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열린 오큘러스 VR 네이버 카페 모임에서 오큘러스 리프트 전용 게임 <이브: 발키리>가 깜짝 공개됐습니다. 원래는 가상현실 게임을 연구하기 위해 개발된 게임이었는데, 해외 체험회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정식 라인업으로 발전하게 됐죠.
개발 버전이라서 1:1 PvP 콘텐츠밖에 체험할 수밖에 없었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우주 정거장에서 출격해서 상대를 격추할 때까지 시종일관 ‘일체감’이 유지됐거든요. 진짜 조종석에 올라타서 싸우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고요. /디스이즈게임 전승목 기자
평범한 비행 슈팅? ‘일체감’만큼은 발군
게임 방식은 아주 간단합니다. ‘우주 공간에서 적을 찾아내 유도 미사일을 쏘고, 유도 미사일을 다시 쏠 수 있을 때까지는 기총을 난사해 적을 파괴한다.’ 이게 끝입니다. 일반적인 3D 비행슈팅과 크게 다르지 않죠.
다만 와 닿는 감상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모니터 너머로만 게임 속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일반 비행슈팅과 달리, <이브: 발키리>를 할 때는 110도의 시야각과 3D 입체 화면을 제공하는 오큘러스 리프트로 게임 속 세계를 바라보거든요.
실제로 플레이하면 110도 이상의 시야각과 3D 입체화면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폭넓은 시야각은 플레이어에게 모니터 너머로 게임 속 세계를 바라보고 있다는 감각을 없애버립니다. 눈앞에 탁 트인 게임 속 우주 공간을 보며 자기 자신이 조종석 안에 타고 있다고 실감하게 되죠.
3D 입체화면은 상대방의 공격과 자기 우주선에 부딪치려는 장애물이 실제로 내게로 다가온다는 착각을 일으킵니다. 이 착각은 운석과 폐기된 우주 정거장 사이를 곡예 비행하듯 지나면서 적과 싸우는 긴장감을 극도로 높여줍니다. 본인의 우주선 위로 적이 스쳐갔을 때는 아찔한 느낌조차 들더군요.
결과적으로는 폭넓은 시야가 주는 실감과 3D 입체화면이 주는 긴장감이 어우러져, 마치 자기가 게임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일체감’이 형성됩니다. 신기한 기분도 들고 다른 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신선함도 느껴져서 계속 체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날 정도로요.
3D 입체화면 덕분에 긴장감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특히 운석 사이를 곡예비행할 때는요.
<이브: 발키리>의 개발사 CCP는 플레이어의 일체감을 높이기 위해 조종석 디자인에 공을 들였습니다. 나중에 체험할 일이 생긴다면 게임 시작 전에 조종석 안을 둘러보세요. 눈앞에는 우주선을 그럴싸하게 형상화한 홀로그램이 떠다니고, 옆면에는 디지털 방식의 계기들이 바삐 돌아갑니다. 조종석을 한 번 살펴보면 우주선 안에서 싸운다는 실감을 한층 더 느낄 수 있습니다.
아래를 바라보면 조종 레버와 페달을 밟고 있는 캐릭터의 몸체도 살펴볼 수 있는데요, 이 때 캐릭터와 똑같은 자세로 앉아 보세요. 일체감이 2배가 되고 게임이 더 재미있어질 겁니다.
게임을 즐기는 올바른 자세. 등을 살짝 의자에 기대고, 발을 11자 모양으로 자세를 잡으면 됩니다.
