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프로게이머 ‘2인자’ 홍진호가 선수 시절 라이벌이었던 임요환을 향해 복수의 각오를 다졌다.
3일 서울 상암동 CGV에서 tvN의 퀴즈 예능프로그램 <더 지니어스 2: 룰 브레이커>(이하 더 지니어스 2)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임윤선 변호사를 제외한 11명의 출연진이 참석했으며, 프로게이머 시절부터 라이벌로 주목받았던 임요환과 홍진호는 서로를 견제하는 발언들로 신경전을 펼쳤다.
<더 지니어스 2>는 준비과정에서 임요환 전 SK텔레콤 T1 감독의 출연이 확정되면서 라이벌 홍진호와의 맞대결로 화제를 모았다. 프로게이머 시절 라이벌이었던 두 사람의 경기는 임요환의 ‘임’, 홍진호의 ‘진’을 따서 ‘임진록’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만큼 주목을 받아 왔다.
임요환은 <더 지니어스 2>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진호가 (시즌1에서) 우승하는 것을 보고 내가 졸랐다. 홍진호가 우승이라니 납득이 안 갔다. 감독(PD)님께 진호를 제자리에 갖다 놓을 테니 꼭 둘이 함께 출연시켜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하며 신경전을 시작했다.
홍진호는 이에 대해 “임요환의 출연 확정을 알고나서 한편으로 반가웠다. 프로 시절부터 인연이 많았는데, 그 당시 임요환은 거품이라고 생각한다. 임요환의 거품을 밝힐 기회가 왔다”며 재치 있게 응수했다.
<더 지니어스 2>의 연출을 맡은 정종연 PD는 지난 시즌1 때부터 임요환의 캐스팅을 원해왔다고 밝히며 ‘임진록’ 매치를 두고 기대감을 표했다. 임요환은 시즌1 기획 당시 프로게임단 감독으로 활동 중이었기 때문에 출연을 포기했었는데, 시즌2 시작 전에 감독을 그만두면서 <더 지니어스 2>에 합류할 수 있게 됐다.
정 PD는 “사람들에게 회자될 만한 캐스팅을 찾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두 사람의 대결이 우리 생각대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 같지만, 많이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 지니어스 2>는 오는 7일(토요일) 밤 10시 30분에 첫 방송이 시작된다.
임요환과 홍진호를 겨냥한 출연자들의 뜨거운 견제
이날 시사회에서 공개된 <더 지니어스 2> 첫회에서 임요환과 홍진호는 다른 출연자들의 견제를 받으며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이큐 172의 천재 수학강사로 불리는 남휘종은 “난 저그(유저)였다. ‘3연벙’ 때 울었다”고 밝히며 임요환을 몰아붙이기도 했다. *3연벙: 임요환이 홍진호를 상대로 세 경기 연속 벙커 러시를 성공시켰던 2004년 온게임넷 EVER 스타리그 4강전에서 생겨난 말. /편집자 주
<더 지니어스> 시즌1에서 3등을 차지했던 가수 이상민은 두 사람에 대해 “게임에 대한 집중력부터가 다르다”며 ‘두려움의 대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른 출연자는 데스매치에서 본인의 전략과 다르게 진행되면 정신을 못 차린다. 그런데 홍진호는 실수를 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잊고 집중하며 게이머로서의 기질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전 국회의원 출신 방송인 유정현은 임요환과 홍진호에 대해 “1:1로는 절대 만나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전 시즌 우승자 홍진호에 대해서는 “10살 차이가 넘게 나도 내 앞에서 기죽지 않는다. 만약 데스매치에서 만나면 차라리 기권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며 고개를 가로젓기도 했다.
프로 바둑기사 이다혜는 지게 되더라도 데스매치에서는 홍진호와 만나고 싶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다혜는 “나는 프로이기 때문에 승부근성이 강하다. 지는 게 너무 싫다. 만약 데스매치에 간다면 강한 사람이랑 만나고 싶은데, 홍진호랑 붙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방송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임요환: <더 지니어스> 시즌1을 봤었는데 진호가 우승하더라. 그 모습을 납득할 수 없었다.(웃음) 진호를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려 놓을 생각이다.
