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칸 엔터테인먼트가 중국 게임업체의 FPS게임 <패트릭스>(纸客帝国: 지객제국)이 자사의 <페이퍼맨>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싸이칸 엔터테인먼트의 관계자는 12일 “중국 Shanghai Magic Grids Network의 온라인FPS게임 <패트릭스>가 <페이퍼맨>의 캐릭터 디자인 및 핵심 기획을 표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추가 조사를 통해 만약 <패트릭스>가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증거가 발견될 경우 싸이칸은 법적 조치를 포함해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라고 밝혔다.
싸이칸 엔터테인먼트는 현재 계약을 추진중인 중국 파트너사를 통해 <패트릭스>의 표절 여부를 조사한 후, 향후 법적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패트릭스> vs <페이퍼맨> 무엇이 비슷한가?
2006년 8월 설립된 Shanghai Magic Grids Network의 첫 게임인 <패트릭스>는 <페이퍼맨>처럼 ‘종이인형’ 캐릭터로 즐기는 FPS게임이다. 특히 앞 면이 넓고 옆 모습은 얇은 종이 캐릭터의 표현과 이를 이용해 상대방의 총알을 옆으로 서서 피할 수 있다는 점은 <페이퍼맨>의 특징과 유사하다.
또 <패트릭스>는 기존 FPS 게임들과 달리 고무풀, 호스, 성냥, 미술 칼 등의 무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 역시 <페이퍼맨>이 2005년 지스타에서 발표됐을 당시 핵심 아이디어로 내세웠던 특징이다.
다만 <페이퍼맨>이 귀여우면서도 다소 진지한 분위기인데 반해, <패트릭스>는 매우 가볍고 유머러스한 분위기로 컨셉을 잡았다는 점에서 조금 다르다. 캐릭터 외의 배경 그래픽에서는 이같은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 “흔히 이용되는 기법이다” vs “명백한 기획 표절이다”
이번 표절 논란에 대해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상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기본 컨셉과 캐릭터의 디자인은 비슷하지만, 배경 그래픽이나 전체 게임의 분위기 등에서는 유사점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패트릭스>가 아직 알파 테스트 단계로 공개된 정보가 적어 확실히 판단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 디자이너는 "캐릭터의 표현방식이 닮았지만, 이는 <페이퍼 마리오>나 만화 <사우스파크>처럼 종이를 캐릭터로 표현할 때 흔히 이용되는 기법이다. 이것만 가지고 표절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캐릭터 외의 전체적인 그래픽은 비슷한 점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 기획자는 "기획적으로는 표절이라고 생각한다. <페이퍼맨>이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었던 특징들을 모두 답습했다. FPS에 종이 캐릭터를 핵심으로 내세우고, 거기서 파생되는 여러가지 재미(특이한 무기들)까지 모두 비슷하다. 물론 <패트릭스>의 향후 개발상황을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 공개된 것만 보면 표절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법정싸움으로 번질 경우 최대 쟁점은 '개발시점'
만약 <페이퍼맨>과 <패트릭스>가 법정 싸움까지 갈 경우, 최대 쟁점은 개발 착수시점이 될 전망이다. Shanghai Magic Grids Network의 주장에 따르면 <패트릭스>와 <페이퍼맨>의 개발기간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페이퍼맨>은 2005년 11월에 처음 일반에 공개됐다. 당시 개발사였던 그라비티는 지스타 2005에 출전해 <페이퍼맨>의 기획자 인터뷰와 동영상, 스크린샷 등을 공개했다.
반면 Shanghai Magic Grids Network의 홈페이지에는 <패트릭스>에 대해 "<톰클랜시의 고스트리콘>과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기획자가 2년 동안 개발한 게임"이라고 나와 있다. 이 회사의 설립일은 2006년 8월로 표시되어 있다.
중국 법원의 노골적인 ‘자국업체 편들기’도 이번 표절 논란에 중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과 한국의 대표적인 게임분쟁 사례였던 <미르의전설> 표절사건의 경우, 중국법원은 3년이 넘도록 판결을 미루면서 당사자의 합의를 종용했다. 결국 위메이드가 2007년 2월 민사조정에 합의하면서, 표절논란은 흐지부지된 바 있다.
<패트릭스>(좌)와 <페이퍼맨>(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