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를 폐지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나요?”
지난 20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규제개혁점검회의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렸다. 위의 발언은 여성가족부 조윤선 장관이 셧다운제를 검토하겠다고 발언하자 문화체육관광부 유진룡 장관이 던진 질문이다.
7시간 동안 이어진 회의에는 박 대통령과 각 부처 장관, 각종 산업의 기업대표, 자영업자 등이 참가해 각종 규제에 대해 토의했다. 게임업계에서는 네오플의 강신철 대표가 참가했다.
강신철 대표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산업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규제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마련된 제2세션에서 발언권을 얻은 강신철 대표는 셧다운제 등 직접 규제로 인한 게임산업의 어려움을 설명하며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강 대표는 “최근 온라인게임산업은 중국, 미국, 유럽 등 외부의 적극적인 공세와 함께 셧다운제 등의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국내외적으로 위협을 받고 있다. 2009년 3만여 개에 달하던 게임업체는 4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고 내수 시장의 점유율도 외산게임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며 국내 게임산업의 현황을 말했다.
이어서 그는 중국, 유럽, 북미는 정부의 보호정책으로 게임산업이 성장하고 있는데, 한국은 세계의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셧다운제를 비롯해 현재 논의 중인 게임 중독법 등의 규제로 게임산업이 근간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창조경제의 핵심 산업이자 수출효자인 한국대표 문화콘텐츠 산업인 게임이 다시 활기를 찾고 성장할 수 있도록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입법이 추진 중인 법안도 정말 필요한지 검토하고 게임산업 정책에 대한 부처 일원화를 통해 게임업계가 주무부서와 올바르지 않은 규제 현황을 논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전달했다.
네오플 강신철 대표
조윤선 여성부 장관 “검토하겠다.”, 유진룡 문화부 장관 “셧다운제 폐지로 알겠다.”
강신철 대표의 발언 이후 여성가족부 조윤선 장관은 “우리나라 게임산업이 국내외로 진출하는 글로벌 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신중히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셧다운제가 시행된 지 2년이 됐다. 하지만 아직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다. 다만 그동안의 결과를 지켜보면 게임 중독률이 높은 맞벌이 가정이나 한 부모 가정 등 밤늦은 시간 청소년의 게임 플레이에 개입할 수 없는 환경에서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조윤선 장관
이어서 조 장관은 “다만 규제가 변화하는 환경에 적합한지, 비용과 희생 대비 성과가 의문이라는 지적은 받아들이려고 한다. 게임산업이 청소년들의 건강한 성장을 추구하고, 국내외로 진출하는 지속 가능한 산업이 될 수 있도록 문화부, 산업계와 학부모, 중독 전문가들과 협조하고, 그 결과를 점진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조 장관의 발언이 끝난 후 문화체육관광부 유진룡 장관은 방금 그 대답을 셧다운제를 폐지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이 대답하지 않고 웃음으로 대신하자 유 장관은 “감사하다”고 발언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유진룡 장관
강신철 대표의 발언에 대해 박 대통령은 별다른 답변이 없었다. 대신 “콘텐츠 산업은 수에 얽매이지 않고 세계로 나가야 할 창조경제 분야다. 게임, 영화 등 콘텐츠 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고, 상품이 제값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규제개혁장관회의가 끝난 후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는 “게임의 현 정책에 대해 말을 할 순 있었지만 정부 측에선 이를 귀담아 듣지 않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른 한쪽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콘텐츠 시장에 대한 의지는 확실히 있는 것 같다. 유진룡 장관도 마지막에 강하게 한마디 발언하는 것을 보면 게임업계와 정부가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