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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NDC14] 송재경 대표의 문명 온라인, 캐릭터 리셋과 반복되는 세션의 기획 의도는?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의 ‘MMORPG Checkpoints - What’s Next’

김승현(다미롱) 2014-05-27 19:29:47

독특한 방식의 MMORPG가 27일 첫 CBT를 시작했다. 엑스엘게임즈가 개발 중인 <문명 온라인>이 그 주인공이다.


<문명>이라는 IP(지적재산권)에서 눈을 떼면 기존 게임에서는 없었던 독특한 모습이 눈에 띈다. 특정 조건이 달성되면 자신이 키운 캐릭터가 초기화된다. 게임이 초기화되면 매번 비슷한 환경에서 새로 게임을 시작해야 한다. 여러모로 일반적인 MMORPG의 문법을 벗어난 작품이다.

엑스엘게임즈는 어떤 이유에서 이런 게임을 기획한 것일까? NDC 2014에서 송재경 대표가 밝힌 <문명 온라인>의 기획 의도를 들어보았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문명 온라인> 플레이 영상



MMORPG는 인생, 그렇다면 매번 다른 인생을 제공하면 어떨까?


송재경 대표가 생각하는 MMORPG는 인생이다. MMORPG라는 장르도 없었던 시기, 송 대표가 처음 꿈꿨던 것은 자신이 재미있게 즐겼던 게임의 경험을 온라인으로 살리는 것이었다. <울티마 6>나 <로그> 등 고전 RPG는 그가 머드게임인 <쥬라기공원>과 MMORPG <바람의 나라>를 만들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렇게 게임을 만드니 이전에 보이지 않던 아쉬움이 보였고 다시 이를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 보다 많은 이들이 함께하는 즐거움을 위해 혈맹과 공성전이 메인 콘텐츠가 되는 <리니지>를 만들었고, 전투 이외의 콘텐츠도 주가 될 수 있는 가상세계를 위해 <아키에이지>를 만들었다. 



송 대표는 MMORPG라는 틀 안에 점점 더 많은 것을 넣으려 했다. 언제부턴가 그에게 MMORPG는 유저의 또 다른 인생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게 되었다. 물론 MMORPG가 진짜 인생이 될 순 없다. 다만 많은 경험과 다른 이들과의 관계를 통해 인생의 축소판을 보여줄 뿐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또 다른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MMORPG가 인생의 축소판이라면, 인생의 ‘엔딩’이나 더 많은 인생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엔딩이 있는 세션제 MMORPG를 구상하게 된 계기였다.

세션제 MMORPG는 일정 시간마다 엔딩이 주어지고, 다시 유사한 환경에서 새로 게임을 시작하는 MMORPG를 뜻한다. 반복은 질리지 않아야 하고, 이를 위해 새로 제공되는 경험은 게임의 큰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매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야 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가 과거 몰두했었던 한 시뮬레이션 게임이 떠올랐다. 

똑같은 게임이 반복되지만, 매번 다른 플레이 양상을 보이는 <문명> 시리즈였다. 역사를 소재로 한만큼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유저가 역사에 참여하는 만큼, 중국이 피라미드를 건설하거나 로마에 만리장성이 있는 등의 ‘재창조’도 가능하다.




온라인에서 ‘한턴만 더!’를 되살려라


큰 그림이 정해지자 구체적인 시스템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고민했던 것은 한 세션에 얼마의 시간을 설정해야 MMORPG의 기본적인 재미를 살리면서 초기화로 인한 허탈감을 없앨 것인가였다. 초기에는 세션 길이로 최대 3개월까지 고민했지만, 유저들의 허탈감을 고려해 1차 CBT 빌드에서는 1주일로 줄였다. 

이러한 세션 길이 조정은 현재 진행형으로 고민 중이다. 이렇게 1차적인 세션 길이 설정이 끝나자 다음 고민이 이어졌다. 짧은 플레이 시간 속에 어떻게 성장의 재미를 녹일지, 그리고 MMORPG의 틀 안에서 <문명> 시리즈의 느낌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였다.



이 고민은 ‘빠른 성장’이라는 키워드 하나로 해결되었다. <문명 온라인>에서 한 직업의 최고 레벨은 1~2시간의 투자로 이뤄질 수 있다. 시대가 발전할 때마다 새로운 직업이 해금되는, 그리고 매번 세션이 초기화되는 게임 특성 상 이러한 인플레이션(?)이 가능했다.

빠른 성장으로 인한 성장의 무감각함, 그리고 원작 특유의 ‘한 턴만 더’라는 재미는 스킬과 새로운 직업으로 대체하는 방식이다. <문명 온라인>에는 시대의 발전에 따라, 그리고 새로운 기술의 개발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의 폭과 기술이 늘어난다. 

