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열린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하 중독법)의 2차 공청회 회의록이 국회를 통해공개됐다. 공개된 회의록에는 진술인 발표 외에도, 방청이 허용되지 않았던 상태에서 진행됐던 질의응답이 담겨 있다. 과연 비공개 질의응답 시간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까? 회의록의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 질의응답 전문을 보고 싶은 분은 아래 기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중독관리위원회, 교통정리 기관인가? 정책 중복인가?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
김현숙
의원
: 여성부 조사결과, 학부모 대부분이 과몰입 현상에 동의하지 않고 그저 아이가 게임을 많이 하는 정도로만 인식한다고 나왔다. 문제 있는 사람을 돕기 위해 이와 같은 법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반대 측은 어떻게 생각하는가?그리고 찬성 측에게 질문하겠다. 국가가 중독을 총괄하는 중독관리위원회가 꼭 필요한가?
이동연 교수: 이 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이것이 제정될 경우 게임에 대한 정체성과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게임중독 현상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이러한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법이 생김으로써 게임을 규정하는 무언가가 게임의 본질에 훼손을 일으킨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해국 교수: 그것이 필요한 것은 중독 문제가 그렇기 때문이다. 국민 90%가 술을 마시지만 알코올중독은 5%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취약한 개인 때문에, 24시간 술을 살 수 있는 환경 때문에, 그리고 술 자체의 중독성 때문에 그렇다. 원인이 많으니 관계 부처도 많다. 결국 각 부처가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이것은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 실제로 청소년 인터넷중독은 부처별로 기준도 다르고 조사도 다르고 결과도 다르다.
민주당 남인순 의원
남인순 의원: 반대 측에 묻겠다. 게임이나 미디어 콘텐츠를 알코올, 마약, 도박과 묶어 통합 관리하는 체계에 반대한다고 했다. 그러면 인터넷게임이나 미디어 중독에 대한 개별적인 조직은 찬성하는가?
박종현 교수: 그렇다. 다만 지금도 이미 부처별로 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미 관련 시스템이 있는 상황에서 이를 다시 합치고 그 위에 전체 계획을 수립하는 컨트롤 타워를 만드는 것이 필요한지 의문이다.
남인순 의원: 이해국 교수에게 질문하겠다. 법안은 인터넷게임이나 미디어 콘텐츠에 노출되면 어떤 중독을 일으킨다는 의미인가? 이것을 중독물질로 볼 수 있는 것인가?
이해국 교수: 인터넷중독인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 비교하면 사용시간이 두세 배 차이 난다. 중독이 높은 아이들은 포르노 콘텐츠하고 RPG를 많이 이용한다. 이는 어떤 콘텐츠에 얼마나 노출되느냐에 따라 아이가 중독되는 정도가 다르다는 의미다. 물론 여기에는 심리 상태나 가정 환경도 영향을 준다.
이 법은 어떤 원인물질을 정의한 것이 아니라, 이런 아이를 치료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특정 콘텐츠를 처벌해야 한다면 명확히 명시했을 것이다. 하지만 중독될 수 있는 성향을 가진 콘텐츠가 많기 때문에, 그런 것을 포괄적으로 정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최동익 의원
최동익 의원: 알코올 같은 ‘서브스턴스 어뷰즈’(substance abuse, 약물남용)와 인터넷게임의 중독을 동일시한다는 지적은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대법원에서 도박을 정의할 때 판돈을 기준으로 했듯, 중독도 ‘서브스턴스 어뷰즈’와 ‘비헤이비어 어딕션’(behavior addiction, 행위중독)을 구분하면 동의할 수 있는가?
박종현 교수: 그렇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사회과학이나 문화 인사, 일반 시민들의 의견도 수렴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위해서는 중독별로 기관이 분리된 현재의 시스템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이동연 교수: 잠깐 내 의견을 말하자면, 법 안에서 서브스턴스 어뷰즈와 비헤이비어 어딕션 구분하는 순간 게임은 중독물질로 규정된다. 게임은 마약과 달리 감성적∙정서적 남용이 있기 때문에 다른 3가지와 구분된다. 다른 것과 동급으로 취급될 수 없다.
“객관적 정의가 필요하다” VS “법 성격 상 충분하다”
류지영 의원: 중독법 반대 이유 중 하나가 통계와 근거가 객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함에 있어 의학적∙과학적 근거가 명확한 것이 없어 이를 빼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두 번째로 경수근 변호사에게 질문이다. 중독법 반대하는 사람들의 다른 논거로 ‘산업을 규제하는 법이다’는 시각이다. 법률전문가로서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새누리당 류지영 의원
이해국 교수: 통계 문제는 동의한다. 한국에서 알코올중독을 제외한 모든 중독∙과용에 대한 통계는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 이는 중독마다 주무부처가 다르고 조사 방법과 도구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최소한의 역학조사나 실태조사를 위해서라도 통합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의학적 근거에 대해서는, DSM-5 개정판에서 주목해야 할 것이 인터넷게임 장애가 리서치 섹션(Research section)이 된 것이다. 이는 의학적 근거는 충분하나 세계적으로 통일된 기준이 없으니 연구해서 포함시키자는 말이다. 문제는 이것이 인터넷이 보급되어 있지 않은 나라에서는 100년이 지나도 기준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전 세계에 인터넷중독 환자가 생기기를 기다리자는 이야기다.
