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JTBC의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썰전>에서 4대 중독법(이하 중독법) 논란을 다뤘다. 28일 방송된 <썰전> 40화에서는 ‘취미와 중독 사이! 게임중독법 파문!’이라는 주제의 패널 토론이 있었다. 토론은 <썰전>의 후반부 콘텐츠인 ‘예능심판자’ 코너에서 진행됐다.
‘예능심판자’ 코너는 다른 토론이나 비평 프로그램과 달리, 다양한 입장을 대변하는 패널들이 편안한 자세에서 해당 주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때문에 이번 중독법에 대한 논의도 정교한 논리나 사상보다, 패널 스스로가 속한 입장의 감정을 더 충실히 나타낸 자리였다. 각 패널의 입장과 주요 발언들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문제만 생기면 엉뚱한 곳에 책임을 떠넘긴다”
슈퍼주니어의 김희철과 영화평론가 허지웅은 중독법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논의에 참여했다. 평소 게임을 즐겨 하는 김희철은 게이머의 입장에서 중독법을 비난했고, 영화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인 허지웅은 문화계 종사자의 입장에서 문화 콘텐츠를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김희철 “내가 약쟁이로 보이나? (중독법이) 한심하다”
평소 <EZ2DJ>나 <리그 오브 레전드> 등 다양한 게임을 즐겨왔던 김희철은 논의 시작부터 “게임이 술, 마약, 도박과 같은 중독물질이라면 나는 약쟁이다. 내가 정말 약쟁이로 보이냐?”며 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조금 냉정하게 말해, 공부 못하고 사고 치는 아이들은 게임을 하지 않아도 그럴 아이들이다. 다만 게임이 그나마 아이들이 가장 쉽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다 보니 엉뚱하게 지적받고 있는 것이다”고 게임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을 비판하며, 성인의 즐길 거리를 규제하는 중독법에 대해 “한심하다”고 평했다.
이와 함께 김희철은 “한국 게임산업은 영화나 음악 같은 다른 한류 콘텐츠를 합친 것보다 더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나 <스타크래프트 2> 같은 세계 유수의 게임도 한국 게이머들을 존중하고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게임에 대한 엉뚱한 시선 때문에 한국 게임계의 미래가 어두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허지웅 “한국은 항상 엉뚱한 주체에 책임을 떠넘긴다”
허지웅은 “우리나라는 문제가 생기면 항상 죄 없는 문화 콘텐츠에 책임을 떠넘겨왔다. 박정희 시대에는 만화를 ‘화형’했고, 이제는 게임에게 엉뚱한 책임을 지우려 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전통적으로 문화 콘텐츠를 다뤄왔던 관점을 지적했다.
그는 “아이가 따돌림을 당해 학교에 가지 않고 게임만 하다 사고를 치면 그것이 게임 때문인가? 오히려 현재 청소년들이 가장 고통받고 있는 것은 입시 문제다. 정부는 엉뚱한 문화 콘텐츠를 괴롭히는 대신, 입시 중독 문제부터 해결해 이 사회를 건강하게 해야 한다”며 아이들이 게임에 몰입하게 만드는 사회적 구조부터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게임 중독에 대한 최소한의 방책은 필요하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강용석 변호사와 최근 임신 소식을 전한 방송인 박지윤은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들의 게임 과몰입을 막을 규제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두 패널이 공통적으로 내세운 근거는 정도 이상으로 게임에 몰입한 각종 사례였다.
강용석 “과몰입 때문에 불난 곳에서 게임하는 아이들. 빌 게이츠도 게임 규제를 지지했다”
강용석은 “SNS 상에선 중독법에 반대하는 이가 대다수지만, 막상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중독법에 대해 호의적인 이들이 많다”며 두 아이를 둔 아버지로서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몇몇 게임 개발자들과 알고 지내는데, 그들 모두 게임을 개발하며 사람들을 유혹하는 장치를 넣는다고 하더라. MS를 세운 빌 게이츠도 자녀 때문에 게임 규제의 필요성을 지지했다. 게임 때문에 불난 PC방에서 나오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부모된 입장으로선 이런 사례를 보면 당연히 게임 규제 법안에 호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지윤 “맞벌이 부부나 소외 가정에 대한 게임 중독 보호책이 필요하다”
박지윤은 “과거에는 한국 게임산업이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억죄는 법안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아이가 생기자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박지윤은 원칙적으로 가정의 문제는 가정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그가 중독법을 지지하는 까닭은 아이를 지도하기 힘든 맞벌이 부부나 한부모 가정 등에 대한 안전책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강용석 씨나 김구라 씨처럼 부모가 아이들과 자주 접할 수 있는 가정이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는 맞벌이 등의 이유로 아이들을 돌보기 힘들다. 이렇게 소외된 아이들은 게임에 빠지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이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게임을 중독 물질로 다뤄선 안 된다”
패널 모두 논의 내내 각기 다른 입장을 밝혔지만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는 뜻을 같이했다.
허지웅은 “과몰입 현상은 환경의 문제다. 아이가 진정 걱정돼 게임 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면 이는 국가가 강제로 하는 것보다, 먼저 가정의 영역에서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무시하고, 이를 국가에 위탁하거나 국가가 대신 이를 도맡아 한다는 것은 부모 고유의 영역을 침입하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박지윤과 강용석 또한 게임 과몰입에 대한 조치가 술이나 마약, 도박과 같은 중독물질로 규정하는 ‘중독법’이라는 틀을 통해 이뤄지는 것에 대해 반대했다. 강용석은 중독법에 대해 “취지는 좋을지 모르나, 중독이라는 무리한 틀 때문에 잘못 만들어진 법안이다. 과몰입에 대한 방책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중독법에는 찬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