홍진호: 시즌2 섭외를 받고 많이 고민했다. 지난 시즌 출연자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몰랐었는데, 지금은 방송을 통해 나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분석됐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임요환: 진호가 출연을 고사한다는 소식을 듣고 감독님께 ‘우승자 시드’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내가 졸랐다. 우리는 프로선수 시절부터 라이벌이었다. 라이벌이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면, 따라잡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할 수 있다.
홍진호: 요환이 형 때문에 떨어지면 자존심 상할 것 같다.(웃음)
티저 영상만 봐도 시즌1 때와 분위기가 달라 보인다. 시즌2에 출연해 보니 소감이 어떤가?
홍진호: 솔직히 지난 시즌은 프로그램 자체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출연자들이 프로그램의 성질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눈치를 보고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게 유리했는데 이번 출연자들은 다들 악을 갖고 있더라. 출연자 중 노홍철은 <더 지니어스>는 다른 예능 프로그램처럼 ‘방송’으로 접근하면 도태된다고 말했는데, 그만큼 다들 집중하고 치열하게 경쟁한다.
우승자 포스를 보여주러 왔다가 조용히 사라지게 될까 걱정이다. 호락호락한 사람이 없다. 시즌1 때는 우승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는데, 이번 시즌에는 ‘임요환보다 오래가자!’가 목표다. 우승을 못해도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임요환: <더 지니어스>는 자신의 능력치를 살리기 위해서는 일단 적응부터 해야 한다. 나는 적응을 못해서 많이 헤매고 있다. 다른 출연자들이 나를 언제든지 ‘까먹을 수 있는 도시락’으로 생각하고 있다.(웃음)
나는 철저한 노력파다. <스타크래프트> 선수시절부터 수많은 연습과 훈련을 하며 시행착오를 통해 내 스타일에 맞는 전략을 찾아 나갔다. 그런데 <더 지니어스>는 아무런 정보도 없는 게임을 연습도 못하고 해야 한다. 적응기간이 상당히 필요할 것 같다.
서로를 이기기 위한 각자의 전략이 있다면?
홍진호: 나는 요환이 형과 달리 많은 훈련과 연습보다는 나만의 ‘촉’을 믿는다. 상대의 심리를 읽어서 상황에 맞는 전략을 세우고 움직이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내가 요환이 형보다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의 심리상태는 읽을 수 있어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쉽지 않더라. 이상민 씨나 김구라 씨를 보면 사람을 잘 구슬리는데, 나는 그런 처세술에 약하다. 이 부분을 보완해서 내 사람을 많이 만들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임요환: 앞서 말했지만, 나는 수많은 연습을 통해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고 움직인다. 그런데 <더 지니어스>에서는 그게 불가능하다. 누구와 함께하고, 어떻게 그 사람을 이용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좌우된다. 그래서 당분간 진호한테 묻어가야 할 것 같다.(웃음)
치열한 ‘임진록’을 기대했는데, 서로 연합하는 분위기다.
임요환: 사실 지금은 진호가 독보적이다. 이미 우승까지 하지 않았나.
홍진호: 초반부터 요환이 형을 견제할 생각은 없다. 크게 신경 쓸 필요도 없다.(웃음) 오히려 천재라고 불리는 수학강사 남휘종 씨나 해커 출신 이두희 씨가 무섭다. 이런 머리 좋은 사람들은 수 싸움에 강하기 때문에 항상 견제하고 있다.
임요환: 그거 아나? 우리는 사실 전적은 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호가 ‘만년 2위’ 이미지가 굳어진 이유는 항상 큰 경기에서 내가 이겼기 때문이다. 처음엔 잘 묻어가다가 결승에서 진호를 원래의 자리로 돌려 놓겠다.
홍진호: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임요환과 홍진호를 라이벌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은퇴 후 매치에서는 내가 많이 이기지 않았나? 요환이 형은 별로 무섭지 않다. 사실 라이벌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웃음) 나도 요환이 형은 더 높은 자리에서 만나고 싶다. 결승에서 이겨서 ‘사실 그 자리가 니 자리야’라고 말하고 싶다.
“12월 7일 토요일 밤 10시 30분, 첫 방송에서 만나요~.”
<더 지니어스 2: 룰 브레이커> 1화 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