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규제하는 이유는 정부와 국회, 그리고 부모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19일 한국게임법학회는 ‘게임산업, 그 규제와 진흥의 한계’라는 주제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창립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법무법인 정진 이병찬 변호사는 위와 같이 말했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한국게임법학회 초대 회장인 법무법인 지평의 최승수 변호사와 김앤장의 신창환 변호사 등을 비롯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 엔씨소프트 황순현 전무, 중앙대학교 이장주 교수 등이 참가했다. 이들은 게임중독 규제 및 산업 규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이에 대응할지에 대해 토론했다.
“진짜 멋진 부모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롤모델이 필요하다”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이장주 교수는 중독법의 원인 중 하나로 새로운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심리적인 불안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새로운 기술이나 콘텐츠가 등장하면 사람들은 호기심과 매력, 그리고 불안감을 느끼는 게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에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것이 호기심을 뛰어넘는 임계점을 일반적으로 35세 이후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게임이 많은 규제를 받는 것도 이러한 불안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본인들은 그 새로운 기술을 감내할 수 있는 창구가 닫혀 있고, 불안에 안정의 기반인 자식이 관련돼 있기 때문에 불안이 극도에 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불안을 해소해 달라고 권력에 요청하면서 자연스럽게 게임을 규제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새로운 기술에 대한 불안은 어떤 논리적인 이유나 설명으로 잠재울 수 없는 특성이 있다. 사람들은 이러한 불안을 권력이 다스려주길 원하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규제된다는 것이다. 심리학적으로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방적인 설득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 교수는 새로운 롤모델이나 표준을 만들 것을 제시했다.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이장주 교수
그는 “부모들은 한 치 앞도 모르는 현실이 불안하고, 아이들의 미래가 불안하다. 그래서 아이들이 게임을 하는 것에 위험을 느끼는 것이다. 게다가 게임이 위험하다고 해도 무엇이 위험한지 그리고 어떻게 게임을 제재해야 하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더 불안하다. 그렇다면 실제로 멋진 부모의 모델이 무엇인지, 게임을 어떻게 하는 것이 멋진 일인지 보여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쇼핑의 큰 적은 중독성이나 유해물질이라는 편견이 아니라, 아빠와 아이, 그리고 엄마가 들고 있는 짐이라고 한다. 그래서 백화점은 이 세 가지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게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게임도 다른 관점에서 멀리서 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부모와 자식 관계가 아니라 과거 세대를 어떻게 게임에 동참시킬지 고민하고 이를 위한 바람직한 표준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게임을 규제하는 이유는 정부와 국회, 부모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정진 이병찬 변호사는 게임을 규제하는 이유는 정부와 국회, 그리고 부모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폭력적인 게임과 현실의 폭력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태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캘리포니아 주는 폭력적인 게임을 판매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고 연방 대법원에서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끊임없이 게임 규제를 공약으로 내건 국회의원 후보가 출마하고 있다. 이들은 학부모들이 청소년이 게임을 즐기는 것을 불안하게 느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인기를 끌기에 좋아 보이는 수단이다. 반면, 실제로 규제를 당하는 청소년들은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가 아니라서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학교에서 학생이 폭력사건을 일으키면 이를 인지하고 있지 못했고, 미처 제지하지 못한 학교와 방침을 준비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원인이 게임이 되면 학교에서 즐긴 것이 아니므로 책임을 쉽게 회피할 수 있는 방어수단이 된다.
학부모의 입장에서도 게임을 하지 않고 그 시간에 공부하거나 잠이라도 자서 다음날 수업에 지장이 없길 바라기 때문에 청소년 보호법을 강력하게 지지하기 좋은 구조다.
이병찬 변호사는 “이 밖에도 언론의 선정적 보도, 부모의 무지와 공포 등의 이유로 게임 규제는 날로 강해질 것이다. 무조건적인 규제를 막기 위해서는 게임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을 깨트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앞으로 게임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만들고, 게임에 가장 공포를 느끼고 있는 학부를 위한 교육도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정진 이병찬 변호사
“신의진 의원과 손인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위헌적 소지가 있다.”
법무법인 광장의 안혁 변호사는 신의진 의원과 손인춘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대해 지적했다.
안혁 변호사에 따르면, 먼저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중독법에는 인터넷 게임이 아닌 ‘인터넷 게임 등 인터넷 미디어 콘텐츠’로 표시돼 있다. 이는 게임 외에도 웹툰과 영화, 자체 제작한 영상까지도 마약이나 알코올과 같이 취급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리고 이 법률은 예방과 치료를 위한 것으로 규제하는 법률이 아니라고 했지만, 산업현장에 대한 조치를 할 수 있는 규정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법률안 제 13조 1항은 중앙행정기관에 의한 규제의 방법이나 정도에 대해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개별 법률로는 제한규정이 없지만, 이를 근거로 행정청이 입법부의 통제 없이 임의로 게임의 생산, 유통 및 판매, 판촉에 규제를 가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법률에 의한 기본권 제한이라는 법률유보의 원칙 및 포괄위임 금지의 원칙을 위반하는 위헌적 소지가 다분하다.
안혁 변호사는 이어서 손인춘 의원의 ‘인터넷 게임 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의 게임업체 매출 1% 이하 징수는 모든 게임이 일률적으로 중독성을 가진 것이 아니고, 온라인게임 개발사와 다른 게임을 개발하는 업체와의 형평성이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광장 안혁 변호사
이와 함께 안혁 변호사는 손인춘 의원 발의한 다른 법률안인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게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이 법안은 인터넷 게임에 대한 중독 지수를 개발해 중독유발지수가 높은 게임은 제작과 배급을 제한하는 법안을 제안하는 것으로 헌법상 금지되는 행정인 사전 검열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법률안에는 예방위원회가 어떻게 중독유발지수를 정할지 요건과 기준이 나와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게임업체는 중독지수에 문의가 있으면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지만, 중독유발지수가 어떻게 산정되고 어떤 타당성을 갖고 있으며 어떻게 이의를 제기해야 하는지 규정이 없으므로 명확성의 원칙을 벗어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