경수근 변호사: 규제 논란은 14조 광고 제한 내용 때문에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이 조항은 중독 피해가 예상되거나 폐해가 발생할 경우에 국한된 것이다. 비슷한 내용이 있는 게임법이나 청소년 보호법도 기본법인데, 이 법을 규제법이라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더군다나 게임법에 있는 것은 중독이 아니라 과몰입에 대한 것이다. 서로 다른 대상을 목적으로 하는데 중복규제라고 하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법무법인 인앤인 경수근 변호사
이언주 의원: 중독에 대해 명확하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중독이라는 개념은 사회적으로 굉장히 나쁜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낙인효과도 고려해야 한다. 법적으로 명확한 정의와 다른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해국 교수: 이 법은 의료행위에 대한 법이 아니다. 오히려 공중보건학적 접근을 위한 법이다. 지금도 병원에 중독이라며 아이들이 찾아온다. 법 자체는 이들이 뭘 반드시 해야 한다는 조항이 없다. 그렇기에 중독이라는 것을 정의할 때 오용하고 남용해서 신체적∙정신적으로 기능이 저하된 상태라는 정도가 적절하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
이언주 위원: 마약 중독이라고 할 때 여기에는 화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있다. 하지만 콘텐츠는 그런 명확한 것이 없다. 콘텐츠 중독을 말할 때 단순 마니아 수준인 것도 있고, 병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어떻게 계량할 것인가?
이해국 교수: 정신∙행동 질환 자체가 계량화해 진단하기 어렵다. 우울증만 하더라도 조사표 몇 점 이상 사람을 모두 우울증이라고 할 수 없다. 그래서 인터넷게임 장애도 의학적, 보건학적으로 충분히 입증됐느냐가 합의되면 이것을 법안에 포함시켜 전문가 서비스를 받게 하는 것이 디퍼런트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이동연 교수: 나는 이언주 의원의 말이 핵심 같다. 법이라면 통계나 정의, 기준이 명확해야 하는데 이 법은 어느 하나 명확한 것이 없다.
문화를 연구하는 사람 입장으로서 마약∙알코올∙도박 중독하고 게임의 중독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한다. 게임에 몰입이라는 말을 쓰는 이유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정서적∙쾌락적∙감각적 행복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4개를 같은 법으로 묶어 하나의 기준으로 한다는 것이 타당한가 문제시하는 것이다.
한국예술종합대학교 이동연 교수
“게임을 알코올∙마약∙도박과 분리하자”
김용익 의원: 이해국 교수에게 질문하겠다. 게임중독을 중독이라고 규정하는 것이 중요한가, 아니면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한가?
이해국 교수: 정의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김용익 의원: 이동연 교수에게 질문하겠다. 과몰입이든 중독이든 지나치게 게임에 몰입해 일상생활이나 학업에 지장을 주는 이러한 상태가 실제로 존재하는가?
이동연 교수: 일부 존재한다. 그리고 이것에 대해선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김용익 의원
김용익 의원: 찬성 측에게 질문한다. 법에 게임이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가? 대표적인 중독인 흡연은 여기 없다. 나는 이 법이 주요 중독을 뽑아 관리하자는 법으로 이해되는데, 게임이 굳이 여기 들어가야 하는가?
이해국 교수: 나는 마약이 빠지더라도 게임중독은 꼭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도 마약과 동일하게 취급했다고 말하니, 차리리 마약을 빼더라도…. 왜냐하면 보건학적 가치와 그 중요성과 사회적 폐해로 봤을 때, 가장 국민들이 시급하다고 알고, 또 믿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형태로든 게임중독에 대해 이 법과 준하는 수준의 무언가가 마련된다면 그것은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용익 의원: 인터넷게임 중독은 다른 중독과 약간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를 한 법에서 관리하느냐, 아니면 별도 법을 만들어야 하느냐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리하면 찬성 측은 정의보다 치료가 중요하다고 하고, 반대 측도 피해자가 있다고 인정한다. 그러면 양쪽이 합의할 수 있는 곳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논란이 과열돼 원래 의도에서 벗어난 것 같다. 모두 차분히 대화했으면 좋겠다. 만약 게임중독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 있다면 별도 법도 고려했으면 좋겠다.
가톨릭대학교 이해국 교수
신의진 의원 “중독법은 정책 중복이 아니다”
신의진 의원: 이동연 교수에게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다. 만약 13조와 14조가 있기 때문에 규제적 성격이 있다면, 이것을 수정하고 규제 내용이 없어진다면 법안에 동의하겠는가?
이동연 교수: 나는 법의 최소화를 주장하는 사람이다. 13·14조는 지엽적인 문제다. 오히려 이 법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법 자체가 가지고 있는 낙인효과다.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
신의진 의원: 이 법은 중독 치료에 대한 법이다. 현재 이에 대한 제대로 된 국가적 기반이 없는 상태다. 내가 볼 땐 너무 중독이라는 말이 얽매여 낙인이 크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만약 법이 가진 규제적 성격이 강하다면 나는 이를 완화할 마음이 있다.
그리고 아까 통합위원회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 이 법은 산업을 다 규제하고 통합하자는 것이 아니라, 현존 시스템을 유지한 채 각 부처에서 치료나 예방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위원회에서 보건의학적으로 타당한지 논하겠다는 것이다.
박종현 교수: 그것을 말했기에 중첩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기존 체제에 상위 컨트롤 타워를 두는 것 아닌가? 계획 수립하고 그 다음 중앙기관에게 계속 수립 명령하고, 그리고 정책이 어떻게 실현되었는지 점검하는 것이 컨트롤 타워가 아니면 무엇인가.
신의진 의원: 산업 진흥이나 이런 것은 각 부처에서 하던대로 하고, 이 법은 지금까지 부족했던 보건의학적 관리를 논의하는 위원회를 만들겠다는 것인데 이게 왜 중첩인가?
유재중 소위원장: 이것은 양측의 해석과 생각 문제니, 서로 상대를 설득하려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국민대학교 박종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