최고레벨까지 1 ~ 2시간이라는 성장시간은 더 많은 직업, 더 많은 스킬을 획득하기 위한 동기가 된다. <문명> 시리즈처럼 적은 시간(≒적은 턴)을 투자해도 성과(≒새로운 결과)가 생기니 이를 쉽게 놓지 못하는 원리다.




반복의 무료함? 다른 유저, 다른 결정으로 타파하겠다


그렇다면 유사한 환경, 유사한 플레이가 반복되는 시스템 자체는 ‘질림’이라는 문제가 없을까? 송재경 대표가 생각하는 방안은 유저들의 관계와 부딪힘이 만들어가는 역사다.

<문명 온라인>에는 유저들에게 다양한 선택지가 제공된다. 유저 개인에게는 매번 게임을 시작할 때마다 ‘광부’나 ‘병사’. ‘개척자’ 등 어떤 역할을 선택할지에 대한 선택권을 주고, 문명 단위에는 어떤 위치에 어떤 건물을 지을지에 대한 선택지가 주어진다. 



이러한 선택지는 때때로 계획에서 벗어난 결과를 안겨주기도 한다. <문명 온라인>의 시대 발전과 기술 개발은 유저 개개인의 선택이 모여 이뤄진다. 만약 문명 내 유저들이 특정 기술에 집중하면 해당 기술을 더 빨리 습득하고, 원하는 기술이 분산되어 있으면 기술의 획득도 늦게 되는 식이다. 

여기서 문제는 한 문명에 수천 명의 유저가 속한다는 것. 문명이 어떤 것을 추구하느냐에 따라, 문명 내 유저들이 어떻게 단합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양상이 달라진다.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는 타 문명까지 고려하면 경우의 수는 더 많아진다.
 
“<리그 오브 레전드>와 유사한 방식이에요. 이 게임도 매번 20~40분이라는 시간 동안 같은 방식의 플레이가 반복되지만 아군과 적군의 움직임에 따라 그때 그때 다른 경험을 선사하잖아요. 더군다나 <문명 온라인>은 AOS나 전통 MMORPG처럼 정해진 동선이 없는 게임입니다. 유저들이 그리는 랜덤성은 더 클 것이라 생각해요.”




MMORPG의 미래? 함께하는 즐거움을 제외한 모든 것이 변화할 것이다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

다음은 송재경 대표와 청중 사이에 있었던 일문일답이다. 

결국 <문명 온라인>도 타인과의 비교와 경쟁이 한 축이 될 것 같다. 그렇다면 효율적인 테크트리를 위한 공략 등이 필연적으로 등장할 것 같은데, 이에 대한 대안이 있는가?

우리도 고민이 많다. 그래도 <문명 온라인>은 다행인 것이, 문명의 운명이 특정 개인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대 발전이나 기술 개발 등 적지 않은 요소가 많은 유저들의 힘을 필요로 한다. 이를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무리하게 공략을 따라가다 반발에 직면할 수도 있고, 상대의 전략을 넘겨짚고 카운터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현재로써는 게임의 소셜 요소에 많이 기대하고 있다.


1주일이라는 정해진 시간동안 게임이 진행되면, 접속 시간이 적은 유저나 문명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을까?

일단 모든 문명에게는 초기 3개 도시에 대해 타 문명이 침공할 수 없는 ‘안전지대’ 기능이 주어진다. 오랜만에 접속했더니 고향이 없어진 실향민이 되진 않을 것이다. (웃음) 유저 개개인에 대해서도 매일 게임을 즐기는 유저와 적은 시간 게임을 즐기는 유저의 격차가 크지 않도록 밸런스 되었다. 




<문명 온라인>에 대한 내용이 많다. 혹시 강연 주제처럼 MMORPG의 미래에 대한 의견은 없는가?

나는 <문명 온라인>이 MMORPG 변화의 새로운 가능성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것이 절대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MMORPG의 가장 큰 장점은 수많은 타인과 같은 것을 추구하고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타락한 벨라스트라즈’를 잡았을 때의 경험 같은. 이러한 소셜 요소만 존재한다면 그 어떤 변화도 MMORPG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문명 온라인>은 여기에 ‘엔딩’이라는 요소를 넣었을 뿐이다.


송재경이라는 개인이 생각하는 가장 좋은 게임이란?

후배 개발자 중 한 명이 <울티마 4>를 한달 만에 엔딩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는 그것을 계기로 게임개발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처럼 한 사람의 인생에 의미있는 영향을 끼치는 게임이 좋은 게임이 아닐까?


과거 ‘콘솔게임은 미래가 없다’는 발언이 화제가 되었다. 이것은 지금도 변화가 없는가?

정확히는 ‘콘솔’이라는 기기가 한국에서 성공 가능성이 적다는 의견이었다. 그리고 이 생각은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을 제외하면, 콘솔이 많이 팔리는 곳은 손으로 꼽힐 정도 아닌가? 콘솔 게임에 좋은 게임, 훌륭한 게임이 많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콘솔 게임 개발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