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가진 인터넷방송 플랫폼이 있습니다. 한국 유저들에게는 e스포츠 경기 중계와 ‘트위치 플레이 포켓몬’으로 이름을 알린 ‘트위치TV’가 그 주인공이죠. 2011년 첫 서비스를 시작한 트위치TV는 높은 시청 접근성과 e스포츠 중계를 앞세워 현재 한달 평균 4,500만 명의 유저가 찾는 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세계 정상급 인터넷 방송 플랫폼을 만들어가고 있는 이들은 어떤 모습일까요? 대기업처럼 세련된 사무실 안에서 화이트셔츠 차림으로 칼같이 근무 중일까요? 아니면 개발자들이 만든 회사인 만큼 덮수룩한 수염과 늘어진 박스티 차림의 사람들이 거닐고 있을까요? 사진으로 직접 확인해 보시죠. /샌프란시스코(미국)=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회사 안에서 킥보드를? 트위치TV 탐방기
트위치TV 사무실로 들어가는 입구. 들어가자마자 대형 모니터가 눈에 들어오네요. 현재 트위치TV에서 생방송 중인 콘텐츠가 보여지고 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물론, <도타2> <하스스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다양한 게임이 방송되고 있네요.
로비를 지나니 바로 직원들이 일하는 사무실이 맞이합니다. 붉은 벽돌이 고스란히 보이는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네요. 사실 여기에는 아직 사무실에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자연(?) 그대로의 인테리어를 사용 중이라는 비화가….
게임 방송을 주력 콘텐츠로 하는 회사답게, 사무실 곳곳에 각종 게임 관련 장식물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캔디 크러쉬 사가>의 두 주인공(?)부터 <헤일로> 시리즈의 마스터 치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징크스와 바이 등 다양한 캐릭터가 전시되어 있네요.
직원들의 자리를 훑어봤습니다. 게임, 보컬로이드, 애니메이션, 라이트노벨 등 다양한 콘텐츠의 등장인물들이 한 자리에 있나요. 여담이지만 회사를 안내해 주던 한국인 직원의 말에 따르면, 첫번째 사진의 주인공은 일본의 동인 슈팅게임 <동방 프로젝트> 시리즈를 격하게 아끼는 분이라고.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장식장(?) 첫 줄에 <동방 프로젝트> 캐릭터 중 하나인 '샤메이마루 아야'가 보이네요.
매운 맛 때문에 한때 한국 음식에 관심 있는 외국인이라면 한 번쯤 시식해 본다는 ‘불닭볶음면’도 보이네요. 한국인 직원이 선물해 준 것일까요? 아니면 그냥 개인적인 관심사? 설마 방송용 아이템은 아니겠죠?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다 보니 생각보다 사람이 너무 적네요. 알고보니 트위치TV는 자율출근, 자율퇴근 제도를 시행하고 있답니다. 언제 나와 언제 들어가든 할 일만 끝내면 O.K라는 방침이죠. 더군다나 디스이즈게임이 트위치TV를 방문한 시간은 점심 시간대. 그나마 일찍(?) 출근한 직원들도 대부분 사내 식당에서 식사 중이라고 하네요.
트위치TV 사내식당의 전경. 벽을 가득 채운 게임 관련 그림이 인상적이네요. <슈퍼마리오> <마인크래프트> <팩맨> 시리즈의 캐릭터가 독특한 그림체로 재해석되어 있네요.
트위치TV 내 한국계 직원이 수개월의 투쟁(?) 끝에 어렵게 간식 목록에 포함한 ‘신라면’. 여담이지만 미국 버전이라 그런지 한국의 그 맛은 아니더군요.
근처 휴게실에선 직원들이 식사를 마치고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습니다. 휴게실 안에는 PC는 물론 각종 콘솔 기기와 보드게임까지 갖춰져, 하루가 멀다라고 ‘소환사의 협곡’이 열리거나 ‘길거리 격투’가 벌어진다네요. 직원 대부분 게임에 대한 높은 이해와 실력을 가지고 있다 보니 심심치 않게 어지간한 e스포츠 경기에 버금가는 혈투(!)도 벌어진답니다.
갑자기 등장한 킥보드 라이더! 알고보니 근무 중 배가고파 식당으로 주전부리를 가지러 가는 직원이었습니다. 회사 분위기가 자유롭다보니 종종 이런 기행을 만날 수 있더군요.
