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게임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흥미 있는 게임으로 환자의 적극적인 협조를 유도하는 방법은 물론, 기존 치료법으로는 도울 수 없는 환자를 게임으로 치료하는 방법도 나타났다. 먼저 환상통(phantom limb pain)이란 증세를 게임으로 치료하는 영상을 확인하자.
비디오 게임을 이용한 환상통 치료법
지난 2월 18일 공개된 이 영상은 환상통을 비디오게임으로 치료하는 연구를 담고 있다. 연구는 스웨덴의 살그렌스카 대학 병원의 '맥스 오르티즈 카탈란(Max Ortiz-Catalan)' 박사가 주관하고 있다.
환상통이란 부상이나 질병으로 절단해 없어진 부위에서 통증을 느끼는 증상을 뜻한다. 가령 다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종아리가 아프다고 느끼는 것이 대표적이다. 자세한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뇌가 신체 일부분을 잃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생기는 질환이라는 학설이 있다.
현대 의학에서는 환자의 뇌가 신체 일부분을 잃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방법으로 환상통을 치료한다. 거울 칸막이가 장착한 상자에 잘리지 않은 환자의 손을 넣다 빼서, 반대쪽 손이 생겼다 없어졌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거울 치료법'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그러나 '거울 치료법'은 양팔, 양다리가 잘린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다. 거울로 비출 신체 부위가 아예 없으니 잘린 부위를 허상으로 보여줄 도리가 없어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맥스 박사는 비디오게임 그래픽으로 환자의 팔다리를 재현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또한 환자가 절단되고 남은 팔만으로 게임 속의 차를 조작하는 미니 게임도 만들어뒀다. 이 미니 게임은 남은 팔의 근육만 이용해도 실제 손으로 차를 조작하는 듯한 착각을 주도록 개발됐다. 이를 통해 환자에게 한순간 팔이 다시 생겼다 없어졌다 하는 감각을 주고 환상통을 치료하는 것이 맥스 박사의 계획이다.
맥스 박사의 환상통 치료법은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상태다. 현재는 환자 1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효과가 있는지 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이후에는 3~4명의 환자에게 적용할 예정이다. 그는 "몇 개월 동안 15~20명의 환자에게 실험한 후 치료법이 정말 효험이 있는지 결과는 내겠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연구 진행, 키넥트로 뇌졸중 환자 재활 돕는다
국내에서는 Xbox360 동작인식 주변기기 '키넥트'를 활용해 뇌졸중 환자의 재활을 돕는 연구가 시행되고 있다. 이 연구는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백남종 교수가 주관하고 있다. 이 사실은 지난 2월 20일 연구 기술을 제공한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아시아'에 의해 공개됐다.
뇌졸중은 뇌 기능에 부분적으로, 혹은 전체적으로 급속하게 장애가 발생하는 증상을 뜻한다. 증상 발현 후 3시간 이내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는 위험한 증상이다.
뇌졸중에서 살아남은 환자는 거동이 불편해지거나 신체 일부를 움직이지 못하는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환자의 상태를 고려한 재활 프로그램이 수행되야 하고, 그 이전에는 환자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백남종 교수는 환자의 상태를 평가하는 방안으로 '키넥트'를 지목했다. 약 48개의 관절 움직임을 포착하는 키넥트라면 환자의 운동 능력을 충분히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현재 백남종 교수는 키넥트로 뇌졸중 환자의 상태를 판단하는 법 3가지를 정립했다. 첫째는 환자가 키넥트 앞에서 손을 움직여 가상의 정육면체를 옮기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이다. 둘째는 환자가 의사의 행동을 따라하도록 유도하고 그 움직임을 키넥트로 포착해 운동 능력을 평가하는 프로그램이다.
마지막은 환자가 키넥트 앞으로 뻗은 손을 움직여 화면 속의 우주선을 조종하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환자의 운동 상태를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환자의 흥미를 유도해 더 적극적으로 치료에 응하도록 만든다는 이점까지 갖췄다.
연구를 도운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아시아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연구하는 키넥트 치료법은 집안에서도 시행 가능하다. 치료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데에 큰 공헌을 할 것"이라며 치료법의 장점을 높이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