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콘텐츠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1일 발족한 ‘게임 및 문화콘텐츠 규제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박재동 위원장이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중독법’에 대한 반대 의견을 드러냈다.
박 위원장은 지난 25일 CBS 라디오 프로그램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게임을 중독으로 규정하며 규제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게임을 중독물질로 부르는 것에 반대했다. 그는 “미국 정신의학회에서도 게임을 중독이라고 부르지 않고, 장애라고 한다. 불가항력이 아니라는 것이다”며 게임을 중독으로 규정하는 중독정신의학회의 논리를 반박했다.
이어서 그는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하면 게임 유저들에게는 중독행위를 하는 것으로 규정짓는 일이다. 게임은 하나의 놀이문화다”며 게임에 대해 문화 콘텐츠라는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불량 만화’라는 낙인을 찍어 만화라는 문화 콘텐츠의 기반을 무너뜨렸던 과거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만화가이기도 한 박 위원장은 “지금은 사랑받고 있는 <아기공룡둘리>가 80년대에는 불량만화로 낙인 찍힌 바 있다. 하지만 그 뒤로 사람들이 만화를 문화 콘텐츠로 바라보기 시작하며 이제는 교과서에도 들어간다”며 80년대 만화가 걸었던 길을 게임이 걸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중독법이 사회적 합의 없이 발의됐다는 점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박 위원장은 과몰입에 대한 우려는 인정하면서도 청소년에게 무엇을 하지말라고 규제하기 앞서 그들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사회 문화 예술가나 법률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꾸준히 토론해야 한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박 위원장은 중독법이 나오게 된 사회적 배경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공 찰 곳도 없이 공부만 하라고 강요를 받아 세계 자살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게임이라는 놀이문화까지 없어지면 더 심각해질 것이다”며 공부만 강요하며 아이들의 놀이문화를 규제할 것이 아니라 떳떳하고 당당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박 위원장은 과몰입 우려에 대해서는 자율규제를 제안했다. 그는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게임업체들끼리 등급을 제한하는 등 자율규제로 적절하게 하고 있다. 과몰입 우려에 대해서는 자율적으로 문화예술계에서 예방하고 치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게임 및 문화콘텐츠 규제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박재동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