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용 우려 ‘카카오톡 유령방’, 이대로 괜찮나?

카카오 게임하기의 ‘친구 초대’ 이벤트를 편하게 즐기기 위한 이른바 ‘카카오톡 유령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카카오는 유령 아이디 계정을 삭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확산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톡 유령방’이란 친구 초대 메시지를 보낼 수 있지만, 정작 실제 사용자는 없는 ‘카카오톡 유령 아이디’를 한데 모은 단체 채팅방을 말한다. 유저들은 이를 통해 유령 아이디를 적게는 수 십 개에서 많게는 수 백 개 이상 친구로 등록할 수 있으며, 카카오 게임하기로 출시된 게임들의 ‘친구 초대 이벤트’에 적극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유령방 이전에도 ‘가짜 친구’를 만드는 편법은 여럿 존재했다. 스팸 광고를 보내는 ‘스팸 리스트’를 친구로 등록해서 활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 관련 기사)

하지만 ‘유령방’은 선정적인 광고 문구와 사진이 가득한 스팸 리스트에 비해 비해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인식이 크다. 무엇보다도 간단한 터치 몇 번만으로도 쉽게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스팸 리스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원치 않은 상대에게 개인 정보가 노출될 수 있으며, 초대를 조건으로 특정 사이트 가입을 유도하는 등의 부작용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또한 유령 아이디는 과거에 사용자 인증 과정 없이 아이디를 생성할 수 있었던 시절에 만들어졌다는 특성상 (추적이 어렵기에)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유령방은 간단한 터치 몇 번만으로도 쉽게 공유할 수 있어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유령방, 왜 확산되나?

유저들이 유령방을 찾는 것은 카카오 게임하기의 ‘친구 초대 이벤트’를 보다 수월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다.

카카오 게임하기로 출시된 게임들은 거의 대부분 친구에게 ‘게임을 함께 하자’는 초대 메시지를 보내면 보상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일정 수 이상의 친구에게 초대 메시지를 보내면 웬만한 유료 아이템 부럽지 않은 특전을 얻을 수 있으며, 특히 최근에는 매일 꾸준하게 여러 친구들에게 초대 메시지를 보내야 좋은 특전을 계속해서 얻을 수 있는 게임들도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친구’ 십 수 명만 확보하면, 이들에게 계속 중복해서 초대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대부분의 보상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 번 초대 메시지를 보낸 친구에게는 30일 내에 다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제한이 생기면서, 십 수 명이 아닌, 수 십, 수 백 명의 친구가 필요해졌다. 이에 게임 초대를 보낼 만한 친구가 부족한 유저들은 편법임을 알더라도 유령방의 유혹에 이끌리기 십상이다.

유령방을 공유한다는 내용의 블로그 게시글들은 거의 매일 갱신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어떤 블로그는 블로그 지수를 높이기 위해 댓글과 공감을 남긴 유저만 유령방에 초대하기도 한다.

단순히 차단으로는 유령방 확산 막을 수 없다

유령방의 이용이 확산되자 카카오는 카카오톡 게임하기에 입점한 개발사들과 논의를 거쳐, 일정 기간 사용 이력 여부를 기준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유령 아이디 제재를 시작했다. 그 결과 ‘Navyya’, ‘chodae’ 등 널리 알려진 유령 아이디들부터 검색이 막혀 친구로 추가할 수 없게 됐고, 곧 게임 내 친구목록에서 제외되는 등의 조치가 적용됐다. (☞ 관련 기사)

하지만 유령방은 여전히 퍼지고 있다. 과거 사용하던 스팸 리스트를 모아서 공유하거나, 아예 편법으로 유령 아이디를 새로 만들어서 공유하는 식이다. 한 유저는 “다들 쓰는데 나만 안 쓰면 손해 보는 느낌이다. 초대 이벤트처럼 유령 아이디 사용을 부추기는 장치들에 대한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유령 아이디를 계속해서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게임업계에서도 유령방이나 스팸 리스트 같은 부작용을 막으려면 단순히 제도적으로 친구초대를 제한하거나, 유령 아이디를 삭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단순히 유령방만 막는다고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보지 않는다. 카카오 측이 iOS 게임센터처럼 실제 게임 유저들이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매일 새로운 유령 아이디가 나타나 공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