당 엔지니어를 3명 정도 투입해 관련 시스템을 개발해 놓는다.
이벤트와 함께 게임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다크서머너>는 출시 당시에는 없었던 새로운 디자인의 카드, 길드 시스템 등 유저가 새롭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을 업데이트했다. 또 오류도 수정해 나가면서, 유저가 지속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에이팀의 전략이었다.
호리 슌이치 매니저는 “할 수 있는 일부터 생각하는 게 아니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될까?’의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그냥 현지화를 하는 것이 아닌, 철저한 현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