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양의 게임이 게이머의 눈을 황홀하게 만드는 시대에도 과거의 추억을 되살리면서 고전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이 있다. 그런 게이머들이 보면 군침을 흘릴 법한 게임기가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먼저 영상을 통해 어떤 게임기인지 살펴보자.
스웨덴의 장인 브랜드 러브 훌티엔(Love Hultén)에서 제작한 이 게임기는 알케이더(R-Kaid-R, 이하 알케이더)로 전작 알케이드 42(R-Kaid-42)의 휴대용 버전이다. 고급스러운 나무를 소재로 만든 이 게임기는 얼핏 봐선 게임기라기보단 보석을 담은 나무 상자에 가깝다.
하지만 뚜껑을 열면 8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게임기로 변한다. 화면에는 800 x 600 픽셀 해상도의 8인치 LCD가 쓰였다. 4:3 비율의 화면과 돌려서 조절하는 볼륨키와 모노 스피커까지 더해 과거 텔레비전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지원하는 게임 시스템 목록을 보면 아타리 2600부터 마메, 네오지오, 닌텐도, 플레이스테이션 등 비디오 게임 황금기를 호령한 플랫폼들이다. 그래서일까? 컨트롤러가 흔히 오락실에서 보던 그것과 같다. 툭 튀어나온 스틱 부분은 보관할 때는 빼서, 상자가 접히는 두 부분을 연결하는 고리 겸 손잡이로 쓰인다. 제작자의 아이디어와 센스가 좋다.
알케이더는 게임 파일만 넣으면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주문형 OS를 탑재하고 있다. 사실상 에뮬레이팅 콘솔이라고 부르는 게 더 적합할 수도 있다. 주문 시 동봉되는 16GB SD 카드와 USB를 이용해서 게임을 넣고 뺄 수 있다.
제작자인 훌티엔은 자신을 기능과 미학 사이의 독특한 공생을 추구하는 혁신가라고 소개한다. 그의 작품을 보면 전자 부품을 제외한 대부분이 나무와 금속 소재로 이뤄져 있다. 그는 작품을 통해 현대 사회의 지나친 생산과 경제적 효율의 실패를 표현한다.
그는 알케이더 또한 현대 전자산업의 반작용이자 과거의 게임 물리학과 현대의 디지털 스펙트럼의 결합물이라고 밝혔다. 가장 중요한 가격은 2,499 유로 한국 돈으로 약 342만 원이다. 거기에 239 유로(약 33만 원)를 더하면 들고 다닐 때 넣기 좋은 전용 가죽 가방이 따라온다. 게임기는 다섯 가지 색상 중에서 고를 수 있다. 그리고 딱 50개만 한정생산하는 수제품이다.
러브 훌티엔은 홈페이지에 제품을 열성적이고 헌신적인 게이머를 위한 전용 장난감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 한 문장 더 추가해야 할 것 같다. 효율성보다 작품성을 중시하는 그리고 두둑한 통장 잔고까지 갖춘 게이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