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경신 교수가 강제적 셧다운제 합헌 판결에 대해 “동문서답”이라고 평했다. 그는 헌재 판결에는 엉뚱한 논의만 가득하다며, 강제적 셧다운제 위헌 소송을 다시 한 번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경신 교수는 10일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개최된 ‘강제적 게임셧다운제 합헌 판결과 게임규제 대응 방안’에서 헌재의 합헌 판결문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그의 발표에 따르면, 헌재의 합헌 판결문은 청구자와 헌재 소수 법관의 문제 제기에 대부분 답하지 않거나 엉뚱한 답을 내놓았다.
일부 문제에 대해서는 원래 법안에 없었던 목표까지 추구하며 옹호했다는 의혹까지 있다.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경신 교수
헌재, 강제적 셧다운제 입법 목적에 없는 ‘수면권’을 임의로 추가
박경신 교수가 가장 문제시하는 부분은 ‘청소년의 행동자유권’에 대한 과잉금지 원칙 문제다. 과잉금지 원칙이란 법안이 추구하는 공익적 가치가, 이로 인해 침해되는 사익보다 작을 경우 법을 수정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먼저 박 교수가 문제시하는 부분을 표로 살펴보자.
박 교수가 가장 심각하다고 지적하는 부분은 법안의 목적 정당성 부분이다. 헌재는 강제적 셧다운제의 목적을 평가하며 “심야 시간 게임 이용을 제한함으로써, 청소년의 적절한 수면 시간을 확보하고 청소년의 게임 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제적 셧다운제 법안에는 목적에 청소년 수면권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물론 헌법 가치를 평가하는 기관 성격상, 청구자가 제시하지 않은 헌법 가치를 평가에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수면권이라는 가치는 헌법에서 찾아볼 수 없다. 박 교수는 이러한 헌재의 판결문을 이야기하며 “헌재가 원안에 없던 입법 목적을 넣어 법안의 가치를 왜곡시켰다”고 평했다.
헌재는 이외에도 심야시간 게임 제한이 실제 게임 중독과는 무관하고, 오히려 게임 이용시간에 따라 게임 이용을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청구자와 소수 법관의 의견에 대해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 물론 강제적 셧다운제의 입법 목적 중 ‘청소년의 수면권’이 추가된다면 첫 질문은 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도 청소년이 밤에 게임을 하지 않으면 할 것이 없어(?) 잠을 잘 것이라는 단순한 발상일 뿐이다.
또한 강제적 셧다운제가 실효성은 없고 청소년들의 권리만 침해한다는 지적에 대해서 헌재는 “일반인의 수면 시간인 0 ~ 6시 사이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큰 권리 침해가 아니다”라는 논지에서 벗어난 답을 내놓았다.
박경신 교수는 이러한 헌재의 판결에 대해 “말 그대로 동문서답이다. 헌재는 2012년 인터넷실명제 위헌 결정에서 위헌 이유 중 하나로 ‘해외 사이트는 실명제 적용이 안 돼 실효성은 떨어지고 기본권만 침해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지금 판결문에서는 과거의 이러한 입장을 무시한 채, 이해할 수 없는 답변만 가득하다”고 비판했다.
학부모가 게임시간 통제하지 않으니 국가가 통제하겠다?
이러한 판결문의 행태는 ‘학부모의 자녀교육권’과 ‘게임제공자의 직업수행의 자유’, 그리고 법안의 기준 명확성 문제를 지적한 곳에서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강제적 셧다운제에 반대하는 이들은 선택적 셧다운제처럼 부모가 자녀교육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안이 있음에도, 해당 연령 모두에게 무조건 적용되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시행하는 것은 과잉규제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헌재는 선택적 셧다운제의 이용률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강제적 셧다운제를 긍정했다.
박경신 교수는 이에 대해 “선택적 셧다운제에 문제가 있다면 이것을 바꿔야지, 무작정 강제적 셧다운제를 옳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리고 정부는 부모가 강제적 셧다운제의 존재나 자신의 판단 때문에 자녀의 게임시간을 통제할 필요를 못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것은 부모가 게임 시간을 통제하지 않으니 국가가 통제하겠다는 궤변이다”라고 비판했다.
강제적 셧다운제가 게임제공자의 직업수행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엉뚱한 답변이 나왔다. 위헌론자들이 지적하는 문제는 법안으로 인해 게임산업의 매출이 축소되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게임업자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헌재는 강제적 셧다운제 비용은 사실상 없기 때문에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법안의 비용에 대해 말했지만, 위헌론자들이 말하는 매출 영향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강제적 셧다운제 적용 기준의 모호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명확한 답과는 거리가 멀었다. 헌재는 강제적 셧다운제 적용 기준의 모호성에 대해 “심각한 인터넷게임 중독 우려가 없으면 적용 면제이기 때문에 기준 자체는 규제 근거에 해당하지 않는다. 오히려 규제 완화에 속하기 때문에 기준의 모호성이 문제시 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박경신 교수의 말에 따르면, 이는 강제적 셧다운제의 기준을 억지로 되돌린 것에 불과하다. 심각한 중독 우려가 없는 게임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의미는, 역으로 심각한 중독 우려가 있으면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는 의미와 같다. 위헌론자는 이러한 기준의 모호성을 지적했음에도, 헌재는 이에 대해 엉뚱한 답을 내놓았다.
문제제기 왜곡∙무시한 헌재, 재소원으로 답을 구해야 한다.
박경신 교수는 이러한 문제들을 지적하며 “강제적 셧다운제 합헌 판결은 청구인이나 헌재 내 소수의견이 지적한 문제에 대해 왜곡하거나 침묵했다. 빠른 시일 내에 다시 헌법소송을 제기해 미흡한 점들에 대한 답을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이와 함께, 다음 헌법 소원은 기존에 제기한 문제뿐만 아니라 게임 사용 제한으로 인한 청소년의 표현의 자유 침해도 강조해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그가 이러한 주장을 한 까닭은 지난 헌법소원에서는 표현에 자유에 대한 문제 제기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임 이용이 표현의 자유로 이어지는 까닭은, 특정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자유는 곧 언론 출판의 자유이자 표현의 자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헌재는 지난 2010년 군 불온서적 합헌 판결에서 “문화 콘텐츠의 접근을 막는 것은 언론 출판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며, 이는 나아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과 같다”고 판결한 바 있다.
문화연대는 당초 이러한 부분을 처음부터 부각시키지 못하고 소송 후반부에 가서야 보고서를 통해 문제 제기를 했지만, 헌재는 이에 대해 “강제적 셧다운제는 게임의 제공 시간 일부를 제한하기 때문에 오히려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경신 교수는 이러한 경험을 설명하며 “표현의 자유라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강제적 셧다운제를 평가함에 있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했다. 또한 표현의 자유가 포함되면 헌재도 지금과 달리 더 엄밀히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강제적 셧다운제 헌법소원 재추진에 대해 강하게 주장했다.
이러한 박경신 교수의 주장에 대해 문화연대 최준영 사무처장은 “당장 재청구를 결정할 수는 없지만, 잘못된 점은 직접 지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청구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연대는 지난 2012년 강제적 셧다운제의 헌법소원을 청구한 단체 중 하나다.
문화연대 최준영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