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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모바일 자율규제 발표 “게임규제를 가정의 역할로 돌리자”

K-IDEA와 이동통신사, 모바일게임 퍼블리셔, 단말기 제조사 협력

안정빈(한낮) 2013-12-16 13:4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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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가 16일 국회의사당 본관에서 ‘청소년의 게임과몰입 예방을 위한 국민과의 약속 MOU(양해각서) 체결식’을 진행했다. K-IDEA와 이동통신사, 모바일게임 퍼블리셔, 단말기 제조사가 두루 협력하는 자율규제를 통해 게임규제를 ‘가정의 역할’로 넘기겠다는 목표다.

K-IDEA의 대표를 맡고 있는 남경필 의원은 “법적인 강제조항이 아니라 가족을 통해서, 부모와 자식들의 자율적인 토론에서 문제의 해결이 시작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통신사와 모바일게임 퍼블리셔, 단말기 제조사 등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게임규제의 역햘을 가정으로 돌리자


이번 모바일 자율규제 MOU는 게임규제를 가정으로 돌리자는 목표에서 시작됐다. 이를 위해 K-IDEA를 비롯한 게임 공급자(퍼블리셔)와 휴대폰 개발사, 이동통신사가 적극 협력한다. 모바일게임과 관련된 업체 및 단체를 통한 자율규제다.

이동통신사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휴대폰 사용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무료로 제공하고, 단말기 제조사는 기기 출고 시점부터 이를 기본 앱으로 탑재시켜 보급률을 높인다. K-IDEA에서는 국내외 모바일게임사들이 참고할 수 있는 국제적인 심의기준을 만든다. 이를 위해 이미 ESRB(북미 게임물 심의기관)나 PEGI(유럽 게임물 심의기관) 등과 협조를 시작했다.

법적인 강제성은 없다. 앱을 설치할지 말지, 설치한다면 얼마나 제한을 둘지는 모두 가정의 선택에 따른다. K-IDEA를 비롯한 업체에서는 가정에서 보다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앱과 일관된 기준, 학부모 대상의 적극적인 홍보 등을 통해 지원할 뿐이다.



체결식에 참가한 문화체육관광부 유진룡 장관(위 사진)은 “청소년들에게 게임은 이미 소통의 수단이자 문화의 흐름이다. 무작정 막기보다는 바람직한 문화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유 장관은 “게임규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매번 가정의 역할은 등한시한 채 시스템으로만 풀려고 노력했는데, 이는 매우 무책임한 일이다. 이번 MOU를 통해 게임규제에 대한 가족의 역할에 대해 관심을 가진 분들이 많이 참여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어.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


K-IDEA의 바람처럼 ‘모바일게임 규제를 가정 내 역할로 만들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재 각 이동통신사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스마트폰 이용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앱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동통신사마다 앱의 방식이 달라 원활한 보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각 업체의 자율적인 규제를 택한 만큼 특정 앱을 강제하기도 어렵다.

K-IDEA에서 모바일게임의 국제적인 심의기준을 정할 수 있는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K-IDEA에서는 ESRB나 PEGI와 협의를 시작했다고 밝혔지만, 이를 중소개발사와 해외개발사까지 적용시킬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앱이 사용자의 정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보안 문제나,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홍보, 앱의 적용 범위 등도 과제로 남아 있다.

이에 대해 K-IDEA는 ‘가능한 것부터 단계적으로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K-IDEA 김성곤 사무국장은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일단 각계각층의 공감을 얻는 것부터 시작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각 업체들도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타율규제는 산업만 위축시킨다. 업체 단위의 자율규제가 필요


남경필 의원(아래 사진)은 체결식에서 자율규제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각 업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다. 남 의원은 중국의 게임산업을 예로 들었다. 중국은 약 5년 전까지 게임을 디지털 마약으로 규정하고 심하게 규제했다. 그 결과 규제의 실효성은 없었고, 오히려 게임산업의 성장만 무력화됐다. 그리고 지금은 적극적으로 게임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남 의원은 “이처럼 타인에 의한 규제는 산업 위축을 가져온다. 실제로 (한국의) 셧다운제는 게임업계를 위축시키기만 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문화산업인 만큼 이미지가 중요한데, 자율적인 규제를 통해 좋은 이미지를 쌓아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대외적인 규제에 의해 산업 이미지의 손상을 겪고 성장력이 둔화되기보다는 업체 스스로가 나서서 ‘가정 내에서 청소년들의 게임 부작용을 제어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가족의원회 김상의 위원장(위 사진 왼쪽) 역시 “셧다운제를 도입했지만 막상 도입 후에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게 사실이다. 게임에 적절한 규제가 필요한 건 맞고,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업계가 자율규제안을 마련한 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K-IDEA와 이동통신사, 게임 퍼블리셔, 모바일 제조사 등이 참가하는 모바일게임 자율규제는 이르면 내년 중에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