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업에 들어갔다고 해서 꼭 큰 곳으로 옮길 필요는 없습니다. 그 회사에 비전이 있고 일할 맛이 있다면 회사와 더불어 자신을 성장시키는 방법으로 만족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27일 씨드나인게임즈의 강헌규 PD는 KGC 2013에서 ‘어느 디렉터의 이야기: 작은 개발사에 뼈를 묻어 보자!’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 강연은 구직자들에게 대기업에 못 들어갔다고 실망하지 말고, 중소기업에 입사했다고 해서 무턱대고 대기업으로 이직하려 노력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중소기업에서 일할 때의 이점이 따로 있어서다.
오히려 구직자는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옮기는 것보다 신입사원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선임이 될 수 있을지 준비할 필요가 있다. 강연을 통해 중소기업에서 일할 때 얻을 수 있는 이점과, 구직자가 직장 생활을 하기 전에 갖춰야 할 태도를 알아보자. /디스이즈게임 전승목 기자
씨드나인게임즈 강헌규 PD
■ 중소기업에 입사했다고? 이직보다 회사와 함께 성장할 궁리를 하라
강헌규 PD는 먼저 자신이 입사 준비를 하던 과거를 밝혔다. 그는 대학생 시절에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있었으며, 게임을 단순한 오락으로만 여겼다. 게임산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플레이한 뒤의 일이었다. 게임이 추구하는 재미, 게임 속에서 형성되는 사회, 자연히 형성되는 경제를 보며 감탄했고 자신도 그런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취업은 쉽지 않았다. 게임산업에 뛰어들기에는 아는 것이 많지 않았고, 목표도 분명하지 않았다. 그저 대기업에 원서를 내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구직활동을 했을 뿐이다. 결국은 대기업에 가지 못하고 중소기업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현실의 벽을 느낀 강헌규 PD는 대기업 대신 중소 기업에서부터 경력을 쌓게 된다.
이때까지만 해도 강 PD는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력이 쌓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비전이 있다면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물론 대기업은 많은 사람들이 선망할 만한 이점을 갖추고 있다. 초기 연봉이 높고, 사회적 인식도 좋다. 유명한 개발자들과 협업할 기회도 있고, 많은 장르를 개발해본 대기업의 풍부한 노하우도 배울 수 있다. 덤으로 기업의 안정성이 높아 월급이 밀릴 걱정을 안 해도 된다.
반면 중소기업은 연봉, 안정성, 사회적 인식은 떨어지나 고유의 이점을 갖추고 있다. 일단 규모가 작기 때문에 의사결정도 빠르고 조직 내 의사소통도 원활하다. 다른 개발부서와의 경계도 높지 않아 다양한 분야의 일을 배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신입사원일 때부터 중요한 업무를 할 수 있다는 이점이 크다. 1년차라고 해도 적극적으로 나서면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그만큼 귀중한 경험을 얻게 된다. 한마디로 회사와 함께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강 PD는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다면 이직한다고 방황하기보다 착실하게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최근에는 회사에 대한 정보를 꿀위키나 기타 정보원을 통해 쉽게 알 수 있으니 성장할 수 있는 중소기업, 조직문화가 건전한 중소기업을 찾는 것도 가능해졌다”며 강연을 듣는 구직자에게 조언했다.
■ “일감을 기회로 알고 선임이 될 준비를 하자”
그렇다면 자신이 일하고 있는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강 PD는 신입일 때 지켜야 할 태도와 선임이 됐을 때의 태도를 소개했다.
먼저 갓 입사했을 때는 자신이 만드는 게임이 복합적인 요소가 결합돼 만들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게임은 아이디어를 근간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시간, 기술, 경험, 사람, 시장, 자본이 결합돼 완성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시장 상황과 내부 여건에 따라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과 다른 결과물을 만들 수도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가 아닌 다른 게임을 만든다고 실망해서는 안 된다.
둘째, 일감을 기회라고 생각해야 한다. 분명 많은 일감은 부담이 되고 개인시간이 줄어드는 요인이 되긴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업무 수행을 위한 새로운 역량을 쌓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일감을 기회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크게 성장할 수 있다.
