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미의 부모님은 겨울 가족여행 장소를 부산으로 정했다. 게임을 좋아하는 혜미가 부산에서 열리는 지스타 2013를 꼭 보고 싶다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게임을 무척 좋아하는 중학생 혜미가 늘 탐탁하지는 않았지만, 혜미를 위해 부산으로 향했다.
게임을 마약, 알코올, 도박과 같은 중독 물질로 규정한다는 ‘중독법’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14일부터 부산 벡스코에서는 게임전시회 지스타 2013이 열렸다. 이틀 동안 7만여 명의 관람객이 찾은 지스타에는 게임을 좋아하는 ‘게임 팬’들이 많았지만, 혜미네와 같이 가족 단위로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도 눈에 띄었다.
아이건강국민연대 김민선 사무국장은 지난 11일 EBS에서 진행된 토론회에 참가해 “게임에 빠진 아이들이 결국 담배를 피고 술을 마신다. 많은 부모가 게임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고”고 주장했다. 혜미의 부모님을 비롯해 아이들과 함께 지스타를 찾은 부모들은 게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지스타 현장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16일 새벽에 일어나 서울에서 부산에 온 혜미 부모님은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존중해주고 싶었다”고 지스타 참관 이유를 밝혔다. 게임에 빠진 딸이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무조건 막는 것은 오히려 갈등만 만들 뿐이라는 게 혜미 부모님의 생각이다.
행사장을 함께 둘러본 혜미 어머니는 “못 하게만 한다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오히려 갈등만 생기고 딸과 멀어지기만 할 것이다. 아이가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좋아하는 것은 존중해주면서, 과하다고 생각될 때 조금씩 조절해주고 있다. 이렇게 게임쇼에 함께 오는 등 엄마가 노력하면 아이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게임을 좋아한다는 박성현, 이민경 부부는 “게임도 하나의 문화이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올바른 교육을 통해 접하게 되면 오히려 좋은 취미생활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어린 아들과 함께 지스타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민경 씨는 어릴 때부터 게임을 좋아해 온라인게임, 아케이드게임, 최근에는 스마트폰으로 모바일게임까지 즐기고 있지만 게임으로 인해 직장생활이나 가사에 소홀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게임을 어린 아들과 함께하며 놀 수 있는 좋은 취미생활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남편인 박성현 씨는 “아내가 어릴 때부터 (게임을) 즐겨왔는데, 그렇다고 해서 본인이 할 일을 못하거나 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게임을 충분히 즐기면서 직장생활 등 주어진 일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되는 것 같아 아쉽다”는 말을 덧붙였다.
고등학생 1학년, 초등학교 6학년 두 아들과 함께 지스타를 찾은 권경문 씨는 두 아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좋은 기회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게임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행사장은 화려하기만 하고 딴 세상 같지만, 다소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게임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권경문 씨는 아이들이 즐길 만한 놀이문화가 게임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하며, 무조건 게임을 못하게 하는 것은 올바른 교육이 아니라는 자신의 교육관을 밝혔다.
그는 “주말에 몇 시간만 하자고 약속하면, 아이들도 그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규칙을 정해 놓고 본인들이 행동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지, 무조건 게임 탓으로 돌리는 건 무책임한 어른일뿐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