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K)와 상명대학교가 지난 9월 2학기부터 산학협력 업무협약(MOU)으로 진행한‘플레이스테이션 클래스’의 마지막 수업이 18일 오후 7시, 상명대학교 상명 아트센터 대신홀에서 열렸습니다.
국내 대학 게임학과에 3학점 수업 ‘플레이스테이션 클래스‘가 열린 것은 이번이 최초였습니다. 일회성 특강이 아닌 3학점 정규 수업으로 상명대 게임 교육 인프라, 외부 게임 전문가, SCE 특강 등 15회 커리큘럼으로진행돼 많은 주목을 받았죠. 매 회 많은 호응을 얻으며 열린 수업이었기에 마지막 수업도 열띤 열기 속에 진행됐습니다.
디스이즈게임도 마지막 수업의 열기를 함께 했습니다. 경사가 높아서 교내 건물 사이에 설치된 아주 긴 에스컬레이터로 화제가 되기도 했던, 그 에스컬레이터도 직접(!) 체험했습니다. 대신홀 대강당에는 마지막 수업이기에 아쉬움을 더하듯, 300여 명의 학과생, 관계자들이 참여해 열띤 수업을 벌였습니다.
이날 마지막 수업은 <철권> 시리즈를 개발한 반다이남코게임즈의 하라다 가츠히로 프로듀서가 특별히 외부전문가로 초빙, 진행됐습니다. 올해 20주년을 맞이하는 <철권>의 아버지가 강사로 참석했기에 학생들의 환호는 대단했습니다. 하라다 프로듀서는 ‘철권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철권, 소울 칼리버 시리즈의 개발 배경 및 성공 요인 등을 소개했으며, 게임 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매니저들의 역할, 그리고 소니의 가상현실(VR) 기기 ‘프로젝트 모피어스’의 가능성 등 미래의 게임 인재들에게 꼭 필요한 조언도 했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열띤 열기 속에 PS 클래스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철권의 성공 요인? ‘업계를 선도하는 3D 격투 게임 기술, PS1 연동 출시’
하라다 프로듀서는 <철권>이 세계 최초로 3D 텍스쳐 맵핑을 구현해서 발매한 제품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당시 <철권>은 최초의 3D 격투 게임인 <버추어 파이터>의 대항마로 초당 60프레임, 부드러운 애니메이션 등 높은 3D 기술로 호평을 받았죠. 1994년 발매된 소니의 히트 콘솔기기 플레이 스테이션1에도 이식돼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함께 발매된 <소울 엣지> 역시 히트했습니다. 90년대 중, 후반은 그야말로 대전 격투게임의 전성기였습니다.
하라다 프로듀서는 “현재 개발사의 역량을 측정하는 장르가 FPS, 액션 어드벤쳐 등 다양한 것처럼, 당시에는 격투 게임의 3D 기술 개발력이 개발사의 차이를 보여주는 장르였다”고 말했습니다. ▲ 고도의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 ▲ 정밀한 애니메이션 재생, 보완 처리, ▲ 고도의 인체 모델링, 스키닝 기술, ▲ 텍스쳐 맵핑 제작 기술, ▲ 라이딩, 섀도우 맵핑 처리, ▲ 각종 셰이드 처리, ▲ 고속 60프레임 처리 등 지금은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기술들이 당시에는 업계를 선도하는 기술로 불리웠다고 했습니다.
<철권> 시리즈는 이러한 뛰어난 기술과 더불어 사회적인 배경, 기술 트렌드, 게임성 등 요인을 통해 성공했다고 합니다. 특히 소니의 플레이 스테이션1 연동 출시는 큰 계기였다고 밝혔습니다. <철권>이 최신 기술과신규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상품이었다면, 플레이 스테이션1은 3D 처리능력에 주안을 둔 기기였기 때문이죠. 아케이드 퀄리티의 3D 게임을 콘솔 기기에 그대로 재현함과 동시에 빠른 출시도 성공 요인이었다고 합니다.
하라다 프로듀서의 개그 센스는 PS 클래스에서도 빛났습니다. 철권의 모든 성공 요인을 SCEK덕이라며 감사의 PPT 슬라이드를 ‘매우 자주’ 보여줘 청중들에게 웃음과 더불어 박수와 환호(?)를 자아냈습니다.
게임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 ‘각 분야 프로듀서의 충실한 역할 수행’
하라다 프로듀서는 게임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 관계’라고 말했습니다. 갈등이나 성향 파악 대인 관계가 아니라, 수 많은 개발 인원이 모여서 한 가지 프로젝트에 관여하는 만큼 효율적인 협동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과거 게임들이 소수 인원으로 개발됐고 한 명 또는 소수의 역량 있는 인원에 의해 좌우돼 스타 프로듀서가 유명했다면, 이제는 수백 명의 대규모 인력이 투입되는 만큼 후방을 지원하는 역할, 즉 각 분야의 매니저가 더욱 주목받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일례로 프로세스 매니저, 게임운영 매니저, 커뮤니티 매니저를 들었습니다.
프로세스 매니저는 다수의 인원이 참여하는 프로젝트에는 필수로, 프로젝트의 작업공정 파악, 게임 개발의 우선 순위 분배 등의 역량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다양한 관리를 꾸준히 맡는다면 디렉터 후보생으로도 성장할 수 있기에 프로세스 매니저에 대한 기대와 촉망이 크다고 하라다 프로듀서는 말했습니다.
