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탐방은?] 오늘 소개할 개발사는 <재배소녀> 시리즈로 이름을 알린 ‘아울로그’입니다. 지난 2011년 11월 설립된 이 회사는 <재배소녀> 시리즈 등 깜찍한 그래픽의 모바일게임을 선보여 왔는데요, 현재 신작을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 아울로그와 정인영 대표를 만나 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깜찍한 캐릭터, 발칙한 상상을 추구한다
아울로그는 과거 <라테일>을 만들었던 개발자 중 일부가 주축이 돼 설립한 모바일게임 개발사입니다. 개발진 대부분이 10년 이상 업계에서 일해 온 게임 마니아라 그럴까요? 정규 프로젝트 외에도, 개발진이 소일거리 삼아 게임을 만드는 덕에 항상 기획 아이템이 넘쳐나는 회사이기도 하죠. 실제로 이번 만난 정인영 대표도 과거 회사 생활 중에 짬짬이 <요리왕 젠>이나 <컨퀘스트 에이지> 같은 다수의 웹게임을 취미로 만들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대표작 <재배소녀> 시리즈 역시 소일거리로 만들었던 게임이 정규 프로젝트가 된 경우입니다. 시리즈의 시작이었던 <재배소녀>는 한 개발자가 우연히 일본 앱스토어에서 발견한 ‘재배물’이라는 장르에 꽂혀서 남는 그림 모아 만들었던 게임입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저절로 자라는 맨드레이크(미소녀)를 수확하고 수집한다는 간단한 게임성 때문에 사업적인 고려 없이 만든 게임이었지만, 예상 외로 반응이 좋아 올해 6월에는 <재배소녀 2>라는 후속작까지 나오게 되었죠.
정 대표가 개발에 참여한 웹게임 <컨퀘스트 에이지>와 <재배소녀> 시리즈의 시작 <재배소녀>.
<재배소녀> 시리즈는 여러모로 아울로그의 특징을 대표하는 게임입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아울로그 특유의 깜찍한 캐릭터입니다. <재배소녀 2>에만 현재 140여 종의 맨드래이크가 있는데 모두 미려한 일러스트와 꼬물꼬물한(?) SD 캐릭터, 그리고 독특한 설정과 이야기를 내세우고 있죠. <재배소녀 2>는 별다른 마케팅 없이도 출시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순수 일일접속자(DAU) 1만2,000여 명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재배소녀> 시리즈는 캐릭터가 전부인 게임이죠.(웃음) SNG라는 특성을 감안해도 게임성이 많이 심심하니까요. 그런데 예쁜 캐릭터 덕분에 기대 이상의 사랑을 받았어요. 중박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성적이지만, 특별한 마케팅 없이 캐릭터만으로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아 모두 감격했죠. <재배소녀> 시리즈가 받은 사랑 덕에 매력적인 캐릭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했어요. 앞으로도 갖고 싶고, 또 모으고 싶은 캐릭터는 저희 게임의 특징이 될 거예요.” 정인영 대표의 이야기입니다.
<재배소녀 2>의 캐릭터 일러스트.
<재배소녀> 시리즈는 출시 초기 소녀(맨드레이크)를 재배(?)한다는 독특한 콘셉트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사실 이런 콘셉트 때문에 퍼블리셔를 찾는 과정에서 많은 지적(?)을 받기도 했죠. 하지만 아울로그는 이런 지적을 받아들이는 대신 자체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대형 게임사에서는 기획서도 통과되지 않을 게임이라도, 개발자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게임이라면 포기하지 말자는 회사의 기조 때문입니다.