셋째, 신뢰를 쌓아야 한다. 업무 마감 기한을 잘 지키고, 근무 태도가 성실한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다른 업무를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태도 또한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라는 말이 아니다. 윗사람은 물론 아랫사람 모두를 존중하며 진심을 얻으라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선임들의 말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신입이니까 입 다물고 시키는대로 움직일 필요는 없지만, 선임의 의견을 존중하면 일하는 데 필요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신뢰를 얻어 함께 일하기가 편해진다는 이점도 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신입일 때 신뢰를 얻어 자신의 역량을 키우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감을 얻으라’고 할 수 있다. 분명한 건 일감을 계속 얻어야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지, 그렇지 않으면 회사가 성장해도 자신은 도태된다는 사실이다.
선임이 된 후에는 독단을 버려야 한다. 자기 경험에 따라 행동을 결정하고 아랫사람들에게 강요할 경우, 아랫사람의 마음과 협력을 얻을 수 없다. 최악의 상황은 일을 그르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는 계기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신이 선임이라고 해도 정확한 판단 근거를 마련하고 조직 구성원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공과 사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이 말은 업무를 함께할 사람을 사적인 생각으로 고르지 말라는 뜻이다. 정말 극단적으로 단순한 예지만, 예쁜 여직원과 평범한 여직원 중 예쁜 여직원만 챙기는 경우를 들 수 있겠다.
공사를 구분해 일을 잘하는 사람과 협력해야 한다.
조직 구성원과 고생을 분담하는 태도도 중요하다. 씨드나인게임즈가 모바일게임 <다함께 퐁퐁퐁>을 개발할 때 점수 리스트 UI를 완전히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개발 일정이 너무나 촉박해서 개발팀이 난감해하고 있었는데, 21년 경력의 아트디렉터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30여 시간 동안 철야 작업을 해서 해결했다.
참고로 씨드나인게임즈는 20대에서 30대 사이의 개발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21년차 아트디렉터의 철야를 대신할 아랫사람이 있는 상황이었다. 21년차 아트디렉터는 4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솔선수범해서 나섰고, 다른 개발자로부터 존경을 받게 됐다.
강 PD는 “회사 시계는 국방부 시계가 아니다. 군대에 있을 때처럼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선임이 되고 제대하면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선임이 될 때를 대비해 자신의 역량을 끌어올리고, 윗사람으로서 책임을 지고 아랫사람들과 동고동락해야 한다. 그 준비가 안 돼 있는 선임은 조직을 이끌 수 없고, 부족한 후임을 만들고 만다”며 고생을 나누는 태도를 강조했다.
UI는 21년차 베테랑 아트디렉터 덕분에 일정대로 수정할 수 있었다.
선임이 됐다고 편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 그건 군대에서나 가능한 소리다.
강 PD는 마지막으로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회사 내에서 그 스트레스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남들에게 화풀이를 하란 뜻이 아니다. 가령 조직원과의 의견 차이로 마음 고생을 하고 있다면, 그 사람의 입장을 헤아려봐야 한다. 그렇게 해야 다른 사람과 자신이 왜 의견 차이를 내는지 알고, 나아가 그 사람이 그럴 수밖에 없는 처지임을 이해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다.
또한 조직 구조에 문제가 있어 스트레스가 생길 수 있으니, 업무 절차를 개선하는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다. 이렇게 회사 내의 스트레스 원인을 찾아 극복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슬럼프를 겪거나 심하면 병원 신세를 지게 될 수 있다.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강연을 마치며 강 PD는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연에서 하는 좋은 말은 ‘남자한테 참 좋은데…’라고만 말하고 아무런 건강식품도 먹지 않는 것과 같다. 몸에 좋은 걸 챙겨먹기 어려운 것처럼, 좋은 말을 들어도 실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강연에서 설명한 태도를 실천하지 못해 곤란을 겪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직장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태도를 실천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강 D는 “적극성의 사전 뜻 그대로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먼저다”며 강연을 마쳤다.
무엇보다 실천이 중요하다는 말로 강연이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