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아티스트 류임상이 18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게임 중독인가, 예술인가?’ 토론에서 ‘게임으로 예술 경험하기’라는 주제의 발제를 통해 “대중은 예술을 경험하기 원하고, 게임은 무한한 경험을 가져다줄 수 있는 새로운 캔버스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라이언 맥긴리 사진전에서 관람객이 인증샷을 찍으며 노는 경우를 예로 들며 대중은 예술을 경험하기 원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미술은 감상하는 데 주력했던 것에 반해, 관람객들이 예술 경험을 공유하고, 소비하는 양상을 보여준 것이다.
류임상은 “현재 세대는 목가적 경험이 있어야 느낄 수 있는 밀레의 ‘만종’ 보다 어릴 적부터 보아왔던 8비트 컴퓨터의 게임 그래픽에서 향수를 느끼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예가 바로 <스페이스 인베이더>의 8비트 그래픽을 도시 곳곳에 숨겨 놓은 움직임이다. 이는 어릴 적 즐겼던 게임을 우연히 보며 추억을 떠올리는 예술적 감흥을 불러일으킨다는 설명이다.
그는 <비욘드 더 소울즈>는 영화 같은 경험을 플레이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게임이며, 사람들이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한 예술적인 창작물을 선보이고 공유하는 사례를 들며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며 제작하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게임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새로운 세대는 게임이나 예술을 가지고 놀며 새로운 예술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게임의 가능성은 기존의 예술이 묶여있던 화이트 큐브의 공간적, 계급적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전세대의 예술과 융합해 새로운 예술로 진화하게 될 게임의 가능성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류임상은 이날 이어진 토론에서도 “손노리의 <화이트데이>는 황병기 선생의 ‘미궁’이라는 음악 덕분에 한국적인 음악을 통해 공포를 조성하며 예술적인 성취를 이룬 게임이다. 이후의 새로운 예술에서도 게임의 요소가 발견될 것이고, 다음 세대를 위해 게임업계가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니 인터뷰] “<플라워>와 <저니>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었다”
뉴미디어 아트라는 이름은 좀 어렵게 느껴진다. 어떤 예술 분야인지 설명해 달라.
류임상: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컴퓨터를 도구로 활용한 예술이다. 예술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다룰 수 있는 도구를 통해 감정 등을 표현한다. 옛날에는 그 도구가 붓이었다면, 지금은 컴퓨터 같은 걸 다루는 게 자연스러워졌기에 이런 예술이 나온 것이다. 뉴미디어 아트라는 말은 틀에 묶어놓길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는 것이고, 사실은 간단하고 쉽다.
뉴미디어 아트의 좋은 예가 있다면 무엇인가?
류임상: 뉴미디어 아트에서 가장 훌륭한 분을 꼽는다면 백남준 선생이다. 다들 그림을 그리는 데 고민했던 시대에 TV 브라운관에 자석을 대서 만들어지는 형상으로 예술을 시도한 분이니까. 그 외에도 건물 외벽에 프로젝터 등으로 형태를 만들거나 하는 것들도 뉴미디어 아트다. 일반적으로는 비디오 아트를 뉴미디어 아트라고들 한다.
오늘 강연을 요약하면 게임이 가진 상호작용에 대해서 높게 평가하는 것 같더라.
류임상: 맞다. 과거의 예술은 지적이었다. 미술관에 가더라도 작가에 대해 알고 가야 하는 등, 고급스러운 활동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백화점 로비 같은 곳에 비디오 아트처럼 ‘움직이는 예술’을 전시하면 아이들이 와서 논다. 게임이 가진 상호작용은 그림보다도 더 편하게 접할 수 있으면서 강력한 힘이 있다.
토론에서 <화이트데이>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게임을 꽤 좋아하는 것 같은데.
류임상: 어떤 게임을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최근에 나온 게임을 좋아한다. (웃음) 스팀에 게임 모아놓는 게 취미일 정도다. 요즘 어렵다고 하는 게임부터 캐주얼 게임까지 두루두루 즐기는 편이다.
게임을 좋아한다고 하니, 좀 어려운 질문을 하겠다. 예술 활동에 영감을 준 게임을 꼽을 수 있나?
류임상: <플라워>와 <저니>다. 두 게임을 해 보면, 정서라는 게 느껴지지 않나? 주변을 돌아보면서 자연스럽게 사색에 잠기게 하는 예술적인 게임이다. 이런 느낌을 전시에 접목시켜봤다. 지금까지의 뉴미디어 아트가 번쩍이고 자극적인 느낌이었다면, 전시관 한켠에 숲에 들어와 쉬는 느낌을 주는 곳을 만들어 본 적이 있다.
그가 영감을 얻었던 게임으로 꼽은 <저니>의 한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