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준혁 고문이 10년 만에 넷마블 최대주주로 돌아왔다. 텐센트로부터 5,330억 원에 달하는 게임업계 최고수준의 투자를 받았고, 이를 통해 CJ E&M의 게임사업부문인 넷마블을 CJ게임즈에 통합시켰다.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쳤고, 어떤 미래를 예상할 수 있을까? 방준혁 고문과 텐센트, CJ게임즈, 통합법인 CJ넷마블(가칭)의 상황을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1. 텐센트 투자금으로 넷마블을 되찾은 방준혁 고문
CJ E&M 방준혁 고문은 CJ게임즈에 대한 중국 텐센트의 5,330억 원 투자를 이끌어냈다. 그중 3,500억 원을 CJ E&M과 넷마블을 포함한 4개 회사(넷마블, 미디어웹, 엔투플레이, YJM엔터테인먼트)의 주식양수도에 사용했다.
주식양수도란 가장 일반적인 경영권 이전방법 중의 하나로, 회사 내부의 주식을 매매하는 것을 뜻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방준혁 고문은 텐센트로부터 받은 투자금 5,330억 원 중 3,500억 원을 사용해 CJ E&M으로부터 넷마블을 비롯한 4개 회사의 주식과 경영권을 구입한 셈이 된다.
약 10년 만에 공식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방준혁 고문. 넷마블도 그의 품으로 돌아왔다.
2. 최대주주 바꾸며 증손자법 규제에서 벗어난 CJ게임즈
CJ E&M은 CJ넷마블 전체의 경영권도 사실상 방준혁 고문에게 넘겼다. 텐센트 투자 전 CJ게임즈의 지분은 CJ E&M이 51.4%(10만 주)를, 방준혁 고문이 48.2%(9만6,393 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투자에서 CJ E&M의 지분을 3,564 주 매각하고, 방준혁 고문에게 83 주를 더함으로써 아주 근소한 차이로 방준혁 고문이 최대주주가 됐다.
이처럼 약간의 지분변동으로 최대주주를 ‘바꾼’ 것은 증손자회사의 지분보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공정거래법의 지주회사 규정상 손자회사(자회사의 자회사)가 다시 자회사를 설립할 때는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 CJ게임즈 역시 CJ의 손자회사(자회사는 CJ E&M)인 만큼 산하 개발사인 애니파크나 CJ게임랩 등의 지분을 100% 보유하거나 전부 매각해야 한다.
하지만 방준혁 고문이 최대주주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공정거래법에서도 벗어나게 됐다. 방준혁 고문 역시 통합법인 CJ넷마블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적극적인 경영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3. CJ넷마블의 회사가치는 약 2조 원?
텐센트는 총 5,330억 원을 CJ게임즈에 투자했다. 그 대가로 텐센트가 받은 CJ게임즈의 주식은 총 7만5,289 주로 전체지분의 28%를 차지한다. 이를 거꾸로 계산하면 텐센트에서 내다보는 CJ게임즈의 전체 회사가치는 약 1조9,035억 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다른 회사의 지분에 투자할 때는 현재 주식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치는 게 일반적인 만큼 단순비교는 무리가 있지만, 2조 원에 달하는 가치는 현재의 NHN엔터테인먼트(약 1조4,600억 원)나 CJ E&M(1조1,813억 원)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그만큼 텐센트에서 CJ게임즈를 높게 평가했다는 뜻이다.
텐센트는 CJ게임즈 지분 28%에 대해 5,330억 원을 투자했다.
4. 게임 리스크 내려놓고 실속은 챙긴 CJ E&M
CJ E&M은 이번 주식양수도를 끝으로 게임사업에서 한 발을 떼게 됐다. 다만 여전히 CJ게임즈의 지분 35.86%를 갖고 있는 만큼 리스크는 버리고 실속을 챙긴 모양새다.
2004년 CJ엔터테인먼트는 당시 플레너스의 방준혁 대표가 갖고 있던 넷마블의 주식 18%를 800억 원에 매입했다. 현재 CJ E&M이 소유한 CJ게임즈의 지분 35.86%를 앞서 텐센트의 지분투자를 바탕으로 계산한 회사가치에 대입하면 약 6,826억 원이 된다.
여기에 넷마블과 관련 3개사를 독립시키며 CJ게임즈로부터 받은 3,500억 원을 더하면 1조원 이상. 결과적으로 CJ E&M은 약 10년 만에 10배 이상의 이득을 본 셈이다.
CJ E&M은 게임사업부문(넷마블)을 물적 분할하면서 막대한 현금과 가치를 챙겼다.
5. 그래서 앞으로 CJ넷마블의 행보는?
방준혁 고문의 현재 넷마블의 모바일게임 사업을 이끈 인물이다. 온라인게임에 집중하던 CJ E&M의 게임사업부가 모바일게임 체제로 바뀐 것도 그의 선택이었다. 이제 방 고문이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공정거래법의 제약에서도 벗어난 만큼 중소 모바일게임 개발사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나 인수가 예상된다.
텐센트에서 받은 투자금 역시 합병을 위한 주식양수도에 들어간 3,500억 원을 제외하더라도 1,830억 원이 남아 있다. CJ넷마블에서 새롭게 투자를 진행할 여력도 충분하다는 뜻이다. 거액을 투자한 텐센트로서는 CJ넷마블의 게임을 우선적으로 중국시장에 가져가는 이득을 누릴 수 있다.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방준혁 고문의 이야기처럼 이번 투자는 CJ넷마블이 더 적극적으로 글로벌에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셈이다.
기자간담회에서도 CJ넷마블은 적극적인 인수합병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