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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GDC 2014] 세련된 ‘체감형’ 가상현실 디스플레이, 프로젝트 모피어스 써봤더니

PS4와 대응하는 소니의 신형 디스플레이 ‘프로젝트 모피어스’ 체험기

김승현(다미롱) 2014-03-20 19:07:49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이하 소니)가 18일 깜짝 발표를 했습니다. ‘프로젝트 모피어스’(이하 모피어스)를 공개하며 가상현실 기기 시장에 뛰어들었음을 알린 거죠. 하루 뒤에 공개된 오큘러스 VR의 가상현실 디스플레이 ‘오큘러스 리프트 DK2’(이하 DK2)와 성능이 크게 차이 나지 않은 것도 화제였습니다.

그리고 GDC 엑스포가 시작한 19일. 소니 부스는 모피어스를 체험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과연 소니의 ‘비밀병기’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그리고 실제로는 어떤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직접 머리에 써봤습니다. /샌프란시스코(미국)=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멋과 실용을 겸비하다, 세련된 디자인


모피어스의 첫 인상을 표현하자면 ‘세련됐다’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완만하게 기울어진 기기의 디자인, 하얀색과 검은색이 교차하는 색상 배치는 모피어스가 아직 시제품이라는 사실을 잊게 합니다. 역시 '디자인의 소니'라는 말은 절로 나옵니다. 

디자인에서 인상적인 것은 오큘러스 리프트 DK2와 비교해 앞뒤로 조금 길어 보이는 디스플레이 부분입니다. 모피어스는 이런 구조를 이용해, 앞뒤로 디스플레이의 위치를 유저가 직접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을 넣었습니다. 


놀랍게도 이런 디자인 덕분에 안경을 쓴 사람도 화면 초점을 어렵지 않게 맞출 수 있었습니다. 적어도 시야의 초점이 맞지 않아, 어설프게 3D 효과가 나타나는 일은 없었죠. 착용감도 뛰어난 편이었습니다. 정확한 무게는 알 수 없지만, 실제 기기를 착용해본 결과 무게감이 크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소니는 이미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 ‘HMZ-T3W’를 선보였습니다. 이를 모피어스와 비교하면 가상현실을 위해 바뀐 디자인이 눈에 들어옵니다. 일단 모피어스는 눈 주변을 완전히 덮는 디스플레이 디자인을 채택했습니다. 

그리고 디스플레이를 고무와 플라스틱으로 혼합된 밴드를 이용해 머리에 고정시킵니다. 시야를 완전히 덥고, 기기도 단단히 고정되기 때문에 제자리 뛰기나 도리도리(?)같은 다소 격한 움직임도 문제없더군요. 물론 가볍고 무게중심도 맞아떨어져 액션게임을 해도 무리는 없어 보입니다.




쥐고 휘두르고 쏴라! 전용 컨트롤러로 현실감 극대화


그렇다면 실제로 어떤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을까요? 또, 그 느낌은? GDC 2014에서 소니가 가지고 나온 모피어스 콘텐츠는 모두 2개. 하나는 듀얼쇼크4(PS4용 조이패드)를 사용하는 바닷속 탐험 콘텐츠 <더 딥>이었고, 다른 하나는 PS무브(소니의 동작 인식 컨트롤러)를 이용한 <더 캐슬>입니다.

인상적인 것은 PS4 전용 컨트롤러의 활용이었습니다. 듀얼쇼크4와 PS무브는 화면 속에서 유저의 손과 무기 그 자체가 되어 사실감을 전달했죠. 가상현실을 위한 또 하나의 도구로 PS4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저는 <더 딥>에서 잠수부가 됩니다. 

손에는 수중용 조명탄이 있어 화면을 비추거나 물고기를 쫓을 수 있죠. 현실에서 이 조명탄의 역할을 수행한 것은 듀얼쇼크4였습니다. 듀얼쇼크4를 기울이면 화면 안에 보이는 조명탄도 기울어지고, 듀얼쇼크4를 든 손을 흔들면 화면 안 조명탄도 따라 움직이죠. 




<더 캐슬>에 쓰인 PS무브는 말 그대로 체감형 컨트롤러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더 캐슬>에서 유저는 PS무브를 양 손처럼 사용합니다. PS무브의 트리거를 당기면 아바타의 손이 주먹을 쥐거나 물체를 잡고, 유저는 이 상태에서 팔을 휘둘러 적절한 움직임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만약 아바타가 칼을 쥐고 있다면 유저가 팔을 휘두르는 것은 바로 칼질로 이어집니다. 아바타가 쥔 것이 칼이 아니라 연습용 허수아비라면, 허수아비는 유저가 팔을 휘두른 방향으로 날아가거나, 잡힌 부분이 뜯겨져 나갑니다.

물론 이러한 액션이 순수하게 컨트롤러와 물리엔진만으로 구현된 것은 아닙니다. 화면 속에 보이는 물체와 팔이 조금 떨어져 있어도, 손을 대면 자동으로 물체가 손에 잡히는 보정 효과가 숨어있죠. 하지만 그런 소소한 ‘NG’를 모른 척 할 정도로 PS4 전용 컨트롤러가 주는 사실감은 대단했습니다.




