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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GDC 2014] 물오른 사실감! 잔상 없고 몸짓도 인식하는 오큘러스 리프트 ‘DK2’

카메라 추가로 상반신 움직임까지 인식, 2014년 7월부터 DK2 판매

김승현(다미롱) 2014-03-20 01:02:29
3D 헤드마운티드 디스플레이 ‘오큘러스 리프트’의 최신 버전이 GDC 2014(Game Developers Conference 2014)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 새로 공개된 오큘러스 리프트 DK2(이하 DK2)는 머리만이 아니라 몸의 움직임까지 인식하는 ‘포지셔널 트래킹’, 그리고 향상된 해상도와 줄어든 잔상이 특징이다. 과연 오큘러스 VR의 이러한 설명은 진짜일까?  DK2를 직접 체험해봤다. /샌프란시스코(미국)=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몸의 움직임까지 인식한다, 물오른 사실감


DK2의 겉모습은 지난해 3월 배포된 ‘오큘러스 리프트 개발자 키트’(이하 DK1)와 크게 다르지 않다. 눈에 띄는 것은 보다 정돈돼 보이는 디자인이었다. DK1의 사다리꼴로 넓어지던 전면부의 모습은 DK2에서 직사각형에 가깝게 바뀌어 비슷한 부피임에도 훨씬 간결한 느낌을 주었다. DK1에 딸려 있던 외부단자가 디스플레이에 통합된 것도 플러스 요인이었다. 기기를 들어보았다. 기존보다 무게가 20~30g 정도 무거워졌다곤 하지만, 크게 체감되는 편은 아니었다.

기기를 직접 써보았다. 고개를 좌우로 흔드니 화면에 보이는 영상도 그에 맞춰 따라왔다. 흔드는 속도를 빨리 했지만 우려했던 잔상’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몸을 앞으로 기울이니 화면도 몸짓을 따라 비스듬히 ‘바닥을 보여줬다. 한번 일어나볼까? 몸을 일으키자 화면에 경고 메시지가 표시됐다. “아직 체감형 게임기 수준은 아니죠.” 디스플레이 너머로 오큘러스 VR 관계자의 웃음기가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왼쪽부터 DK1과 DK2.

DK1과 DK2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동작인식 기능의 적용방식 변화다. DK1의 경우, 기기에 내장된 자이로 센서로 머리의 움직임만을 재현했다. 고개를 흔드는 것은 그대로 반영되지만, 몸을 움직이는 행동은 기껏해야 머리의 각도만 재현되는 식이었다.

DK2에서는 인식 범위가 상반신까지로 더 넓어졌다. 유저 앞에 설치된 외부 카메라를 통해 머리와 움직임을 감지하고 화면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덕분에 몸을 좌우로 흔들거나 비스듬하게 기울어도 실제와 같은 시야 의 변화를 체험할 수 있었다. DK2를 착용하다가 DK1을 사용하면 적응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센서(카메라)가 외부에 있기 때문에, 시야각 밖으로의 움직임은 재현되지 않는다. 카메라가 발달하거나 동작인식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움직임이 큰 체감형 게임은 즐기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기존 PC·콘솔 게임처럼 의자에 앉아 즐기는 방식이라면 지금 구현된 기능으로도 충분해 보였다.


DK2의 동작인식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외부 카메라.

화면의 질이 좋아진 것도 눈에 띄었다. 가장 환영할 만한 변화는 이제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된 잔상이다. DK1의 경우 급격한 시야 이동 시 화면의 일부가 뭉개지고 합쳐지는 잔상 현상이 있어 집중을 방해했다. 하지만 새로 나온 DK2는 앉은 자리에서 ‘헤드뱅잉’이라도 하지 않는 한 잔상을 볼 일이 없었다.

다만 기존보다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모니터로 보는 것보다 한 단계 낮은 화질로 보이는 영상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았다. 실제로 모니터 화면에서는 실제처럼 보이는 그래픽도 DK2로 바라보면 여전히 계단 현상이 나타났다. 물론 이것은 원본의 그래픽이 좋을수록 드러나지 않는 단점이지만, DK2가 가상현실 기기라는 점을 생각하니 그것이 작아 보이지는 않았다.


직접 DK2를 체험하고 있는 다미롱.


‘가상현실 속 게임’으로 멀미를 줄인다


GDC 2014에서는 DK2 외에도 오큘러스 리프트를 이용한 다양한 가상현실 게임의 기술데모가 공개됐다. 새로 공개된 데모에서 눈에 띄었던 것은 시야와 움직임의 분리였다.

이번에 새로 선보인 기술데모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가상공간에 놓은 입체 지형도를 조종해 적을 무찌르는 타워 디펜스형 게임이었고, 다른 하나는 눈앞에 보이는 조그마한 여자 인형으로 상대를 쓰러트리는 대전 게임이었다.

