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라인게임의 ‘대표 MMORPG’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리니지>가 정식 서비스 15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1998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로 15개월 만에 100만 회원을 돌파하며 본격적인 온라인게임의 시작을 알렸던 <리니지>는 오랜 서비스 기간만큼이나 다양한 에피소드가 나왔다.
그중에는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를 <리니지> 회원들의 힘으로 살렸다는 것과 같이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도 있었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15주년을 맞아 공개한 따뜻한 에피소드를 만나 보자.
게이머들의 힘으로 살린 생명과 생명의 검
2001년 8월 31일. 인천의 한 병원에서 <리니지>를 즐기는 게이머 중 한 명이 사고를 당해 생명이 위태로운 처지에 놓여 있었다. 당시 긴급 수혈이 필요했지만 그 게이머는 희귀 혈액형인 RH-O형이었기에
매우 절박한 상황이었다.
이 사연이 알려지자 <리니지>를
즐기던 게이머들은 채팅창에 RH-O형을 구한다는 문구를 퍼트렸고, 이윽고
전 서버에 이 내용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혈액형이 일치하는 조우 서버의 한 게이머가 수혈에 나서
결국 귀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엔씨소프트는 수혈에 나선 게이머에게 1년 무료 이용권과 감사패, 그리고 <리니지> 역사상 단 한 자루만 존재하는 특별한 아이템인 ‘생명의 검’을 선물했다.
‘제 아기가 아파요.’ 108분의 기적
2012년 1월 31일, <크리스터> 서버의 아이디 ‘사망률’ 게이머가 ‘제 아이가 아픕니다! 좀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 글에는 구개구순열로 태어난 아기가 힘겹게 누워 있는 사진과 함께 어려운 상황으로 수술비가 모자라 유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연이 적혀 있었다.
아기는 구순구개열 외에도 뇌출혈 소견 등 수술이 필요한 상태였다. <리니지> 공식 홈페이지 서버지기는 관련 내용을 홈페이지 메인에 걸어 많은 사람들이 보게 했고, 모금을 위한 아고라 서명 운동이 시작됐다. 그 결과 불과 며칠 사이에 모금 서명인원은 목표의 10배인 5,000 명을 훌쩍 넘었고, 이 서명을 바탕으로 복지 단체인 ‘한국 사회 복지관 협회’의 모금 적격 심사를 통과해 모금이 진행됐다.
한 달 400만 원을 목표로 설정된 모금이었지만 시작된 지 108분 만에 5,928 명의 참여로 모금은 목표액을 달성하고 마감됐다. 아기는 무사히 수술을 받았다.
사랑의 편지, 나눔의 시작
2011년 11월 진행된 ‘메티스와 함께하는 7일간의 기적’은 게임 속에서 GM이 ‘사랑의 편지’를 특정 게이머에게 전달하고, 그 편지를 게임 속에서 다른 게이머들에게 계속 전달해 나갈수록 기부 금액이 늘어나는 이벤트였다. 게임 내에서 어려운 이웃도 돕고, 아이템도 선물받을 수 있었던 이벤트였던 셈이다.
이 이벤트에는 일주일 동안 수많은 게이머들이 참여했다. 엔씨소프트는 그중 가장 많은 전달 횟수를 기록한 ‘이실로테’ 서버의 고객 575명의 이름으로 서울 성로원 아이들에게 김장 재료 500kg 및 김장 봉사(게임의 GM 및 서버지기 등 참여), 김치 냉장고, 겨울 용품, 간식 등을 기부했다.
뇌졸중, 하지만 <리니지>로 세상과 소통한다
2011년, 당시 28세였던 <리니지> 게이머는 뇌졸중으로 인한 전신마비로 왼손 중지를 제외하고는 신체가 자유롭지 못했다. 한 게임전문 매체의 인터뷰를 통해 알려진 이 게이머는 <리니지>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 손가락으로 글자를 입력 하다 보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오타도 많이 났지만 이런 그의 상황을 잘 아는 혈맹원들은 게임 속에서 그를 배려하고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리니지>와 함께한 ‘1박2일’ 가족여행
엔씨소프트는 2003년 2월에 ‘리니지와 함께 떠나는 우리가족 겨울여행’이라는 주제로 가족 여행행사를 개최했다. <리니지> 유저 152 명과 사내 직원 30여 명 등 약 180 명이 1박2일로 속초에 간 이 행사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그 아들딸들이 모여 성황을 이루었으며, 온라인게임이 가족들이 함께할 수 있는 놀이문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아덴월드에서 열린 ‘최초의 결혼식’
2002년 4월 6일 ‘데포로쥬’ 서버 기란 콜로세움에서 아덴월드의 최초의 결혼식이 열렸다. 신랑 신부 입장과 주례사 그리고 퇴장으로 약 30분 동안 실제 결혼식과 유사하게 이뤄졌다. GM을 비롯해 많은 유저들이 이 결혼식 이벤트를 멋지게 꾸미기 위해 따로 시간을 투자해서 기획과 연습을 했으며, 신랑 신부는 2002년 4월 21일 대구에서 실제로 결혼식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결혼식에 참석해 달라는 고객의 요청에 <리니지> GM이 직접 결혼식에 참석하기도 하고, 함께 간 동료 GM이 사회를 봐주고 축가를 불러주기도 했다.
최고령 유저, 윈다우드 서버 ‘할매기사’
두 아들과 딸을 둔 3남매의 어머니이자 70세 최고령 유저(2005년 기준) ‘할매기사’는 큰 아들이 PC방 사업을 하게 되었을 때 일거리를 도와주다 초등학생에게 배워서 <리니지>를 접하게 됐다. 할매기사는 기사 캐릭터가 가장 쉽고 플레이하기 좋다고 말하며 2005년 6월 10일 65레벨을 달성했고, 손자 5명을 돌보면서 가끔씩 게임을 플레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