쪼그려 앉기도 O.K! 넓은 동작 인식 범위


물론 이러한 사실감 전달에는 컨트롤러의 활용 외에도, 모피어스와 PS4 아이의 높은 동작 인식률의 덕도 컸습니다. 모피어스의 체험은 유저가 PS4 아이 앞에 서서 모피어스를 착용하면서 시작됩니다. 절묘한 콜라보인 셈이죠.

모피어스의 자이로 센서로 유저의 머리 움직임을 감지하고, PS4 아이의 렌즈로 유저의 동작을 인식합니다. 시험 삼아 제자리에 쪼그려 앉으니 모피어스에 비쳐지는 시야도 그대로 내려갔습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그럴싸하게 표현된 아바타의 ‘쪼그려 앉은 다리’가 보였습니다. 

일어서서 좌우로 걸음을 옮기니 디스플레이의 영상도 그대로 따라옵니다. 심술이 나 제자리 점프를 해보았습니다. 급격한 시야 이동으로 화면이 뭉개지긴 했지만, 제법 그럴싸하게 시야를 따라왔습니다. 움직임과 영상의 괴리가 적어서 그런지 멀미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넓은 동작 인식 범위 덕에 마음 놓고(?) 다양한 움직임을 시험할 수 있었죠.




다만 높은 상하좌우 인식률과 달리, 전후로 움직이는 입체적인(?) 움직임은 인식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단점은 철창(?) 속에서 얌전히 바닷속을 구경하는 <더 딥>과 달리, PS무브로 칼을 휘두르고 쇠뇌를 쏘는 <더 캐슬>에서 크게 두드려졌습니다. 

PS무브를 쥐고 팔을 휘두르는 동작은 제대로 인식이 되었지만, PS무브를 앞으로 내밀며 쇠뇌 사격을 하는 장면에서는 마음처럼 아바타의 팔이 나가지 않더군요. 제자리 뛰기 같은 격한 동작도 잘 인식하다가, 간단한 팔 내밀기를 인식 못 하니 갑자기 현실감이 떨어집니다. 아마 PS4 아이로만 동작을 인식하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합니다.


모피어스의 테크 데모 콘텐츠 <더 캐슬>의 이미지.


프로그램 문제인가 시제품의 한계인가? ‘잔상’ 문제


물론 모피어스도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격한 움직임에서 나타나는 화면 뭉개짐(일명 잔상) 문제는 기기의 사실성과 피로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무거운 숙제입니다. 제가 잔상 효과를 경험한 것은 <더 캐슬>에서 칼을 휘두를 때였습니다. 

콘텐츠 구성상 격한 움직임이 많고, 높은 동작 인식률에 흥이 나서 의도적으로 큰 동작을 취하다 보니 이런 경험을 하게 되더군요. 물론 모피어스의 잔상 문제가 100% 기기의 문제라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더 딥>과 <더 캐슬> 중 잔상 문제가 나타난 것은 <더 캐슬> 뿐이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기기의 문제라기보다는 프로그램 자체의 문제라고 생각이 기울어지죠. 물론 <더 딥>의 배경이 시야가 또렷하지 않은 바닷속이기에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시야가 흐린 특성상 잔상 효과가 나오더라도 인식하지 못했을 확률이 있죠. 

다른 가상현실 디스플레이가 그렇듯, 모니터에 보이는 화면보다 한 단계 낮은 화질이 디스플레이에 출력되는 점도 극복해야 할 숙제입니다. 모니터에서는 현실과 같은 영상이 출력되지만, 정작 유저가 직접 볼 수 있는 화면은 모니터의 영상에 억지로 계단 현상을 부여한 것과 같은 영상입니다. 

아직까지 시제품임을 감안한다면 아직 개선의 여지는 남아있습니다. 정식 제품으로 선보일 때는 PS4 주변기기로 선명한 풀HD 영상의 그래픽을 가상현실로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모피어스의 테크 데모 콘텐츠 <더 딥>의 이미지.


세련된 기획이 돋보이는 ‘시제품’


세련된 디자인, 넓은 동작 인식 범위, PS4의 활용까지 모피어스는 시제품이라는 명칭이 아까울 정도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다양한 게이밍 하드웨어를 개발해 온 소니답게 각종 PS4 전용기기로 연출한 정교한 사실성은 오큘러스 리프트가 가지지 못한 강점입니다.

물론 PS4를 직접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오큘러스 리프트보다 모피어스가 우위를 점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PS4 아이의 넓은 동작 인식 범위는 높은 사실성을 선사했지만, 앞뒤 이동 같은 카메라가 잡아내기 어려운 움직임을 할 때는 역으로 그 사실성을 허무는 망치가 되었습니다. 

더욱이 사용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화질에서 <더 캐슬>의 잔상은 모피어스에게 무거운 숙제를 남겼습니다. 다만 명심해야 할 것은 GDC 2014에서 선보인 모피어스는 소니가 처음 공개한 시제품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오큘러스 리프트도 1년에 걸친 개선 끝에 잔상 효과를 잡았습니다. 모피어스가 아직 개발자 키트조차 배포되지 않은 것을 감안한다면,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죠. PS4에 가상현실을 제공하기위한 소니의 노력은 조만간 유저들의 눈앞에 현실이 되어 다가올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