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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셧다운제로 수면권 보장? 청소년 보호의 탈을 쓴 어른들의 독재”

문화연대 ‘강제적 게임셧다운제 위헌보고서’ 발간

김승현(다미롱) 2014-04-08 16:38:06
문화연대가 ‘강제적 게임셧다운제 위헌보고서’(이하 셧다운제 위헌보고서)를 발간했다. 문화연대는 8일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셧다운제 위헌보고서의 발간 배경과 주요 내용을 설명했다.

문화연대가 셧다운제 위헌보고서를 발간한 까닭은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함이다. 지난주 정부의 ‘규제개혁끝장토론’에서 강제적 셧다운제 유지 여부를 정하기 위해 ‘민관합동회의’를 개최한다는 발표가 나왔지만, 정작 강제적 셧다운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 가운데 최근 2년 동안 변화한 내용은 많지 않다. 오히려 규제가 계속되는 동안 일부에서는 규제 자체에 순응하거나, 중독법이나 손인춘법과 같은 새로운 규제에 관심이 가 있는 상태다.

문화연대 최준영 사무처장은 “셧다운제 위헌보고서를 발간함으로써 이러한 분위기를 타파하고,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한 논의를 다시 한번 살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마침 정부가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강제적 셧다운제 유지 여부에 대한 민관합동회의’를 개최한다고 한 만큼, 이번 위헌보고서를 계기로 정부와 업계, 문화계 등에서 활발하게 강제적 셧다운제가 논의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이다.


강제적 셧다운제, 침해되는 기본권만 모두 ‘6개’


8일 공개된 셧다운제 위헌보고서에는 문화연대가 2011년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강제적 셧다운제 위헌 소송과 함께 시작한 연구의 내용이 담겨 있다.

보고서는 크게 ▲ 강제적 셧다운제의 위헌 요소 분석, ▲ 셧다운제 등의 문화콘텐츠 규제와 청소년보호법의 유사성과 문제점, ▲ 강제적 셧다운제의 대안 찾기로 구성되어 있다. 보고서에는 이병찬 변호사, 박주민 변호사, 박경신 고려대학교 교수 등 법 전문가들과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이원재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 등 문화계 인사, 그리고 청소년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보고서 집필에 참여한 이병찬 변호사, 이동연 교수, 박경신 교수, 아수나로의 공현 활동가가 참여해 내용을 소개했다.


법무법인 정진의 이병찬 변호사

법무법인 정진의 이병찬 변호사는 ‘강제적 셧다운제의 위헌 요소’를 설명했다. 그가 꼽은 가장 큰 문제는 강제적 셧다운제 도처에 깔린 ‘기본권 침해’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모든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심야 시간 게임 이용을 제한함으로써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청소년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했으며, 게임을 통해 프로게이머나 e스포츠 해설가 등을 꿈꾸는 청소년들의 ‘인격자율권’을 침해했고, 인터넷 게임 외에 다른 콘텐츠를 즐기는 청소년과 인터넷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을 차별해 ‘평등권’을 침해했다.

이외에도 특정 시간대 청소년들의 인터넷 게임 사용을 막음으로써 게임사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고, 자신이 선택한 직업을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는 ‘직업수행의 자유’(일명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했다. 부모들은 자녀의 교육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인 ‘부모의 교육권’을 침해받았다.

문제는 강제적 셧다운제가 이렇게 많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까닭이,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단을 적절하지 않게 설정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제적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의 게임 중독을 이유로 발의되었지만, 청소년의 게임 중독과 청소년의 심야 시간 게임 이용은 상관 관계가 없다. 오히려 비슷한 시기 시행된 선택적 셧다운제가 플레이 시간을 제한할 수 있는 의미에서는 더 효과적이다. 

설사 이 수단이 바르다고 하더라도 문제다. 2012년 여성가족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강제적 셧다운제 시행에 따른 심야 시간 청소년의 게임 이용시간 변화는 0.3%였다. 6개나 되는 기본권을 침해한 정책의 성과로는 미미한 수치다. 헌법은 공익적 필요에 따라 기본권의 제한을 허용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해당 정책이 명백한 ‘공적 이익’을 제시할 때에 한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박경신 교수

고려대학교의 박경신 교수는 2012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결을 내린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 판례를 예로 들며 강제적 셧다운제의 위헌적 요소를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강제적 셧다운제는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큰 반면, 이를 실시함에 따른 ‘공익’적 요소가 명확하지 않고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평등권, 행복추구권,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제도다. ☞ 관련기사


강제적 셧다운제는 청소년 보호주의가 만들어 낸 괴물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공현 활동가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비롯한 한국의 모든 문화 규제가 주객이 전도되었다고 지적했다. 그가 이러한 지적을 한 것은 정부의 청소년 정책 대부분이 청소년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닌, 청소년을 통제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에 대해 강제적 셧다운제 발의 당시 정부의 여론 수렴 절차를 예로 들었다. 당시 정부는 법안의 주체인 여성가족부,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규제 대상인 게임업계의 이야기는 들었지만, 정작 법안의 주요 대상인 청소년들의 의견은 받지 않았다.