“폭주(?)하는 개발자들을 말리며 ‘괜찮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만들고 나선 퍼블리셔나 유저들로부터 ‘무슨 생각으로 이런 게임을 만들었냐’는 소리도 들었죠. 하지만 재미있는 게임이 나오기 위해선 개발자가 즐거워야 되지 않을까요? 그동안 적지 않은 게임을 개발해 왔지만 의욕 없이 개발한 것 중 좋은 평을 받은 것은 없었어요. 그런 면에서 <재배소녀>는 이상적인 케이스죠. 작은 개발자의 장점이 뭐겠어요. 대형 개발사는 쉽게 도전 못하는 민감한 소재도 개발자 마음에만 들면 마음껏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죠.(웃음)”
독특한 콘셉트로 눈길을 끈 <재배소녀> 시리즈. 이미지는 <재배소녀 2>의 스크린샷.
라이트 게이머를 위해 만든 발랄한 런게임 <별똥소녀>
지난 11월, 설립 2주년을 맞이한 아울로그는 다섯 번째 게임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름은 <별똥소녀>. 아울로그의 게임답게 귀여운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게임이죠.
* 현재 개발 중인 버전으로, 향후 내용이 바뀔 수 있습니다.
<별똥소녀>는 낙하형 런게임입니다. 유저는 자동적으로 떨어지는 캐릭터를 조종해 쇄도하는 장애물을 피하고 스테이지마다 등장하는 라이벌들 격파하며 더 멀리 나아가야 합니다. 캐릭터를 움직일 수 있는 방향은 좌우, 스테이지 보스라고 할 수 있는 ‘라이벌’을 공략하는 것도 장애물을 피하며 공격 아이템을 먹는 것이 전부인 캐주얼게임이죠.
“지금까지 개발한 게임은 모두 마니아 성향이 강했는데, <별똥소녀>는 대중적으로 다가가고 싶었어요. 다들 취향이 취향인지라 게임 속에는 무수히 많은 패러디가 존재하지만, 난이도만이라도 쉽게 해 접근을 부담 없이 만들고 싶었죠. 그래서 일부러 조작 요소도 간단하게 바꿨고, 속도감도 실제 속도보단 각종 연출로 강화했답니다. 여성 게이머도 쉽게 할 수 있는 게임이 목표예요.”
<별똥소녀>의 스크린샷
때문에 <별똥소녀>는 유저의 실력 못지않게,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실력보다 업그레이드나 수집 요소가 더 중요한 게임입니다. 예를 들어 캐릭터의 체력(HP)은 장애물에 부딪히지 않아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줄어들어 컨트롤로 극복할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하죠. 하지만 캐릭터를 업그레이드하면 이런 한계가 늘어나고, 신규 캐릭터의 잠금을 풀면 이들을 후속 주자로 이용해 플레이 시간 자체를 늘릴 수 있습니다.
아울로그는 이런 간단한 게임성을 발랄한 이야기와 깜찍한 캐릭터를 내세워 보강할 계획입니다. <별똥소녀>는 우주에 사는 동물 소녀들이 ‘사탕 별똥별’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경쟁한다는 동화풍 이야기로 만들어졌습니다. 등장하는 캐릭터도 이름이나 디자인 모두 게임의 콘셉트처럼 동글동글하고 따뜻한 느낌이죠.
<별똥소녀>의 오프닝 이미지. 게임은 거대한 사탕 별똥별을 좇는 소년·소녀들의 이야기다.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는 그에 걸맞은 개성과 이야기를 갖고 있습니다. 라이벌 캐릭터 중 하나인 ‘스테파니’는 양산과 리본을 좋아하는 양갈래 머리의 아이돌 지망생입니다. 하지만 이런 도회적인 이미지와 달리 ‘개련이’라는 구수한(?) 어감의 본명이 있어 본명으로 부르는 이들에겐 격하게 화를 낸다는 설정이죠.
이러한 이야기는 라이벌 캐릭터가 스테이지 보스로 등장할 때마다 연출되는 컷신으로 표현됩니다. 모든 라이벌 캐릭터는 곧 유저가 얻을 수 있는 신규 캐릭터입니다. 유저는 게임을 하며 자연스럽게 신규 캐릭터의 성격과 숨겨진 이야기를 알게 되고, 마음에 드는 캐릭터의 잠금을 푸는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다시 게임에 몰입하게 한다는 설계입니다.
