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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KGC] 잘나가던 ‘마이 무비스타’는 어쩌다 151위가 됐나?

블루핑거 정승준 대표의 ‘마이 무비스타 for Kakao’ 포스트모템

송예원(꼼신) 2013-09-27 20:56:41
“실패는 당연한 겁니다. 단, 같은 실수와 실패를 하지 않으면 됩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사 블루핑거 정승준 대표가 <마이 무비스타 for Kakao>(이하 마이 무비스타)의 포스트모템을 공개했다. <마이 무비스타>는 현재 카카오 게임하기 순위 151위에 머물러 있지만 꾸준히 매출을 내고 있다.

정 대표는 <마이 무비스타>가 ‘캐쉬 카우’(Cash Cow: 수익 창출원) 역할은 못 했지만, 적어도 ‘캐쉬 캣’ 정도는 됐다고 표현했다. <마이 무비스타>는 어떻게 13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애플 앱스토어 매출 5위를 기록했으며, 무엇 때문에 카카오 게임하기 순위에서 151위까지 떨어졌을까?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마이 무비스타> 개발사 블루핑거 정승준 대표


 막장 드라마를 좋아하는 여성들을 노렸다”

 

정승준 대표는 <마이 무비스타>의 성공 요인으로 제일 먼저 장르의 선택을 꼽았다. 2011년 8월 개발을 시작하던 당시 블루핑거에는 게임을 만들어본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모바일게임이 성장할 것은 예상했지만, RPG나 디펜스와 같은 복잡한 장르의 게임을 만들 능력은 없었다고 정 대표는 털어놓았다.

경쟁력을 살리기 위해 선택한 것이 바로 육성 시뮬레이션이었다. 남들이 잘 선택하지 않는 장르지만 <프린세스 메이커>나 미국의 <탑 걸> 등이 흥행에 성공했던 것을 떠올리고 가능성을 봤던 것이다. 덕분에 카카오입점도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대형 퍼블리셔가 아닌 픽토소프트와 손잡은 것도 성공에 한몫했다. 정 대표는 “솔직히 대형 퍼블리셔에서 대세 장르의 게임들과 경쟁할 자신이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비록 대형회사보다 유저 기반도 덜 탄탄하고 마케팅 비용도 적게 투입됐지만, 픽토소프트는 같이 배워 나가려는 자세를 보이며 비주류 장르였던 <마이 무비스타>를 다른 게임과 똑같이 대우해줬다.



세 번째 성공 요인은 타깃을 여성으로 잡았다는 점이다. 국민게임으로 불리는 <애니팡>이 등장하기 전까지 게임업계는 여성 유저에게 큰 비중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남성과 비교하면 유저풀도 작고, 돈을 잘 안 쓴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정 대표는 2011년 8월 미국 앱스토어에서 매출 순위 1위를 차지했던 <탑 걸>에 주목하며 여성 취향 게임의 가능성을 봤다.

정 대표는 여성 유저에 대해 다양한 가설을 세웠다. ‘능력 향상을 위해 아이템을 구매하지는 않아도 꾸미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막장 드라마가 유행하는 것을 보면 다음 스토리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을 때 구매할 것이다’, ‘친구에게 입소문을 내줄 것이다’고 말이다.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출시된 <마이 무비스타>는 정 대표의 가설이 맞았음을 증명해냈다.

<마이 무비스타>의 리뷰를 살펴보면 ‘친절한 게임’이라는 내용이 종종 보인다. 비주류 장르를 선택하고, 게임을 잘 하지 않는 여성을 타깃으로 삼다 보니 튜토리얼을 자세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이 때 유저들에게 지루함을 주지 않기 위해 ‘매니저’를 등장시켰는데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형식의 튜토리얼은 유저들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마이 무비스타>는 어떻게 하다가 151위가 됐을까?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마이 무비스타>는 애플 앱스토어 매출 5위, 구글 플레이 스토어 매출 19위가 최고 기록이었다. 그리고 내려가는 속도는 예상보다 빨랐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게임에 가장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부분은 플랫폼 대응 문제였다. 블루핑거는 ‘경험을 쌓자’는 마음으로 ‘Cocos2D for iOS’ 엔진으로 <마이 무비스타>의 개발을 시작했다. 덕분에 빠르게 만들 수 있었고 수정도 간편했지만, 문제는 안드로이드OS로의 이식이었다. 이식하는 데 걸린 시간은 짧았는데, QA에 2개월이 넘게 소요된 것이다.

정 대표는 “안드로이드에서 진짜 다채로운 버그를 경험해 봤다. 사운드나 해상도가 깨지는 건 예사고, 키보드가 위에 올라가는 등 난리도 아니었다. SKT나 KT를 순회하면서 디바이스 테스트를 했다”고 말했다. 클라이언트 파일 깨짐 현상은 지금까지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규모 개발사 블루핑거는 출시 후 운영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애당초 게임 운영 계획이 없기도 했지만, 각종 버그를 잡느라 운영할 여력도 없었다. 버그 때문에 점차 게임을 이탈하는 유저가 속출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평균 2개월은 버틸 것으로 예상했던 콘텐츠가 2주 만에 다 소비됐다. 결국, 게임에 오래 남는 유저가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세 번째 문제는 게임 분석이 미비했다는 점이다. 블루핑거는 통계분석 라이브러리로 플러리(Flurry)를 사용했는데, 지금은 많이 업데이트됐지만 당시만 해도 분석 툴에서 나오는 데이터가 많지 않았다. 출시 이전에 어떤 부분을 분석해야 할지 미리 체크해서 항목을 넣었어야 했는데 정 대표는 이 부분에 대해 게임 출시 이후에나 알게 됐다고 밝혔다.

심지어 분석 결과도 엉망이었다. 기획단계의 거의 모든 예측이 빗나갔기 때문이다. 잘 팔릴 거라고 예상했던 디테일하고 화려한 옷은 매출이 낮았고 오히려 하얀 드레스가 유저들에게 사랑받았다. 또 신발도 기능을 추가했던 만큼 매출에 대해 기대가 컸지만 성과는 좋지 않았다. 예상치 못했던 헤어(Hair)가 잘 팔리는 걸 보고 시각적으로 티가 많이 나는 아이템들이 잘 팔렸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분석된 자료는 없다.

정 대표는 자신이 프로듀서로서 개발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도 문제점으로 언급했다. 일정을 적는 보드에는 언제나 마감일과 해야 할 일 리스트만 쌓여 갔다. 당연히 개발은 더디게 진행됐다. 출시 이후 스크럼(Scrum) 방식도 도입해 봤지만, 버그 수정으로 일정이 미뤄지면서 오히려 직원들의 사기만 떨어뜨렸다.

<마이 무비스타>에서 드러난 갖가지 문제들은 정 대표에게 상처를 주었지만, 그는 이런 실패와 실수를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았다. 정 대표는 “Let’s make better mistakes tomorrow(내일은 더 나은 실수를 만들어라). 내가 좋아하는 문구 중 하나다. 게임은 실수와 실패 속에서 성장하며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단, 문제들을 반복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