공현 활동가는 이러한 정부의 행태에 대해 “강제적 셧다운제는 물론, 한국의 모든 청소년 정책이 청소년 보호의 탈을 쓴 ‘어른 독재’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 게임 과몰입의 존재 여부를 떠나, 일부에게 과몰입 증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모든 청소년들의 게임 접속을 제한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나중에는 청소년들의 ‘수면권’을 보장한다는 논리까지 나왔지만, 강제로 게임을 막고 자라고 하는 것이 과연 ‘권리’인가? 그렇다면 강제로 일하게 하는 것은 ‘노동권’이고 강제로 공부시키는 것은 ‘학습권’이겠다. 청소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런 ‘규제’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바로 ‘청소년 차별’이다”며 정부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아수나로의 공현 활동가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이동연 교수 또한 강제적 셧다운제 등 국내 대부분의 문화 규제가 ‘청소년 보호법’에 근간을 두고 있다며, 정부와 일부 국회의원들의 일그러진 청소년 정책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1997년 제정된 청소년 보호법이 지금까지도 모든 문화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당시 청소년 보호법은 ‘일진회’라는 선정적인 이슈와 ‘일본만화’에 대한 마녀사냥이 결합돼 굉장히 감정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 법은 지금까지 남아 음반, 만화, 게임 등 문화계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어서 강제적 셧다운제 또한 사람들이 게임을 바라보는 인식 못지않게, ‘어른’들이 청소년을 바라보는 일그러진 인식에 영향을 받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가 생각하는 강제적 셧다운제는 ‘청소년 보호주의’라는 이데올로기에 강하게 영향을 받은 정책이다.

정책의 근거가 되는 명확한 수치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청소년의 몇 %가 중독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몇몇 폐륜적인 사건의 원인이 게임으로 ‘의심’된다는 공포만 가득하다. 그나마 게임과몰입 이슈의 주요 근거 중 하나인 K척도조차 이를 고안한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완전하지 못하다고 인정한 수치다. 이 교수는 이러한 ‘청소년 보호주의’가 정작 청소년의 권리 보장은 신경쓰지 않고, 단순히 어른들의 공포만 부추겨 일부 단체들의 사적 이익만 높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했다.

이동연 교수는 이러한 ‘청소년 보호주의’는 정책 입안자들이 걱정하는 ‘게임과몰입’의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소년 보호법이 그렇게 뛰어난 법이었다면 20년 전과 지금 청소년들의 환경은 하늘과 땅 차이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비롯해 오히려 상태가 더 나빠졌다. 1차원적인 규제만으로는 청소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청소년들이 게임에 몰입하는 것은 그것밖에 할 게 없어서다. 진정 청소년을 위한다면 공부 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놀 권리와 행복할 권리를 보장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연대의 셧다운제 위헌보고서는 8일부터 문화연대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


“진정 청소년을 원한다면 중간고사, 국제고, 명문고부터 규제하라”


다음은 간담회에서 있었던 일문일답이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언제로 예상하는가?

이병찬 변호사: 아마 헌법재판소만 알고 있지 않을까? 다만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현재 많은 게임 규제 법안이 논의되고 있는 만큼, 헌법재판소에서 이에 대한 결론을 내릴 때 굉장히 신중히 접근할 것 같다.


강제적 셧다운제와 관련해, 문화연대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이동연 교수: 사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12월에 발간하려 했지만, 느닷없이 게임중독법 이슈가 터지는 바람에 4월로 미뤄졌다. 하지만 마침 정부가 4월 중 강제적 셧다운제 유지와 관련해 민관합동회의를 가지겠다고 했으니, 이번 보고서가 의미 있는 영향을 줬으면 좋겠다.

최준영 사무처장: 참고로 오늘 발표한 보고서를 조만간 헌법재판소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에 제출할 계획이다. 또 한국 사회의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문화연대와 게임규제개혁공대위 차원의 노력이 있을 예정이다.


강제적 셧다운제를 찬성하는 논리 중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병찬 변호사: 일부 언론의 선정적인 기사가 가장 부담된다. 실제로 각종 게임 규제에 근거를 보면 일부 언론의 선정적인 기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명확한 인과관계가 없어 논리적으로는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지만, 이들 언론이 한국 사회에서 큰 힘을 가지고 있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들의 영향을 받아 왔기에 무시할 수만은 없다.

공현 활동가: 일부에서 제기하는 ‘이윤’ 논리도 곤란하다. 일부에서는 셧다운제에 반대하는 게임사에 대해 ‘자기들 이익이 줄어드니 그러는 것 아니냐’고 비판한다. 오히려 그들은 게임사들의 ‘돈놀이’에서 청소년을 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사람들 때문에 정작 셧다운제에 대한 합리적인 논의는 할 수 없다. 

이동연 교수: 사실 이익단체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가지고 딴죽을 거는 것 자체가 웃긴 이야기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자동차 산업의 경우 심야 시간 사고율이 가장 높은데, 왜 야간 자동차 운행은 규제하지 않는가? 만약 강제적 셧다운제가 게임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면, 진정 그들이 걱정하는 ‘수면권’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규제해야 할 목록을 발표해야 한다. 중간고사나 국제 고등학교, 명문대학교 등등 세상에는 얼마나 학생들의 잠을 빼앗는 것이 많은가?


보고서를 작성하며 게임업계와 협조한 것이 있는가?

이동연 교수: K-IDEA(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사실 이 자리를 문화연대 이름으로 개최한 것은 우리가 2011년 위헌소송을 했기 때문이지, 우리만 보고서 작업에 참여했기 때문은 아니다. 실제로 강제적 셧다운제의 실효성과 관련한 부분에서는 K-IDEA의 자료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