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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KGC 2014] 스타트업? 성공보다 ‘망함’에 먼저 대비하라

조이플 서광록 CFO의 ‘실패해도 살아남기 위한 게임개발사 창업 가이드’

김승현(다미롱) 2014-11-05 14:30:03
“개발자에게 창업은 운명입니다. 게임사 아니면 치킨집, 둘 다 끊임없이 망하고 다시 생긴다는 공통점이 있으니까요” (웃음)

조이플 서광록 CFO(최고재무책임자)의 뼈있는 농담이다. 그의 말마따나 모바일게임이 대세가 된 지금, 끊임없이 새로운 게임사가 생겨나고 저물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사는 창업 1년을 넘기기 힘들어 한다. 그렇게 경쟁이 치열하다는 치킨집 평균 생존 기간이 2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놀랄 만큼 어려운 시장이다.

때문에 서광록 이사는 청중들에게 스타트업을 준비할 때 두 번 세 번, 아니 열 번 스무 번 다시 고민하고 준비할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정말로 꼭 창업을 하고 싶다면 우선 폐업 이후부터 준비할 것을 조언했다. 성공확률 0%에 수렴하는 게임시장. 성공한 개발자의 조건은 화려한 창업이 아니라 견실한 ‘재기’이기 때문이다.

개발자지만 회사 사정 때문에 한때 경영이나 재무에 대한 공부에 더 힘썼던 서광록 CFO의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조이플의 서광록 CFO

“창업하고 싶으세요? 다시 한번 생각하세요”


서광록 CFO가 강연의 절반 가까이를 할애한 것은 창업을 희망하는 청중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었다. 한 회사의 대표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월급을 받는 사람에서 주는 사람이 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정확히 말하면 두 입장의 난이도가 극과 극으로 갈라진다.

돈에 대한 근로자의 고민은 단순하다. 때가 되면 월급이 나오고 돈이 없으면 자신의 카드 한도만 고민하면 된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심지어 어지간히 큰 잘못을 하지 않는 한 별다른 일을 하지 않아도 월급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회사의 주인이 되는 순간 입장은 달라진다. 수익은 불확실한데 지출만은 일정하다. 스타트업이라 들어오는 돈은 없는데 매달 돈은 꼬박꼬박 주기적으로 나간다. 서광록 CFO의 말을 빌리자면 본질적으로 창업자는 ‘백수’와 같다. 하는 일은 있어도 들어오는 돈은 없기 때문이다.



더 고약한 것은 십중팔구는 창업 전 고려했던 것 이상의 돈이 매달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당장 직원들의 월급만 하더라도 최저시급만 지급하더라도 10인 사업장 기준 매년 1억 6800만원 이상이 빠져나간다. 하지만 문제는 인건비가 끝이 아니다.

사무실 월세와 관리비도 내야 하고 PC나 게임 엔진도 사야 한다. 여기에 세금문제나 서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무사나 세무사에게 돈이 나가고 커피 같은 소소한 일용품 비용도 필요하다. 뒤로 갈수록 창업자들이 간과하기 쉬운 비용이다. 이렇게 1년이 지나면 아끼고 아끼더라도 최저임금 기준 3억 원은 필요하다.



만약 이러한 것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바로 법의 철퇴(?)가 떨어진다. 근로기준법만 알면 됐던 근로자 시절과 달리, 회사의 대표는 상법부터 노동법, 상법, 민법 등 다양한 법에 영향을 받는다. 근로자 시절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 법 중 대부분은 사업자에게 세금을 걷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사업자를 제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사업자가 직원의 월급을 제때 주지 못하면 근로기준법 109조에 따라 최고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 받는다.

세금과 관련해서는 제약이 더 꼼꼼해진다. 세금이 밀리면 바로 가산세와 이자가 적용된다. 체납 기록이 있으면 각종 국가 주도의 창업 보조 사업에 혜택을 받지 못함은 물론, 만약 5년 이상 세금이 체납될 경우 회사의 재산까지 압류된다. 압류된 재산으로도 세금을 갚지 못하면 과점주주(회사 지분 50% 이상을 보유하고 있고 경영에 관여하는 이)에게까지 납세의 의무가 부과된다.



물론 창업자 중에는 이를 고려해(?) 6개월 내로 프로토타입을 완성해 퍼블리셔나 벤처캐피탈에 투자를 받는다는 계획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2014년 하반기 현재, 이러한 생각은 현실성이 부족한 '이상'이다. 2012년부터 스타트업이 쏟아진 탓에 시장에 게임과 게임사는 넘치고, 때문에 어지간한 개발사나 게임 아니면 투자자들의 눈길조차 받기 힘들다. 

“결국 스타트업에게 자금이란 이성친구와 같습니다. 안 생기거든요. (웃음) 창업멤버의 경우 2년 이상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며 일하는 경우도 있죠. 그러니 창업을 하고 싶을 때는 자신이 '가난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꼭 고민해 보세요.”




