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디’와 ‘사가’ 상표권 실력행사로 구설수에 오른 킹(King.com)이 게임을 베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킹이 인디 개발자의 플래시게임을 카피해 출시했다는 주장이다.
24일 인디 개발자 매튜 콕스(Matthew Cox)는 5년 전인 2009년 킹이 자신의 게임을 카피해 <팩-어보이드>(Pac-Avoid)라는 게임을 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팩-어보이드>의 팩(Pac)이 남코의 <팩맨>과 유사한 의미로 쓰인 단어라며, 최근 킹이 ‘캔디’와 ‘사가’ 상표 등 IP(지적재산권)에 집착하는 것과 대비되는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왼쪽이 매튜 콕스가 만든 <스캠퍼고스트>, 오른쪽이 킹의 <팩-어보이드>.
매튜 콕스는 개인 사이트(//junkyardsam.com/kingcopied/)에 과거 자신이 만든 플래시게임 <스캠퍼고스트>와 킹의 <팩-어보이드>의 화면을 자세히 비교해 올리며 주장의 근거를 제시했다. 자료를 살펴보면 메인 메뉴부터 게임 안내, 유저 인터페이스, 게임 플레이, 게임 오버 화면의 유사점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매튜 콕스는 2009년 <스캠퍼고스트>의 퍼블리싱에 대해 킹과 협상을 진행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협상 중에 다른 퍼블리셔로부터 더 좋은 제안을 받아 킹에게 감사의 뜻을 표시하고 정중하게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매튜 콕스는 킹이 다른 개발자를 고용해 <스캠퍼고스트>를 베낀 다음 한 발 앞서 출시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인디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한바탕 논란이 일어나자 킹의 라이선스 담당자가 매튜 콕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내용은 “플래시의 세계는 비슷하게 보이는 게임들로 가득하다”는 입장이었다.
매튜 콕스가 자신과 협상했던 킹의 라이선스 담당자로부터 받은 이메일.
킹의 이메일에 상처받은 매튜 콕스는 <팩-어보이드>를 만든 개발자를 찾아내 킹이 카피를 맡겼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매튜 콕스가 공개한 이메일을 보면 <팩-어보이드> 개발자가 킹으로부터 <스캠퍼고스트>를 베껴달라는 제안을 받은 것으로 나와 있다. 먼저 출시해야 한다는 요구도 확인됐다.
<팩-어보이드> 개발자는 킹으로부터 ‘원래 <스캠퍼고스트> 개발자들과 계약을 맺었는데 그들이 더 좋은 조건에 이끌려 빠졌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매튜 콕스는 킹과 어떠한 계약도 맺은 사실이 없으며, 킹과 라이선스 담당자가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인디 개발자들을 갖고 놀았다고 주장했다.
<스캠퍼고스트>를 베껴 <팩-어보이드>를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받았던 개발자의 이메일.
매튜 콕스는 “<스캠퍼고스트>는 세상에서 가장 새로운 게임은 아니다. 확실히 <팩맨>의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나는 벽을 없애고 마우스로 피하도록 만드는 등 최소한 고유의 방향을 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그런데 킹은 다른 사람의 지적재산권은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으면서 이제 와서 캔디 상표권을 등록하고 법적인 힘을 앞세워 인디 개발자들을 상대하고 있다. 이는 이중잣대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킹은 25일 북미 게임매체 ‘게임인포머’의 입장 표명 요청에 응했다. 킹의 대변인은 게임인포머에 보낸 이메일에서 “킹은 다른 사람들의 게임을 베끼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와 다른 이들의 지적재산권이 소중하며, 적절하게 보호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다른 개발자들의 지적재산권와 권리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대변인은 “우리는 게임을 론칭하기 전에 시장에 있는 다른 게임들을 조사해 보고, 상표 등록 상황도 살펴본다. 우리가 다른 이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다”고 덧붙였다.
입장 표명과 함께 킹은 <팩-어보이드>를 온라인 아케이드게임 서비스에서 내렸다고 전했다. “이번 경우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5년 전 외부 개발사가 만든 게임을 뺐다”는 게 삭제의 이유다.
<스캠퍼고스트>(왼쪽)와 <팩-어보이드>(오른쪽)의 게임 화면 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