참고로 트위치TV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기행은 바로 서버 담당 개발자였습니다. 사무실에 사이킥 조명과 대형 스피커를 직접 설치해, 밤마다 웬만한 클럽 부럽지 않은 환경을 연출한다네요.
사무실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회의실. 트위치TV에는 약 5개의 회의실이 있는데, 모두 사무실 가운데 위치에 안이 보이는 유리벽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관심 있거나 더 좋은 의견이 있다면 누구나 들어와서 의견을 말하라는 뜻이죠.
참고로 회의실은 ‘애퍼쳐 연구소’(포탈 시리즈), ‘오그리마’(워크래프트 시리즈), ‘메가톤’(폴아웃3) 등 익숙한 이름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각 회의실는 그 이름에 걸맞은 상징물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앞에 얘기했던 에피쳐 연구소의 경우 회의실 안에 개발진들의 싸인으로 뒤덮힌 ‘포탈건’이 전시되어 있죠.
마지막으로 트위치TV 티셔츠를 입은 도바킨(엘더 스크롤 5: 스카이림의 주인공) 동상으로 포토 탐방을 끝마칩니다.
“페이커 선수의 트위치 방송을 기대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케빈 린 사업총괄이사, 알버트 김 아시아 총괄 매니저
다음은 트위치TV의 케빈 린 사업총괄 이사, 알버트 김 아시아 총괄 매니저와의 일문 일답입니다.
한국에서는 막연히 e스포츠 인터넷 방송 채널로 주로 알졌습니다. 트위치TV는 정확히 어떤 곳인가요?
케빈 린: 아마 트위치TV 프론트 페이지에 e스포츠 콘텐츠가 자주 프로모션되고 있고, 세계적으로 e스포츠가 큰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는 그렇게 알려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트위치TV에는 개인방송도 e스포츠만큼 인기가 많으며, 출시되지 않은 게임의 테스트 버전도 자주 방송되고 있습니다.
트위치는 세계 제일의 게임 커뮤니티이며, 방송∙VOD∙커뮤니티를 한 곳에서 할 수 있는 글로벌 플랫폼입니다. 매월 4,500만 명의 유저가 트위치TV를 방청하며, 100만 개 이상의 방송 콘텐츠가 생산되고 있죠. 시간으로 환산하면 한 달에 약 220만 시간의 콘텐츠가 생산되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e스포츠 방송을 제외하고, 트위치TV에서 인기 콘텐츠를 꼽자면 무엇이 있을까요?
알버트 김: 한국 유저들에게는 <하스스톤: 워크래프트의 영웅들> 프로게이머인 ‘트럼프’(Trump)나 ‘하푸’(Hafu)의 방송이 인기 있습니다. 이 둘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단순히 게임화면을 보여주는 것 외에도 웹캠과 커스텀 레이아웃 등 다양한 방법으로 유저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어 더 인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1337라운지라이브’(1337loungelive)라는 방송도 유명합니다. 빈 디젤, 마이클 제이 화이트 등 할리우드 영화배우들이 출연해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이야기하고 시청자들에게 질문을 받는 방송이죠. 배우들이 등장하는 방송답게(?) 8개의 카메라로 다양한 시점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최근에는 방송과 시청자 간의 상호관계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인터랙션 방송’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대전액션 게임의 승패를 실시간으로 배팅하는 ‘썰티벳’(SaltyBet)이 시작해 인기를 끌었고, 최근에는 특히 많은 시청자들이 채팅창에 명령어를 입력해 직접 게임을 조종하는 ‘트위치 플레이 포켓몬’이 말 그대로 선풍적인 열풍을 일으켰죠.
트위치 플레이 포켓몬은 한국에서도 화제였습니다. 특히 난해한 플레이 방식에도 불구하고 16일 만에 엔딩을 본 것으로 화제였는데, 내부에서도 이런 결과를 예상했었나요?
알버트 김: 저희끼리 클리어 여부 자체를 가지고 내기까지 했었죠. (웃음) 개인적으론 한 달을 예상했었는데, 굉장히 빨리 엔딩을 보아서 놀랐습니다.