아울로그는 이러한 <별똥소녀> 발매 후 친구와의 1:1 대결 모드, 친구 캐릭터 난입 기능 등을 추가할 계획입니다. <별똥소녀>는 이번 겨울 iOS와 안드로이드로 출시될 예정입니다.
<별똥소녀>의 캐릭터 선택 화면과 펫 설정 자료.
“발칙∙발랄한 사춘기 감성의 개발사로 기억되고 싶다”
다음은 아울로그의 정인영 대표(위 사진)와의 미니 인터뷰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번 신작도 <재배소녀 2>처럼 독특한 콘셉트의 게임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무난한(?) 게임으로 보이네요.
정인영 대표: 그런가요? 저는 <별똥소녀>의 스토리도 충분히 독특하다고 생각하는데.(웃음) <별똥소녀>는대중이 쉽게 다가올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 진행한 프로젝트입니다. 개발진 모두 톡톡 튀는 성격의 사람들이다 보니 그동안 게임을 만들 때도 어렵거나 독특한 것만 개발해 왔거든요. 그런 개발도 즐거웠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우리 취향의 게임만 만들어도 괜찮을까?’ 하는 의문이 문득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개발진이 평소 접하기 힘든 타입의 게임에 도전해 봤죠. 다들 재미없어 하면 어쩔까 고민도 많았는데, 다행히 재미있는 시놉시스 덕분인지 모두 즐겁게 따라와줬어요. 물론 처음부터 쉬운 게임은 아니었죠. 처음에는 장애물이 사방에서 정신없이 쏟아지고, 조작할 수 있는 것도 훨씬 많았거든요. 하지만 누구나 스트레스 없이 즐길 수 없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다 잘라냈어요. 라이벌전(보스전)만 하더라도 단순히 높은 난이도를 보여주기 보다는 연출로 다양한 상황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을 정도니까요.
미드코어는 모바일게임 시장의 화두입니다. 더군다나 런게임은 이미 충분히 많은 게임이 나온 장르인데, 이런 상황에서 쉬운 게임만 추구했다가는 차별화가 힘들지 않을까요?
미드코어 시장이 늘어나긴 해도 캐주얼 시장이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많은 개발사들이 미드코어를 고민하고 있을 때 라이트 게이머를 위한 게임을 출시하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사실 개발진 모두 골수 게임 마니아라 역으로 대중적인 노선의 게임을 만들고 싶기도 했고요.(웃음)
다른 런게임과의 차별화는 정말 어려운 문제네요. <별똥소녀>를 개발할 때 가장 중점을 둔 것은 편안함과 매력이었어요. 참 막연한 단어죠?(웃음) 런게임이라고 통칭해도 게임마다 특성이 참 많이 다르죠. 어떤 게임은 아케이드 게임 못지않은 순발력을 요구하기도 하고, 어떤 게임은 고수가 될수록 몇 십 분씩 게임을 하기도 하죠. <별똥소녀>는 이런 요소 대신 쉽게 다가와 가볍게 한 판 할 수 있는 게임이 되길 바라고 만들었어요. 그래서 조작의 어려움도, 게임의 난이도도 최대한 낮췄죠. 어찌 보면 참 심심해 보이죠?
대신 예쁜 캐릭터를 키우고 모으는 재미를 주고 싶어요. 사실 저는 우리만큼 예쁜 캐릭터를 만드는 곳도 드물다고 생각하거든요.(웃음) 기본 캐릭터인 ‘곰곰이’는 물론, 라이벌 ‘여순이’나 ‘너돌이’, ‘스테파니’ 모두 기획자와 아티스트가 혼을 실어 만든 캐릭터죠. 어떻게 보면 게임의 방식만 아케이드로 바뀌었을 뿐, 본질은 <재배소녀> 시리즈와 유사하다고 봐도 되겠네요.
