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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해설) 게임 강제 셧다운제 합헌. 앞으로의 여파는?

연이은 중독법안과 모바일 셧다운제 적용이 관건

안정빈(한낮) 2014-04-24 19:37:03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이용을 제한하는 게임 강제 셧다운제가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판결을 받았다. 이번 합헌 판결은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헌법재판소에서 인터넷게임의 중독성이 강하다는 점과 강제적 셧다운제를 적용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점 등을 합헌의 이유로 내세웠다. 그만큼 현재 추진 중인 게임중독과 관련된 다른 법안들의 추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셧다운제 합헌에 따른 여파는 어떻게 될까? 디스이즈게임에서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셧다운제 합헌 판결문에서 언급된 '게임의 중독성'


헌법재판소는 이번 선고내용에서 게임 강제 셧다운제의 합헌에 대한 이유로 ‘인터넷게임의 중독성이 강한 편이고 정보통신망 서비스가 제공되는 곳이면 언제나 쉽게 접속해서 장시간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내세웠다. 

또한 ‘인터넷게임에 중독됐을 때 나오는 부정적인 결과나 중단이 쉽지 않은 특성을 고려할 때 16세 미만 청소년들에게 0시부터 6시까지 인터넷게임을 금지하는 것이 과도한 규제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셧다운제가 합헌으로 결정된 만큼 사실상 헌법재판소에서 인터넷게임의 중독성을 인정하고, 인터넷게임의 중독을 막기 위한 규제 역시 일정부분 인정한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현재 게임규제와 관련된 법안은 크게 3가지다. 

게임을 술, 마약, 도박과 더불어 4대 중독물질로 규정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발의: 신의진)’과 인터넷게임중독 치유를 위해 인터넷게임업계에서 매출의 최대 1%를 징수해야 한다는 ‘인터넷게임중독 치유 지원에 관한 법률안(발의: 손인춘)’, 셧다운제 확대와 모든 게임의 중독유발지수 표기 의무화 내용을 담은 ‘인터넷 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발의: 손인춘)’이다. 

공교롭게도 이들 법안 모두 게임의 ‘중독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금까지는 게임이 중독물질이라는 것을 뒷받침할 확실한 증거나 학술적 연구가 없다는 이유로 게임업계의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 때문에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관련 법안은 법이 게임의 중독성을 확인했다는 논리로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재판소 판결문의 일부. 게임의 중독성을 인정하고 있다. 


모바일까지 셧다운? 셧다운제 더욱 강화될 가능성 높아


규제법안의 추진에 따라 셧다운제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도 생겼다. 손인춘 의원이 발의한 ‘인터넷 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은 셧다운제의 적용 연령을 현행 만 16세 미만에서 만 19세 미만으로 확대하고, 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인 제한시간을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로 3시간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국회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셧다운제가 실효성에 대해 논란이 있는 만큼 제한을 확대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들며 반대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에서 셧다운제의 필요성을 인정한 만큼 추가적인 규제 역시 힘을 얻기 쉽다.

현재 유예 기간인 모바일 셧다운제에 대한 추진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여성가족부에서는 모바일게임이 인터넷게임에 비해 중독성이 낮고 현실적인 셧다운이 어렵다고 판단, 2015년 5월 19일까지 모바일게임의 셧다운제 적용을 유예했다. 

인터넷게임의 셧다운제가 합법으로 끝난 이상 모바일게임 역시 유예기간 이후의 셧다운제 적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모바일게임 업계에서는 청소년들의 심야시간 게임이용을 막는 시스템을 별도로 개발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중소개발사가 많은 모바일게임 업계로는 셧다운제 시스템 개발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쉽다. 헌법재판소의 셧다운제 합헌 판결 이후 여성가족부에서는 셧다운제의 효과 확대를 약속한 상황이다.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과 ‘인터넷게임 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손인춘 의원

전병헌 의원의 게임규제 완화, 흐지부지 될까?


게임규제 법안에 맞서던 전병헌 의원의 대응책도 위기에 놓였다. 전병헌 의원은 2013년 1월 부모의 동의에 따라 제한시간을 설정하고, 현실적으로 규제가 불가능한 모바일게임을 셧다운 대상에서 전면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청소년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에서는 셧다운제 합헌 판결을 통해 이미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시행 중인 선택적 셧다운제가 그 이용률이 지극히 저조해 셧다운제의 대체수단이 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선택적 셧다운제와 여성가족부의 강제 셧다운제가 이중규제라는 점을 지적하고 학부모에 의한 셧다운제를 내세운 전병헌 의원의 법안도 자연히 추진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당장 선택적 셧다운제도가 이중규제의 주범으로 몰렸다.

헌법재판소가 이번 판결은 인터넷게임 중 국내에 정상적으로 신고된 게임물에만 셧다운제를 적용하는 것이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제시한 만큼 모바일 셧다운제가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도 어렵게 됐다. 전병헌 의원은 모바일 셧다운제 영구 제외를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당시 해당 법안은 헌법소원 판결 후 재논의하는 것으로 보류됐었다. 이는 셧다운제 위헌 판결이 나올 경우 해당 법안이 필요 없기 때문이었지만, 합헌 결정이 나온 이상 보다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

2013년 12월 넥슨 아레나 개관식에 참석한 민주당 전병헌 의원

당장의 큰 변화는 없을 듯. 장기적인 개발과 인식에는 악영향


셧다운제는 이미 2011년 11월 20일부터 모든 인터넷게임에 시행되고 있다. 개발사에서도 충분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만큼 당장 게임업계에 큰 변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앞서 말한 법안들이 연이어 통과될 경우 게임업계에서 받는 부담은 나날이 커지게 된다. 연이은 규제법안이 통과될 경우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커지기 쉽다. 게임의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 중인 업계로서는 맥이 풀리는 상황이다.

또한, 인터넷 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에는 모든 인터넷게임은 중독을 유발하는 요인을 분석하여 계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체계적지수(이하 중독유발지수)를 측정 받은 후 게임제작 및 배급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청소년 회원의 경우 보호자와 담임교사에게 게임의 특성과 등급, 이용시간, 중독유발지수 등의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만약 해당 법안이 고스란히 통과될 경우 게임업계에서는 중독유발지수에 맞춰 콘텐츠를 기획하고, 담임교사에게 정보제공을 위한 시스템을 개발 및 운영해야 하는 부담도 짊어지게 된다. 더욱이 게임산업 자체가 유해산업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헌법재판소의 이번 판결로 인해 단순히 셧다운제 유지가 아닌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차원에서 충분한 대응책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혹독한 시기를 보내게 될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