고개를 돌려 미사일을 조준! 시야 싸움의 묘미
<이브: 발키리>는 일체감만 잘 살린 게임이 아닙니다. 고속으로 이동하는 적을 유도 미사일 범위에 들어오도록 추격하고 격추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무엇보다 미사일을 조준하고 쏠 때의 감각이 색다릅니다. 왼쪽 트리거를 누른 채 적 기체를 바라보면 유도 미사일이 조준되는 방식인데요, 고개를 돌리는 방향으로 시점이 움직이는 오큘러스 리프트의 ‘헤드 트래킹’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보면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조작 방식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일부 공상과학물이나 메카닉 애니메이션에서는 주인공의 고개 방향이나 눈동자 방향을 인식해 유도 미사일을 조준하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이브: 발키리>에서 미사일을 조준할 때마다 그런 멋진 장면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미사일 발사 장면. 공상과학물처럼 고개를 돌리는 방향으로 미사일을 조준할 수 있습니다.
적이 약간 측면으로 빠져도 상관없습니다.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미사일을 조준하면 그만이니까요.
덤으로 고개를 돌리는 방향으로 미사일이 조준되니 싸우기 쉬웠고요. 굳이 상대 비행기를 잡기 위해 우주선 방향을 복잡하게 조작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조종석 덮개 너머로 적이 보일 정도로만 조작하면 누구나 쉽게 미사일을 조준하고 적을 격추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한편으로는 나름대로의 깊이도 구현돼 있었습니다. 비행 시뮬레이션에서 승패를 가르는 시야 싸움이 일부 구현돼 있거든요. <이브: 발키리>는 1인칭 시점으로만 진행되므로 투명한 조종석 덮개 너머의 광경만 눈에 보이지, 우주선 뒷면이나 아랫면에 있는 적은 안 보입니다. 미사일 조준도 안되고요.
이에 따라 상대방이 본인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도 없고 절대 반격할 수도 없는 꼬리 날개 뒤편의 공간, 일명 ‘데드 식스’로 불리는 사각지대에 파고들어가는 공략법을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조종 실력이 좋다면 적의 배후로 접근해 공격하길 추천합니다.
데드 식스로 파고든 적을 반격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애프터 버너를 끄고 감속해서 상대 우주선이 자신을 지나치도록 유도하고, 자기 우주선을 180도 회전시켜 유도 미사일 조준 범위에 넣는 방법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우연히 이 방법으로 상대를 격추해봤는데 보통 긴장감 넘치는 일이 아니더군요.
물론 시야의 사각지대로 파고들어 공격하는 방법, 우주선을 뒤집어 반격하는 방법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려면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플레이어의 조작 실력을 뽐낼만한 요소가 구현돼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였습니다.
우주선 위로 적이 스쳐갈 때가 가장 긴장됩니다. 어떻게 조작하냐에 따라 꼬리를 잡힐 수도, 잡을 수도 있으니까요.
정식 버전이 기대되는 오큘러스 리프트 전용 게임
개발 버전인데도 <이브: 발키리>의 첫인상은 딱히 나무랄 데가 없었습니다. 공상과학물에 어울릴 법한 우주 전투를 일체감을 느끼도록 만들었으니까요. 조작이 쉬운 한편 실력을 뽐낼 만한 요소가 구현돼 있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고요.
<이브: 발키리>는 앞으로 더 발전할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오큘러스 리프트 HD V2 모델로도 만족스러운 그래픽에 멀미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앞으로 나올 오큘러스 리프트는 보다 선명한 화면을 제공하고 멀미 현상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선된다고 하니까요.
멀미 현상이 개선된 ‘크리스탈 코브’로 플레이한다면 더욱 부담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여기에 색다른 콘텐츠가 추가된다면 금상첨화겠죠. MMORPG <이브 온라인>과 1인칭 슈팅게임 <더스트 514>를 연동시키는 파격적인 시도를 했던 CCP가 <이브: 발키리>를 개발하고 있으니, 하드코어 유저를 위한 콘텐츠도 기대해 볼 수 있을 듯합니다.
개발 버전에서 제공한 일체감을 그대로 유지한 채, 하드웨어 개선으로 더욱 멋진 볼거리를 제공하고 독특한 콘텐츠를 더해준다면 바랄 것이 없겠네요. 하루 빨리 오큘러스 리프트 소비자 제품과 함께 <이브: 발키리> 정식 버전이 출시되길 바라며 체험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