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에서 프로토타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재미는 구상하는 것만으로 확실하게 검증할 수 없기 때문에 간단하게나마 제작해 보고 재미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해야 전체 개발 과정에서 차질을 빚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재미있는’ 맵을 만들어야 하는 레벨 디자이너에게 프로토타이핑(프로토타입을 만드는 일)은 더욱 중요한 스킬이다. 그렇다면, 빠른 프로토타이핑을 위한 팁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위플의 이용태 레벨 디자이너는 27일 KGC 2013에서 그동안 FPS게임 레벨 디자인을 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FPS게임의 맵을 빠르게 프로토타이핑하는 노하우를 전달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 빠른 프로토타이핑과 테스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용태 레벨 디자이너는 경험을 통해 배운 빠른 테스트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예전에 4주의 제작기간 동안 2명의 아티스트와 함께 맵 하나를 만들어 테스트해야 했는데, 한 달간 고생해서 만든 맵이 막상 테스트에 들어가자 재미가 없었고, 함께 고생한 동료의 원망을 들어야 하기도 했다.
레벨 디자이너는 간단한 스크립트를 짜서 기본적인 게임을 구동시키거나 간략하게 맵을 만들기도 하지만, 혼자서 완벽하게 완성할 수는 없다. 맵을 게임에서 완벽하게 작동시키려면 프로그래머의 도움이 필요하며, 세세한 아트 작업은 아티스트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콘셉트나 재미요소를 팀원들에게 설득시켜야 하는 역할을 맡는 사람이기도 하며, 맵 제작이 늦어지면 전체 게임 개발 일정도 위험해진다. 그래서 레벨 디자이너에게 빠른 프로토타이핑과 테스트를 통한 재미 요소 검증은 더욱 중요하다.
■ 참고자료를 준비하고 전체 전개도를 만들어라
이용태 레벨 디자이너는 먼저 5일 만에 프로토타이핑을 마치고 테스트하기 위해 미리 갖춰야 하는 조건을 설명했다. 레벨 디자이너가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맵의 전개도를 그릴 수 있어야 하며, 에디터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실력이 필요하다. 프로토타입을 바로 실행시켜 테스트할 수 있는 엔진이나 주변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라면 미리 이 조건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맵을 만들기에 앞서 먼저 시각적 자료를 충분히 수집하면 좋다. 많은 사진들을 미리 모아 놓고 참고하면서 맵을 디자인하면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다른 게임들도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그리고 나서는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맵의 평면 전개도를 만들어야 한다. 전개도는 최대한 실측 크기에 맞춰서 그려야 나중에 이를 바탕으로 3D 맵을 만들기 편리하다.
레벨 디자이너가 전개도를 그리는 단계에서 자신이 의도를 분명히 하는 것이 좋다. 어디를 주요 전장으로 삼을지, 넓은 공터가 있다면 왜 필요한지 등을 미리 생각하고 그려야 나중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
■ 5일 동안 테스트할 수 있는 맵 만들기
하루 정도를 소요해 전개도까지 준비했다면, 이제 전개도를 실측 사이즈로 맵 에디터에 올려 맵을 만들 차례다. 이 때 전개도를 실측 크기에 맞춰 제작했다면 위에 박스 등을 쌓아서 기본적인 맵 구조를 만드는 작업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
간단하게 맵을 완성했다면 게임을 실행하고 돌아다녀볼 차례다. 이 때 혼자 돌아다니는 것은 2D로 전개도를 그리며 생각했던 것과 실제 3D로 만들면서 상자나 건물의 크기, 창문의 높이 등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먼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이 단계에서 건물 등의 크기를 미리 잡아둬야 나중에 생기는 수정 작업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빠르게 수정해야 한다.
더불어 맵의 상징이 될 랜드마크 급의 지형이나 건축물도 넣어 보면 맵의 특징이 명확해진다. 이런 랜드마크는 어디서든 잘 보이도록 크게 만들어 두는 것이 좋다.
3일째에 접어들면 전투 지역을 만들기 시작할 때다. 프로토타입인 만큼, 세부적인 묘사는 필요없고 최대한 간결하게 장애물 등을 만들어서 배치하면 된다.
이용태 레벨 디자이너는 전투 지역을 만들 때의 노하우도 전했다. 건물 내부로 진입할 수 있도록 만든다면, 입구로 진입하는 유저가 일방적으로 불리하지 않게 고려해줘야 한다. 적의 시야에서 입구로 진입하는 유저가 바로 사선에 노출되지 않도록 반대편 창문의 위치 등을 조절해 줄 필요가 있다.
2층에서 창문을 통해 밖을 공격할 수 있다면 다른 유저가 공격을 위해 2층으로 진입하는 경로는 창문으로 확인할 수 없는 위치에 마련하는 게 좋다. 2층에서 진입하는 유저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면 2층에 선 유저만 유리해질 수 있고, 근거리 무기에 해당하는 SMG 등을 사용하는 유저는 상대적으로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또 시야 거리를 적절히 조절해야 하는데, 너무 긴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지역을 두면 저격 유저만 유리한 맵이 될 수 있다. 또 폭파미션 맵에서는 시야 거리가 길어지면 상대적으로 방어 측이 유리해지기 때문에 엄폐하면서 공격할 수 있는 활로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더불어 시야를 차단할 때도 너무 답답하게 시야를 차단하기보다는 벽의 높이 조절을 통해 장애물을 지나 어디로 갈 수 있는지 유저가 미리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 “테스트는 관찰 중심의 피드백을 얻을 수 있도록 해라”
4일 동안 전투 지역을 만들었으면 5일째는 실제 테스트를 진행할 때다. 테스트에 앞서 테스트를 위한 준비가 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폭파 미션 맵이라면 폭파 지역이 설정돼 있어야 하며 주요 구조물이나 엄폐물을 모두 배치했는지, 유저의 동선은 적절하게 배치했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 때 미리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하나씩 확인해 보면 실수할 위험도 줄어들고, 작업 시간도 단축된다.
마지막으로 테스트할 때는 관찰 중심의 피드백을 얻는 것이 좋다. 테스트하는 사람들에게 설문지 등을 돌리는 것보다는 직접 플레이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의도대로 움직이는지, 길은 잃어버리지 않는지 등을 관찰하며 체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테스트를 통해 재미있는 맵이라는 점이 검증되면 계속해서 테스트를 통한 반응을 수용해 맵을 수정하고, 다시 테스트하는 반복작업을 거쳐 맵을 완성하면 된다.
이용태 레벨 디자이너는 “오늘 소개한 방법은 FPS만이 아니라 다른 장르에서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빠른 프로토타이핑을 통해 아이디어를 검증해 보고, 시행착오를 줄여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