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넥슨이 <바람의 나라>를 초창기 서비스 버전을 복원하고 일반 유저들이 다운로드받아 즐겨볼 수 있도록 공개했다. 한편으로는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14에서 별도의 강연을 통해 <바람의나라> 복원 과정과 어려웠던 점 등을 공유했다.
왼쪽부터 엔엑스씨엘 최윤아 대표, 저스트나인 이효진 이사, 배정현 이사.
<바람의나라> 초창기 버전 복원 프로젝트는 2013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엔엑스씨 김정주 대표와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 넥슨 정상원 부사장 등 초기 개발자들이 참여해 <바람의나라> 초창기 버전을 복원하겠다고 밝혀 주목받았다.
하지만 <바람의나라> 초창기 버전 복원은 그리 쉽지 않았다. 제대로 시작하기 전부터 좌초할 위기에 처했다. 문제는 데이터였다. <바람의나라>가 가지고 있는 기네스 기록은 바로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상용화 서비스 중인 MMORPG’다. 18년을 서비스하며 1,000번 넘는 업데이트를 했고, 과거의 흔적은 어디서 찾아야 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복원에 필요한 소스코드도 없었고, PC통신 서비스들이 차례로 서비스를 종료하던 시절이라 실행파일 구하는 것조차 난관이었다. 18년이라는 세월 속에서 개발자들의 기억도 흐릿해져 서로 기억하는 바가 달랐다.
심지어 지금과 달리 초창기 <바람의 나라>는 어셈블리어(기계어)였기 때문에 지금과 개발언어 자체가 달랐던 것도 난관이었다. <바람의 나라> 복원 프로젝트는 개발 소스를 찾아내지 못하면 시작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복원 작업에 참여한 이들은 먼저 소스코드 확보에 주력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소장품을 찾아보기도 하고, 국립중앙도서권을 찾아 게임 잡지와 부록에 담긴 CD 등을 찾아다녔다. 다행히도 넥슨에서 개발 도중에 데이터를 CD에 저장해 보관해 두었기에 생각 외로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렇게 모인 자료는 97년 버전의 그래픽 데이터와 98년 버전의 서버 데이터, 그리고 99년 버전의 클라이언트였다. 어쨌거나 PC통신 서비스를 시작했던 당시의 <바람의 나라>를 복원하기 위한 최소한의 데이터가 모였다.
개발자들이 들으면 당연한 말이겠지만, 서로 버전이 다른 서버 데이터와 클라이언트 데이터를 구한만큼 정상적인 구동이 되지 않았다. 그래픽은 모두 깨져서 나왔고, 심지어 당시 사용하던 이미지 파일 형식은 지금의 이미지 뷰어로 볼 수 없는 방식이었다.
개발자들의 기억을 더듬어 간 끝에 <바람의 나라>의 초창기 이미지 데이터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고, 서버 데이터와 클라이언트 데이터를 맞춰 조립하는 작업 끝에 <바람의 나라>의 데이터 복원이 어느 정도 완성됐다. 하지만 마법, 아이템 등의 데이터는 98년 버전이었다. 결국 96년의 데이터를 구하기 위해 당시의 게임잡지 공략을 찾아 데이터를 복원하는 작업까지 거쳐 96년의 <바람의 나라>가 되살아났다.
<바람의 나라> 복원 작업은 애당초 넥슨컴퓨터박물관에 전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동시에 접속해야 비로소 온라인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만큼, 전시만으로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바람의 나라> 홈페이지 등을 통해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공개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바람의 나라> 초기 버전 공개로 가닥이 잡힌 만큼, 처리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생겼다. 당시의 유저 데이터를 복원해 넣어야 하는 것. 99년의 서버 데이터를 통해 이른바 ‘네임드’ 유저의 데이터를 우선적으로 복원한 뒤, 다른 유저들의 데이터도 일부 복원했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바람의 나라> 초기 버전은 당시 유저의 데이터를 이용해 접속하거나 ‘연’, ‘무휼’등의 캐릭터로 접속해서 즐길 수 있도록 완성됐다.
복원을 마친 1996년 버전 <바람의나라>. PC통신으로 처음 서비스하던 버전이다.
<바람의 나라>를 일반인에게 공개하려니 당시와 법이 달라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첫 째는 등급 심의로, 96년에는 심의가 없었기에 등급이 없었다. 다행히 2000년에 받은 심의 내용을 소급적용할 수 있었다.
또, 전체이용가로 게임 서비스를 위해서는 셧다운제를 적용해야 한다. 문제는 96년에는 셧다운제도 없었고, 당연히 이용자의 연령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아예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 서버를 내리기로 했다.
<바람의나라> 초창기 개발자이자 복원 작업에 참여한 저스트나인 이효진 이사는 온라인 게임 기록 저장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초기 <바람의나라> 개발 당시에는 문서를 남기기보다는 하나씩 구현해갔기 때문에, 참고할 만한 문서 등의 기록이 남아있지 않았다.
이효진 이사는 디지털 보존을 위해 개발 도중에도 기록을 남기라고 조언했다. 또 데이터를 저장할 때는 저장 매체와 버전을 맞춰 백업하라고 강조했다. <바람의나라> 백업 자료는 98년에 골드 CD에 저장한 데이터만 무사했고, 2000년 이후 데이터는 CD가 산화되는 바람에 살려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 <바람의 나라>가 서버, 클라이언트 버전이 달라 고생했던 만큼 서버와 클라이언트가 정상 구동할 수 있도록 같이 저장하고, 개발 도구(툴) 역시 그에 맞는 버전을 함께 저장하라고 말했다.
CD가 반 영구적인 저장매체라고 하지만, 산화하면 데이터를 읽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