동료에서 웬수가 되었다? 초기 관계를 확실히 하라


그렇다면 이러한 어려움을 각오하고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서광록 CFO는 청중들에게 “성공을 꿈꾸되 망할 때를 대비해라”라고 조언했다. 게임 스타트업의 대부분은 1년 넘게 지속하는 경우가 드물다. 대부분의 개발자는 1번 이상의 실패를 경험하고, 성공한 개발자는 이러한 실패를 잘 딛고 일어선 이들이기 때문이다.

폐업 이후를 준비하는 것은 대단한 것이 필요하지 않다. 파트너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사전에 꼼꼼히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대표적으로 창업자들이 폐업 이후 가장 많이 힘들어하는 것이 동료와의 갈등은 창업 단계에서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는 문제다.

“처음에는 1년만 참고 같이 일하자고 이야기 했는데, 회사 망하니 돌연 밀린 월급 달라고 하는 경우 있죠? 설상가상으로 국가에 제출한 서류에는 실제와 달리 정상적인(?) 월급이 주어졌다고 기록되어 있고요. 사실은 회사가 망했을 경우 다른 회사에 '이 사람 이런 대우 받았어'라고 말해 주기 위해 기록했었을 뿐인데 말이죠. 동료가 ‘웬수’가 된 경우죠. 하지만 이건 처음 관계 설정을 제대로 못한 대표 잘못입니다"



창업 초기 가장 중요한 것은 초기 멤버들과의 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창업 초기에는 좋든 싫든 주린 배를 움켜쥐고 배고프게 일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 경우 같이하는 이들에게 ‘처음 이런 위험을 같이 감수하면 성공했을 때 배로 이익을 주겠다’라고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월급이 적은 대신 지분을 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인정 때문에 주지도 않은 월급으로 가짜 명세서를 작성하는 것은 금물이다. 만약 이것이 힘들다면 지분 같은 것 없이 철저하게 근로자로서 계약하고 월급도 제때제때 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고 창업 멤버끼리 지분율을 똑같이 맞추진 마세요. 의사 결정도 느려지고 투자자들도 싫어합니다. 지분은 어디까지나 누가 얼마나 위험을 부담하고 프로젝트에서 얼마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지를 고려해 차등 분배 해야 합니다. 가장 많은 위험을 부담하는 사람이 과반수 이상의 지분을 가져가야 하고요”




사업자 등록은 늦게, 정부기금도 조심히. 스타트업 메뉴얼


회사의 재무상황을 고려한다면 창업 시기, 정확히 말하면 사업자등록 시기를 늦추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사업자등록을 한 법인은 그날 이후 납세의 의무가 부과된다. 만약 재수없이(?) 월말이나 분기 말 설립된 회사는 한 것도 없는데 세금을 내거나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이런 예가 아니더라도 법인세나 등기비 등 개발 외의 비용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것들은 고스란히 회사 재정상태에 악영향을 끼친다.

스타트업으로서는 오히려 사업자등록을 늦추는 것이 유리하다. 프로토타입 개발은 법인 없이도 충분히 가능하다. 프로토타입이 완성되고 투자자들에게 보여줄 것이 생기면 그 때 등록을 해도 상관없다. 또한 국가가 제공하는 대부분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은 사업자등록일로부터 1년 이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개발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업자등록을 빨리 하는 것은 비용만 생기고 이득은 없는 행위다.



이렇게 회사를 설립하면 수시로 자금에 대한 압박을 받게 된다. 개발 완료까지는 한세월이고 그토록 찾던 투자자들은 나타나지도 않는다. 대표들은 이 과정에서 보증채무의 유혹을 수시로 받는다. 원칙적으로는 '법인'(=회사)의 빚이지만, 국내 대부분의 법인 채무는 대표의 보증을 요구하기 때문에 사실상 대표의 빚이다. 이렇게 빚을 써서 성공하면 상관없다. 문제는 빚을 썼는데도 실패하는 경우다. 

이 경우 회사의 빚은 대표의 빚이 돼 재기조차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정부에게 지원받은 자금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게임사들이 자주 이용하는 기술보증기금은 기술을 담보삼는다지만 결국 대표의 개인채무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때문에 대표 개인의 채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빚은 상용화가 얼마 남지 않은 경우와 같이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로 제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반드시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는 것이다. 회사 창업은 순진한 개발자가 감당하기는 너무도 어려운 일뿐이다. 창업 위해서는 사업자등록 외에도 배급업자 등록, 부가통신 사업자 등록 등등 해야 할 서류 작업은 넘치고, 사업자가 된 만큼 어지간한 안건은 전부 법적인 문제가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

폐업은 창업보다 복잡하다. 주식회사가 폐업할 때는 주주총회를 열어 청산절차도 밟고 해산결의도 해야 한다. 회사가 망했으니 국세청에 신고해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세금도 다 털어 내야하고, 마지막으로는 투자자와 채권자들과의 관계도 정리해야 한다. 

어떤 것은 귀찮고 어떤 것은 돈도 들어간다. 하지만 이 과정을 소홀히 하면 나중에 수십 수백 배의 대가가 돌아오는 것이 창업이다. 때문에 서광록 CFO는 청중들에게 변호사나 관련 단체, 하다못해 주변 선배를 통해서라도 꼭 창업과 폐업에 대한 조언을 수시로 들을 것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