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위즈 블레스 스튜디오의 한재갑 PD는 2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KGC 2013에서 ‘모두를 위한 MMORPG’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한재갑 PD는 한국에서 MMORPG가 시작된 지 벌써 15년 이상이 됐으며 그동안 대성공을 거둔 게임도 있었고 극찬을 받은 게임도 있었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유저가 무엇 때문에 게임을 하는지 그 ‘동기’에 대한 고민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강연은 유저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게임을 시작한 동기와 몰입하는 이유, 그리고 게임을 떠나는 원인까지 직접 들어보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강연에 앞서 유저들의 성향을 알아본 인터뷰 영상을 보자.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게이머 행동 연구 과학자 ‘닉 이’는 2005년 ‘MMORPG를 플레이하는 동기’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는 북미에서 대중적으로 성공한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에버퀘스트 2> 등을 즐겼던 핵심 유저를 대상으로 50여 개의 질문이 담긴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플레이 동기는 달성, 소셜, 몰입으로 나눌 수 있지만 어떤 성향을 선호한다고 해서 다른 성향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지는 통계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달성’은 레벨을 올리거나, 장비를 최적화하고, 영지를 점령하고, PvP로 남을 이기는 등 어떤 목표를 이뤄 나가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성향의 유저들은 서버 최초를 노리기도 하고 가장 좋은 아이템 또는 더 강한 공격력 등 게임 속에서 자신만의 목표를 향해 도전한다.
유저들의 달성 경험
‘소셜’은 레이드나 채팅을 하는 등 사람들과의 관계를 쌓아 나가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들은 현실의 친구와 함께 파티플레이를 하거나 게임 플레이는 하지 않고 가만히 서서 한참 동안 떠들기도 한다.
사람들은 길드를 통해 모르는 사람을 만나며, 그들을 대하는 법을 키우고, 그들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기도 한다. 또한 어려운 던전을 클리어하며 자신감을 얻거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하고, 파티플레이를 통해 팀워크를 이해하기도 한다.
게임을 통해 사람을 만나는 소셜
‘몰입’은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일을 게임에서 하거나,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커스터마이징하거나, 게임 속 역할에 몰입하는 것을 말한다. 한편으로는 갑갑한 현실을 빠져 나오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게임 속 몰입 경험
설문조사에 따르면 나이는 접속 빈도나 플레이 시간, 플레이 방식과 별다른 연관성이 없지만, 성별에 따른 플레이 방식에는 차이가 있었다. 비전투적인 소셜과 몰입은 여성이 많았고, 목표가 확실하고 전투적인 달성은 남성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플레이 동기 중 전투 성향이 강한 ‘달성’은 남성이 많았지만, 비전투적인 ‘소셜’과 ‘몰입’은 여성의 비율이 더 높았다.
■ 게임을 시작한 이유와 그만둔 이유
원하는 게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유저들은 압도적인 그래픽, 전투 외의 다양한 콘텐츠, 자유도, 기존 게임과 차별된 새로운 시도, 깊이 있는 시도 등을 꼽았다.
자신이 바라는 게임
그들이 게임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시선을 사로잡는 그래픽, 훌륭한 콘텐츠 등도 있었지만 친구가 같이 플레이하자고 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유저들은 주로 게임을 잘 모르는 초기에는 친구들을 통해 게임을 소개받고 게임에 익숙해진 이후에는 자신에게 맞는 게임을 직접 찾게 된다고 답변했다.
게임을 시작하게 된 계기
마지막으로 유저들이 재미있게 즐기던 게임을 그만두는 이유로는 예측이 가능하고 반복되는 콘텐츠를 주로 꼽았다. 그 밖에도 미숙하거나 고압적인 운영, 함께 즐기던 사람들의 부재, 그리고 노력만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게임 구조 등이 언급됐다.
게임을 그만두는 이유
유저가 게임을 그만두는 이유는 어제와 똑같은 오늘, 그리고 반복되는 미래, 함께할 사람이 없는 삶, 사회 부조리 등으로 마치 삶의 가치와 유사했다.
■ <블레스>의 목표는 ‘다양한 동기를 가진 유저들의 생태계’
<블레스> 유저는 서사적인 구조를 통해 다양한 종족의 각기 다른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다. 타겟팅의 정교함과 논타겟팅의 액션성을 동시에 살리기 위해 클래스의 특성에 따라 전투 방식도 다르다. 궁극적으로는 다양한 동기를 가진 유저들이 모여 있는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이 <블레스>의 목표다.
그만두는 이유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블레스> 개발팀의 목표다. PvE, PvP, 비전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캐릭터를 키울 수 있고, 전투 외에도 탐험이나 수집 등 끊임 없이 다양한 동기를 만들어 주려는 것이다.
<리니지>는 권력을 가지려는 상위 세력 간의 다툼과 살아남기 위해 투쟁하는 일반 유저의 구조였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두 진영이 경쟁하는 방식이었다면, <블레스>는 대칭형 구조라고 할 수 있다.
한재갑 PD는 “<블레스>의 상위 세력은 렐름을 지키는 수호자가 되어 상대 진영으로부터 일반 유저를 지키며 이익을 얻는 방식이다”고 밝혔다. 물론 렐름 수호자의 자리를 뺏기 위한 다른 상위 세력과의 암투와 배신도 일어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유저들이 게임 개발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담긴 영상을 마지막으로 발표를 마쳤다.
유저들이 개발자에게 보내는 메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