<별똥소녀>의 캐릭터 일러스트. 왼쪽부터 곰곰이, 너돌이, 여순이, 스테파니.
<별똥소녀>까지 총 다섯 개의 게임을 개발했습니다. 하나같이 자체 서비스를 고수하고 있는데, 혹시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아무래도 대형 게임사들이 받아들이기에는 게임의 콘셉트가 너무 독특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웃음) 실제로 <재배소녀> 시리즈는 그것 때문에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사실 회사가 작다 보니 주목받기 위해 조금 더 나아갔던 것도 없진 않아요. 하지만 그것보단 회사의 기조나 개발자들의 성향부터가 원래 그래요.(웃음) 회사를 세울 때 목표부터가 ‘개발자가 재미있어야 게임도 재미있다’였거든요. 더군다나 개발자들 모두 서브컬처에 대해 조예가 깊다 보니 만든 게임이나, 현재 기획 중인 신작 모두 마니아 취향이 대부분이죠. 그나마 <별똥소녀>는 논의됐던 타이틀 중 대중적인 방향으로 많이 꺾은 경우지만요.
덕분에 자체 서비스를 하면서 고생도 많이 했어요. 초기작인 <원더다이버>나 <라비런 - 원더다이버>는 아주 가관이었죠. 덕분에 돈 주고도 사지 못할 유익한 경험도 많이 했지만, 아직도 초기 유저 분들께는 죄송한 점이 많아요. 그래도 이젠 자체 서비스만 다섯 번째니까 <별똥소녀>의 운영은 다를 거예요. 많이 지켜봐 주세요.
아울로그 초기 게임 <원더다이버> 시리즈. 왼쪽부터 <원더다이버>와 <라비 런 - 원더다이버>.
‘개발자가 재미있어야 게임도 재미있다’는 기조를 보면 게임관이 확실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아울로그라는 회사에 대해서도 어떻게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글쎄요. 그동안 저희가 만든 게임의 화풍이나 분위기를 보면 발랄한 쪽을 추구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내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기획안을 보면 발칙한 게임을 추구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웃음) 굳이 표현을 하자면 소녀의 발랄함과 소년의 발칙함(?)을 추구하는 ‘사춘기 감성’을 가진 게임사로 기억되고 싶어요. 지금껏 저희가 보여왔던 특유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점잖은(?) 개발사들은 생각하지 못한 톡톡 튀는 게임을 만들고 싶답니다.
이렇게 일관된 기조의 게임을 꾸준히 개발하면 언젠가 저희 게임은 물론, ‘아울로그’라는 이름도 함께 사랑해 줄 팬들이 생기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PC 패키지게임 시절을 기억하다 보니 온라인게임 시장에선 찾아보기 힘든 그 시절의 개발사 팬덤 문화가 참 그립더라고요. 저희도 꾸준한 개발로 그런 팬덤을 갖고 싶어요. 아직은 먼 미래의 일이지만.(웃음)
아울로그 사무실에 전시된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축전.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간단히 알려 주세요.
올 겨울은 정신이 없을 것 같아요. 몇 주 전 일본에 진출한 <재배소녀 2>도 궤도에 올려야 하고, 올해 안에 출시될 <별똥소녀>의 서비스도 준비해야죠. 아마 아울로그 사상 가장 바쁜 겨울이 되지 않을까요?
내년에는 2개의 신작을 생각하고 있어요. 먼저 <재배소녀> 시리즈가 여성 분들께 많은 사랑을 받아 그 보답으로 <재배소년>이라는 SNG를 개발할 계획이고, 개발자들의 취향이 듬뿍 담긴 미드코어 신작도 준비 중이랍니다. 다들 만들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어떤 것을 개발할지까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어요. 아마 옛날 작업했던 웹게임의 기획을 따온 게임 중 하나가 될 것 같아요. 어느 쪽이든 범상치 않을 테니 많이 기대해 주세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