두 게임 모두 유저는 ‘조종자 + 관찰자’의 시점으로 게임에 참가한다. 타워 디펜스형 게임에서 유저는 마치 입체 지형도를 내려다보는 위치에 있다. 눈앞에 양팔을 벌린 너비의 입체 지형도가 있어 미니어처 게임을 하는 느낌도 들었다. 유저는 이러한 시점에서 다양한 마법(?)을 사용해 쳐들어오는 적을 무찔러야 한다. 시야 이동이 가능한 쿼터뷰 시점에서 마법을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대전 게임은 의자에 앉아 조이패드를 쥐고 있는 사람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유저의 앞에는 테이블과 다른 유저가 있고, 테이블 위에는 무릎 높이의 여성 인형(?)이 생성된다. 유저는 (현실의) 조이패드를 이용해 로봇을 조종해 대전에서 승리해야 한다. 눈앞에서 인형들이 싸우는 만큼, 유저의 무릎이 전장이 되거나 유저가 앉은 의자를 사이에 두고 뱅글뱅글 돌며 전투가 벌어지는 등의 상황이 연출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두 게임 모두 공통적으로 ‘가상현실 속 게임의 방식으로 멀미를 없앴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과거 오큘러스 리프트용 게임으로 나왔던 <둠3 BFG>의 경우, 게임 속 캐릭터의 격한 움직임과 의자에 앉아 있는 현실과의 괴리감으로 멀미가 나기 쉬웠다. 하지만 이번에 선보인 두 데모는 유저의 아바타를 가상현실에 구현했음에도, 아바타와 게임의 움직임을 분리하는 식으로 멀미를 없앴다.

특히 두 번째 게임은 의자에 앉아 조이패드를 잡고 있는 유저의 실제 상황에 맞춰 아바타를 설정하고, 실제와 유사한 가상공간 안에 대전 게임을 하는 식으로 멀미와 사실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존 카멕의 오큘러스 리프트용 게임을 기대해 달라. DK2는 7월부터 판매”




다음은 GDC 2014 현장에서 진행한 오큘러스의 창립자이자, 오큘러스 리프트의 개발자인 ‘파머 럭키’(위 사진)와의 일문일답이다.

시제품(DK1)이 배포된 지 1년이 다 되어 간다. 그동안의 성과가 궁금하다.

파머 럭키: 총 6만 대의 개발자 키트(DK1)가 판매됐다. 물론 이런 성과 외에도, DK2를 보면 알겠지만 많은 기술적 발전이 있었다.


이번에 선보인 DK2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달라.

DK2는 올해 1월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선보였던 ‘크리스탈 코브’의 개선판이다. DK2는 머리의 움직임만 인식하던 DK1과 달리, 머리와 상반신의 움직임까지 모두 인식하는 포지셔널 트래킹 방식을 사용해 보다 사실적인 영상을 보여줄 수 있다. 동작인식 방식이 바뀐 만큼, 기존과 달리 동작을 인식할 외부 카메라가 추가됐다. 그렇다고 기기의 가격이 급격히 오르진 않았으니 안심해 달라.(웃음)

해상도나 시야에 있어서는 많은 변화가 있다. DK2는 일반 HD였던 DK1과 달리, 1920X1080의 풀HD 해상도를 지원해 화질이 더 좋아졌다. 시야는 기존 상하 90˚, 좌우 110˚에서 상하좌우 100˚로 변경되었다. 참고로 새로 추가된 카메라는 동작인식 범위가 상하 55˚, 좌우 75˚다.


DK2의 전신 ‘크리스탈 코브’.


최근 DK1의 핵심 부품이 단종돼 생산이 중단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렇다면 앞으로 배포되는 오큘러스 리프트는 DK2가 되는가? 

앞으로는 DK2가 판매될 예정이다. DK2의 등장으로 동작인식 메커니즘이 바뀌었고, DK1은 핵심 부품 중 하나가 단종돼 새로 설계하지 않는 한 기존의 방식으로는 생산할 수 없다. 참고로 DK2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2014년 7월부터 판매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을 부탁 드린다.


확실히 DK1에 비해 DK2 해상도가 좋아졌지만, 여전히 오큘러스 리프트의 화질은 모니터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인정한다. 다만 고려했으면 하는 것은 오큘러스 리프트는 헤드마운티드 디스플레이라는 특성 상 모니터보다 작은 화면에 더 넓은 것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런 만큼 동일한 디스플레이 성능으로는 모니터에 비하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가상현실에서 사실성은 중요한 문제고, 빼어난 그래픽은 사실성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요소다. 우리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년 사이에 해상도 변화가 있었으니 앞으로도 기대해 달라. 조금만 기다려 주면 모니터같은 해상도를 선보이도록 하겠다.




타워 디펜스형 게임의 기술데모를 보니 직접 손으로 조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혹시 이에 대한 고려는 없는가?

멋진 생각이다. 실제로 ‘히드라’나 ‘마이오’ 등 손동작 등의 실제 움직임으로 게임을 조종하려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 어떤 개발자는 키넥트와 같은 기존 기기와의 결합도 연구 중이다. 모두 환영이다. 물론 우리는 어디까지나 디스플레이 개발사인 만큼 이에 대한 직접적인 연구는 아직 힘들겠지만, 기술 도움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개발자들의 도전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id소프트의 ‘존 카맥’이 오큘러스 리프트에만 전념하겠다고 발표했다. 혹시 오큘러스 리프트 전용 게임을 개발 중인가?

그는 현재 오큘러스 VR의 기술이사직을 맡고 있으며, 아쉽게도 아직은 SDK 개발에만 집중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곧 게임 개발도 시작할 예정이니 실망하진 말아 달라.(웃음)


오큘러스 리프트는 아직까지 개발자 키트만 공개되고 있다. 정식 버전은 언제 나오는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소비자용의 경우, 이번에 공개된 DK2의 핵심 기술들이 더 발전된 버전일 것이라는 것이다. 해상도와 동작인식 모든 면에서 발전된 버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