여담이지만, 트위치 플레이 포켓몬 1기는 인기가 좋아 샌프란시스코에서 클리어 기념 스페셜 이벤트까지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너무 빨리 게임이 끝나 아쉽게도 실행에 옮기진 못했습니다.
현재 트위치TV의 규모는 어떻게 되나요?
케빈 린: 120여 명의 직원이 근무 중입니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만 정식으로 진출한 상태지만, 아시아 시장에도 투자하고 있습니다.
트위치TV 자체는 글로벌 론칭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아무런 제한 없이 개인방송 송출이 가능합니다. 저희는 세계 각지에서 게임을 사랑하고 자유롭게 방송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 문화를 더욱 성장시키길 원합니다.
트위치TV에서 한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요?
알버트 김: 아직 한국에 정식으로 진출한 것이 아니라 한국인 시청자의 비중은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한국에서 제작된 콘텐츠는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정말 인기가 많습니다.
온게임넷의 <리그 오브 레전드> 콘텐츠는 미국에서 늦은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4 ~ 5만 명의 시청자를 기록하고 있고, 곰TV의 <스타크래프트 2> 리그 ‘GSL’도 2 ~ 3만 명의 고정 팬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 막눈, 로코도코는 트위치TV 안에서도 많은 팬을 가지고 있죠.
어떤 방송은 한국 게이머가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시청자가 증가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스트리트파이터> 프로게이머인 Infiltration 선수입니다. 이 선수는 경기에 나올 때마다 놀랄만한 플레이를 보여주기 때문에, 이 선수가 방송에 등장하고 안 하고의 시청자 차이가 큽니다.
트위치TV에서 한국 방송인의 수는 적은 편이지만 ‘한국인은 게임을 잘 한다’는 보편적인 인식이 있고, 그에 걸맞는 놀라운 플레이를 선사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기대도가 높습니다.
한국의 다른 인터넷 방송 플랫폼과 비교해, 트위치TV만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알버트 김: 미국에서는 한국의 인터넷 방송을 시청하기 힘들어, 다른 플랫폼과 딱 잘라 비교하진 못하겠습니다. 다만 트위치TV의 강점을 이야기하자면, 먼저 다양한 플렛폼에서 우리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트위치TV가 지원하는 플랫폼은 윈도우즈, MAC, iOS, 안드로이드, Xbox One, PS4. PC와 모바일, 콘솔 모두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전세계에서 손쉽게 우리 방송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우리의 강점입니다. 자랑 같지만, 트위치TV는 미국이나 유럽권에서는 게임방송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과장 조금 보태 트위치TV 프론트 페이지를 보면 전세계 게임계 트랜드를 알 수 있을 정도죠. (웃음) 실제로 많은 게임사들이 이 프론트 페이지에 오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또 유명한 트위치TV 방송인들이 PAX나 E3 등에 초청받고 있습니다.
트위치TV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인기 게임 순위
한국에서도 트위치TV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다만 다른 국내 인터넷 스트리밍 플랫폼보다 접근성이 낮아 어렵다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알버트 김: 한국에서도 트위치TV에 관심을 가져줘서 감사합니다. 한국에서도 빨리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지만, 우리는 아직 성장하고 있는 회사기 때문에 해외 서비스에 투입할 인력이 부족한 편입니다.
현재는 원활한 시청, 좋은 방송 환경 구축을 위한 기술 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비디오 코덱 기술 및 서버 기술을 계속 적용해 나가고 있으며, 한국에서의 서비스 역시 시간이 흐름에 따라 더 나아질 것을 약속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유저들에게 한 마디 부탁합니다.
알버트 김: 아직 한국에 정식으로 진출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인터뷰로나마 한국 유저들에게 트위치TV에 대해 알릴 수 있어 기쁩니다. 다음에는 더 좋은 한국 서비스를 갖추고, 직접 한국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저희 메인 무대인 미국에서는, 한국 게임에 대해 미국에 없는 신선한 게임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트위치TV 플랫폼을 통해 한국 게임이 노출되면 신선한 반응과 의미있는 의견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관심있는 한국 유저와 게임사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바람 한마디. 최근 업무 관계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자주 페이커(Faker) 선수가 언제 트위치 방송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듣습니다. 혹시 페이커 선수가 이 기사를 보고 트위치TV에 연락해 준다면 한 명의 팬으로서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