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게임의 스킬 난이도는 타이밍과 포지셔닝으로 나눠 조절할 수 있습니다”
모바일 액션 게임 <이터니티 워리어> 개발을 진두지휘한 글루 모바일의의 쿤 왕 프로덕션 디렉터가 KGC 2014에서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모바일 유저를 위한 액션 RPG 설계’라는 강연에서 액션 게임의 스킬 디자인 기법 중 스킬 난이도의 설계에 대한 노하우와 <이터니티 워리어 3>를 개발하며 적용했던 사례를 공유했다.
글루모바일 쿤 왕 프로덕션 디렉터
쿤 왕 PD가 스킬 난이도 설계에서 핵심으로 꼽은 것은 ‘타이밍’과 ‘포지셔닝’이다.
먼저 타이밍은 일정 시간 내 조작을 요구하는 것으로, 언제 눌러야 하는지, 얼마나 빠르게 반응해야 하는지, 또 버튼을 누른 후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효과를 유지하는지를 말한다. 짧은 시간 내 조작을 요구할수록 스킬 조작 난이도는 높아진다.
두 번째로 포지셔닝은 방향과 거리에 대한 감각이다. 얼마나 넓은 방향으로 스킬 효과를 발휘하는지, 범위 공격의 경우 얼마나 넓은 범위를 공격할 수 있는지, 또 얼마나 먼 거리를 공격할 수 있는지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진다. 스킬 효과 발동 범위가 좁을수록 난이도는 높아진다.
그래프로 그려보면 두 기준과 스킬 조작 난이도의 상관관계는 뚜렷해진다. 타이밍이 짧고 스킬 범위가 좁으면 스킬 조작 난도는 높아지고, 둘 다 느슨하다면 조작하기 쉬운 스킬이 된다.
<이터니티 워리어 3>의 경우, 조작 난이도 설계는 어렵지 않은 기본 조작을 추구했다. 일부 고급 스킬은 어려운 조작을 요구하더라도 기본 공격 등의 조작은 쉽게 해야 초보자가 적응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워리어 캐릭터의 스킬 별 난이도. 오른쪽 상단에 가까워질수록 어려운 조작이다.
실제 개발 중에는 마법사의 기본 공격이 문제 사례였다. 초기 마법사의 기본 공격은 일직선으로 매직 미사일을 발사하는 방식이었다. 긴 거리를 공격할 수 있지만, 정확하게 대상을 지정해야 하는 방식이라 난이도가 높았다.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먼 적도 공격할 수 있어서 ‘치고 빠지기’만 반복하게 되면서 조작 재미가 급감했다.
<이터니티 워리어 3> 개발진은 마법사의 기본 공격이 문제라는 점을 인지하고, 해당 스킬을 다시 디자인했다. 최종적으로 마법사의 기본 공격은 마법사를 중심으로 원뿔형태의 짧은 범위를 공격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뀌었다. 원뿔 형태의 범위는 일직선보다는 넓은 범위를 커버할 수 있어서 조작 난이도는 낮아졌고, 공격 거리가 짧아지면서 적당히 적에게 접근하면서 싸워야 하는 재미도 생겼다.
타이밍 조작을 놓고 고민한 사례도 있다. 바로 워리어 캐릭터의 반격 스킬이다. 반격 스킬은 상대의 공격에 맞춰 짧은 타이밍을 요구하는데, 초보자에게 쉽지 않은 조작이다. 그런데 <이터니티 워리어 3> 개발 중에는 전사의 두 번째 스킬이 바로 반격이었다. 처음 게임을 시작한 유저에게 반격 스킬 조작을 요구하니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터니티 워리어 3> 개발진은 반격 스킬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조작이 어려운 만큼 확실한 보상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어려운 타이밍을 맞춰내면 몬스터의 공격을 반격하고 높은 대미지를 줄 수 있다는 만족감은 포기하기 힘든 과실이었다.
<이터니티 워리어 3> 개발진은 스킬 기획을 폐기하는 대신, 다른 방법을 택했다. 바로 스킬 입수 순서를 바꾼 것. 원래 두 번째로 입수하는 스킬이 반격이었으나, 마지막에는 4번째로 입수하는 스킬이 됐다. 유저가 조작에 충분히 익숙해진 뒤 반격 스킬을 사용하게 하면서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터니티 워리어 3> 개발 중 워리어의 스킬 입수 순서.
워리어의 최종 스킬 입수 순서. 쉬운 조작부터 어려운 조작으로 순차적으로 습득하도록 했다.
쿤 왕 PD는 반격 스킬을 유지하면서 유지한 원칙도 강조했다. 바로 몬스터가 반격할 수 없는 공격 패턴을 사용하지 않도록 한 것. 유저가 속은 느낌이 들게 해서는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유저는 스킬을 배우고, 업그레이드하는 데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그런데 스킬을 사용할 수 없는 패턴이 나오는 것은 유저 경험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래서 몬스터 인공지능 디자인에서는 이를 고려해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