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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중독법은 원인의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

소설가 김영하 “가족 관심이 중요”, 만화가 윤태호 “업계와 대중 의견 반영해야”

전승목(아퀼리페르) 2013-11-25 17:01:38
게임업계 관계자가 아닌 다른 문화 콘텐츠 창작자도 게임 중독법 지적에 나섰다. 소설가 김영하 작가와 <미생>을 그린 만화가 윤태호 작가가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한 중독법과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영하 작가, "법보다는 가족의 관심이 중요하다"


25일, 김영하 작가는 인터내셔널뉴욕타임스에 게임중독법 관련 칼럼을 기고했다. 칼럼은 본인의 경험담을 통해 게임 과몰입을 법으로 해결하기보다 가족의 관심과 본인의 의지로 해결해야 한다는 요지로 작성됐다. 

김 작가는 2012년 10월 PS3 게임인 <킬존>에 빠진 적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때 허리케인 '샌디'가 상륙하면서 집에만 머물게 됐고, 그 결과 <킬존>을 시작하게 됐다. 이때 김영하 작가는 게임을 하느라 밥을 제대로 안 먹어서 살이 빠지고 두 눈이 푹 꺼질 지경까지 이르렀다. 

게임 때문에 야위어가는 상황을 맞이한 그는 아내의 관심으로 본래 생활을 찾았다고 밝혔다. 기진맥진한 상태로 게임을 하는 자신에게 "여전히 재미있냐"고 묻고, 바깥바람을 쐬자며 아내는 손을 내밀어 줬다. 덕분에 김영하 작가는 태풍이 지나간 뒤 깨끗해진 센트럴 파크의 가을 하늘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아내가 자신을 중독 치료센터로 보냈다면 게임을 끊는 데에 성공해도 자신이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못 얻었을 것이다"고 밝히며  "중독법이 실제 게임 중독자들의 회복을 도울 수 있을까?"라며 법에 의한 치료가 과연 유일한 해결책인지 질문을 던졌다.

이러한 일화를 소개한 김영하 작가는 자신이 법 때문에 게임을 끊은 것이 아니라 가족의 관심 덕분에 끊었음을 강조했다. 오히려 그는 게임이 아닌 다른 중독물질인 담배와 술에는 관대하다고 지적했다. 중독법에 대한 직접적인 반대가 아닌 중독에 대한 접근성이 모호하다는 문제 제기다.

그는 "한국 성인남성 44.7%가 매일 담배를 피우는데 담배 가격은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싸다. 한국의 알코올 장애비율이 미국보다 2배 이상 더 높은 13.1%를 기록하는데도, 24시간 내내 어디서든 술을 구하는 데에 문제가 없다"며 중독에 대한 한국 사회의 접근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TED 강연에서 '예술가가 되자'라는 주제를 다루는 김영하 작가


윤태호 작가, "청소년 보호를 명목으로한 대중문화 규제"


웹툰 <미생>의 윤태호 작가는 25일 국내 매체 인터뷰를 통해 게임중독법을 비판했다. 그는 "게임중독법 사태는 청소년 보호를 명목으로 대중문화를 규제하려는 시도"라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윤 작가가 게임중독법에 반대를 하는 이유는 본인이 게임을 즐겨서가 아니다. 게임중독법 논란이 2012년 2월 방송통신심의 위원회가 23개 웹툰을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한 사건과 마찬가지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정치인들이 만화를 위험하다고 결론 내리는 과정에는 업계 종사자와 문화 콘텐츠를 누리는 대중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결국 게임중독법도 청소년보호를 명목으로 대중문화를 규제하려는 의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나아가 그는 "대중의 시선을 빼앗기 위해 문제를 기만하는 것 같다. 공교육의 질을 높여 청소년들의 인성을 다지는 데에 더 공을 들여야 한다"고 정부의 태도를 지적하고, "대중문화 중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매체들이 제재의 방망이를 맞곤 하는데, 드라마와 영화로 발전하는 만화와 수출 효자인 게임이 규재 우선순위라니 역설적이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미생>의 윤태호 작가(왼쪽)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 웹툰을 그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