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미국 보스턴에서 PAX EAST 2014가 개막했습니다. PAX는 Penny Arcade eXpo의 줄임말로, 미국의 게임 관련 웹툰 '페니 아케이드'의 제작자가 주최하기 시작해 매년 관람객이 증가하고 있는 행사입니다. 업계 관계자들만 입장할 수 있는 E3와는 달리 누구나 관람할 수 있고, 기업과 개인 모두 참여해 부스를 낼 수 있어서 입장객 수로 보면 미국 내 게임 행사중 가장 많은 관람객 수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저도 취재를 위해 PAX EAST 2014가 열리는 보스턴 컨벤션 센터를 찾았는데요, 먼저 유저를 위한 행사이자 유저들이 만들어가는 행사라는 점에서 놀랐고, 말 그대로 '축제'분위기라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더불어 서양인들 특유의 넉살 좋은 문화는 부러울 정도였고요. PAX EAST 2014의 행사장 분위기를 사진으로 감상해보시죠. /미국(=보스턴)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아침부터 보스턴 컨벤션 센터 주변은 PAX EAST를 관람하려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집니다. 재미있는 건, 행사장 주변에서만 코스튬을 입을 수 있게 하는 한국의 동인 행사와는 달리, 여기서는 지하철에서부터 코스튬을 입고 행사장으로 걸어서 입장합니다. 자유로운 성향 때문일까요?
PAX EAST 2014가 열리는 보스턴 컨벤션 센터 입구입니다. 수 많은 관객들이 입장을 위해 대기하고 있죠. 사실 입장권을 구하는 데에는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그럼 왜 이렇게 입장이 지연되는걸까요?
답은 바로 가방을 꼼꼼하게 검사하기 때문입니다. 행사 관계자도 예외 없이 모두 가방을 검사받아야 합니다. 왜 그런고 하니, 행사장에는 총기 등을 소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서 입니다. 더불어 작년에 터진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 때문에 더욱 안전에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이기도 하고요. 심지어 밖에서 담배 한 대 피우고 들어와도 가방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합니다.
가방 검사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코스튬 플레이어들은 모두 '웨폰 체크'를 받아야 하는 규정도 있습니다. 총기처럼 보이는 물건은 당연히 검사 대상이고, 누가 보기에도 장난감 칼처럼 생긴 것도 날이 서 있는지,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검사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정말 너무 쉽게 코스튬 플레이어들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누구나 좋아하는 게임의 캐릭터로 분장하고 나오는 게 자유로운 분위기입니다. 그 옷을 어떻게 만들었건 그냥 즐기는 분위기라고 할까요? 덕분에 행사장 곳곳에서는 코스튬을 입은 사람들끼리 사진을 찍어가고, 칭찬해주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메인 행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전시홀은 아침 시간부터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습니다. 몇몇 신작을 제외하면 신작을 플레이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선물을 많이 나눠주지도 않지만 기업 부스들이 참가하는 전시홀은 유저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곳입니다.
신작의 힘일까요? 미국에서 소수 인원을 대상으로 테크니컬 알파 테스트를 하고 있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은 10분도 되지 않아 하루 치 시연 대기열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였습니다. 올해 블리자드 부스는 상점도 열지 않고 오로지 게임 전시만 했는데도 사람이 부스를 둘러싸더군요.
<리그 오브 레전드>의 라이엇 게임즈 부스 역시 엄청난 인파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시연같은 걸 해야 PAX 스킨 쿠폰을 주는 게 아님에도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자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참고로, PAX 스킨 쿠폰은 행사장 주변에 있는 라이엇 관계자에게 말만 걸면 나눠줍니다.
2K 게임즈는 <이볼브>와 <보더랜드: 더 프리-스퀄>을 메인게임으로 내세우면서 거대 동상까지 세웠습니다. 사람 키의 6배는 족히 넘는 크기라 행사장 끝에서도 보일 정도입니다.
전시홀은 대형 기업뿐 아니라 인디 게임 기업이나 개인 단위의 부스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곳 역시 사람들로 가득 들어차더군요. 관람객들이 인디 부스 등에도 꼼꼼하게 관심을 주더라고요.
인디 게임 부스에서는 다양한 게임들이 전시되고 있었는데, 오큘러스 리프트를 이용한 인디 게임도 체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오큘러스 VR 부스보다 경쟁도 덜 치열한 편이면서 독특한 인디 게임까지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더라고요.
뿐만 아니라 누구나 참가해 '출발 드림팀' 같은 경기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장소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한 사람은 3번 이상을 연속으로 승리하더니 챔피언이라도 된 양 환호하면서 세레머니를 하더군요. 주변에서 구경하던 사람들도 함께 호응해 주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PAX는 전시홀 외에도 다양한 즐길거리가 마련되어 있는 행사입니다. 별도로 마련된 컨퍼런스 룸 같은 곳에서는 신작 발표를 하거나 개발자들과 유저들이 함께 게임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사진은 <포켓몬스터 X&Y> 유저를 위한 세미나입니다.
PAX가 즐길 거리가 많은 이유는 바로 '프리 플레이 존'이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복도 곳곳에 <댄스 센트럴>이나 <락밴드>같은 게임을 할 수 있을 정도니까요. 미국 사람들의 성향이 참 재미있는 게, 춤을 잘 추건 못 추건 누구나 올라와서 신나게 게임을 합니다. 그리고 구경하던 사람들은 열렬한 환호를 보내주죠.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볼까' 같은 건 전혀 고민하지 않고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호응해 줄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아서 부럽더라고요.
행사장 한 켠은 '콘솔 프리 플레이 존'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누구나 여기서 원하는 게임을 대여해서 즐기면 됩니다. 쭉 살펴보니, <대난투 스매시 브라더스>같은 게임들을 친구들과 즐기는 모습이 많이 보였습니다.
콘솔 뿐 아니라 'PC 프리 플레이 존'도 있습니다. 400대는 넘어 보이는 엄청난 규모로 말이죠. 한쪽에서는 토너먼트 대회가 열리고, 나머지 공간은 모두 자유 공간입니다.
재미있는 건, 30분 남짓을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고, 플레이할 수 있는 게 모두 상용화 된 게임들임에도 친구들과 기다려 가며 게임을 플레이하고 간다는 겁니다. 30분 기다려서 <팀 포트리스 2>나 <리그 오브 레전드>같은 게임들을 즐기고 나가는 식이죠. 우리 식대로라면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친구들과 함께 찾아와서 즐기는 '축제'라 무엇을 해도 즐겁게 하는 모습들이었습니다.
콘솔과 PC만 게임이 있는 건 아니죠. 다들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누워 있는 이 곳은 '핸드 헬드 라운지'(휴대용 게임을 위한 공간)입니다. 삼삼오오 모여서 닌텐도 DS나 PSP게임들을 즐기기도 하고, 피곤한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기도 하더라고요.
전시홀을 제외하고 가장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건 바로 보드 게임(이곳에서는 테이블 탑 게임이라고 부릅니다)을 위한 책상들입니다. 자유 공간에서는 원하는 게임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유통사 등이 참여하는 부스 주변에서는 게임을 배워볼 수 있는 곳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행사장 한 쪽에는 무대가 마련되어 있어서 하루 종일 공연이 계속됩니다. 잠깐 찾아갔더니 8비트 시절 게임 음악에 쓰이던 음원들을 사용하는 장르인 '칩 튠'공연을 하고 있었습니다.
관람객을 위한 푸드 코드도 마련되어 있는데, 평범해서 실망했습니다. '특급 불지옥 스테이크'같은 게 있을까 했는데, 다 평범한 음식점들이더라고요.
저녁 시간이 다가오자 관람객들은 행사장을 찾을 때 그러했던 것 처럼 돌아갈 때도 코스튬을 그대로 입고(…) 집으로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