하라다 프로듀서는 온라인, 모바일 게임 시대로 넘어오면서 중요해진 ‘게임운영 매니저’, ‘커뮤니티 매니저’도 주목받는 역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과거에는 게임이 출시되면 거기서 끝이었지만, 지금은 발매 이후가 더 중요하니까요.
국내 온라인 게임사들의 게임 업데이트, 적절한 이벤트 진행을 언급하며 이러한 운영은 플랫폼을 막론하고 어떤 게임이든 필요한 요소가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참신한 게임을 생각하는 것만이 게임 개발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죠. 유저에게 정보를 직접 제공, 수집하고 이벤트를 열어 분위기를 상승 시키거나 하는 등 개발자와 유저를 잇는 커뮤니티 매니저도 북미 게임사에서 매우 전문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가상현실(VR) 기기, 5년 이내 코어 게이머 중심으로 확산 전망
지난 8월, 하라다 프로듀서는 SCEJ 컨퍼런스에서 소니의 VR 기기 ‘프로젝트 모피어스’의 전용 데모인 <섬머 레슨>을 공개해 많은 이들로부터 놀라움을 샀습니다. 격투 게임 <철권> 팀이 개발한 최초의 가상 연애 시뮬레이션이었기 때문이죠. 가상현실 기기로 즐기는 '매우 사실적인'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섬머 레슨>은수 많은 연래 시뮬레이션 마니아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하라다 프로듀서는 최초 <섬머 레슨>의 모델을 <철권>의 카즈야 미시마를 모델로 테스트 했었다고 합니다.당시 많은 개발 인원이 “상반신이 상처 투성이인 격투기 남성을 내놔 재미없다는 평이 가득했다”며 투입을 포기했다고 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천만 다행인 결정이죠? 여담으로, <섬머 레슨>은 여고생의 사생활을 엿보는 수상한 게임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경험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하라다 프로듀서도 VR 기기에 대한 밝은 전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과거 <버추어 파이터> 등을 보며 격투 게임에 3D 폴리곤 게임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면, 이제는 VR 기기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하라다 프로듀서는 VR 기기를 활용한 게이밍 시장이 5년 내 1조 1천억 원의 시장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섬머 레슨>을 선보였듯이 보다 다양한 후속 타이틀에 '프로젝트 모피어스'를 도입하는 것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는 ‘프로젝트 모피어스’와 같은 새로운 디바이스의 혁명이 일어날 때 많은 이들이 우려와 두려움을 갖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카메라가 영혼을 앗아간다고 했던 것, TV가 인류를 쇠퇴시키는 바보 상자라고 불리웠거나 소설이 타락을 낳는 도구라고 말했던 것 처럼 말이죠.
하라다 프로듀서는 보급되지 않은 디바이스에 대한 개발, 투자 비용, 신규 시장에 대한 두려움은 결국 '벤처기업정신'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합니다. <섬머 레슨> 기획 초기 단계에서도 투자 결정을 내린 사람은 회사 내 아무도 없었다고 하네요(본인을 제외하고 말이죠).
과거 수평선을 넘어가는 순간 배가 떨어질 것이라고 두려워 했던 때에서 우주를 여행하는 기술을 개발해 점점 새로운 세계를 펼쳐갔듯이, 하라다 프로듀서는 지금이 첫 발을 내딜 때라고 조언했습니다. ‘호기심’과 ‘약간의 용기’만 있다면 누구든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물론 개발사인 만큼 약간의 비용도 필요하다고 하면서요.
이어지는 질의응답 세션, 철권에 여성 택견 캐릭터를 추가?
큰 호응 속에 진행된 수업 이후, 학생 및 관계자를 대상으로 질의응답 세션이 마련됐습니다. 게임학과 학생들인 만큼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사전에 모집한 질문들을 하나씩 뽑아서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먼저 가장 좋아하는 PS4 게임이라는 질문에는 ‘아직 안나왔다’며, “<섬머 레슨>이 나오면 가장 좋아할 것 같다. 여러분도 PS4를 반드시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타사 게임 중에서는 액티비전의 <콜 오브 듀티: 어드밴스드 워페어>를 재미있게 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최근 트위터 등을 이용한 유저 피드백 시도가 많은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게임 출시 후 빠른 피드백 반영이 가능하며, 유저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게임 기획 과정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불만도 얘기하는 경우에는 ‘가끔 휴대폰을 던지는 경우도 있다...’며 장난기 넘치는 대답을 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학생들의 환호를 모았던 질문도 나왔습니다. 바로 <철권> 시리즈 한국 캐릭터에 대한 내용인데요, 과거 하라다 프로듀서는 1년 전 철권의 새로운 한국인 캐릭터를 생각했고 그 것은 한국의 전통 무술인 ‘택견’을 사용하는 여성 캐릭터였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도쿄게임쇼 2014에서 이 내용을 밝히자 일부 팬, 미디어가 ‘남성 캐릭터가 어울리지 않느냐’는 의견을 제시했고 현재는 일시 중지된 상태라고 합니다.
하라다 프로듀서는 질문을 듣자마자 즉석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물었습니다. “택견을 사용하는 캐릭터로 남성, 여성 중 어떤 것이 더 좋고 매출도 좋을까?”는 질문을 던졌고 압도적인 수로 ‘여성’ 캐릭터가 낙점됐습니다. 비즈니스를 위해 여성이 낫겠다고 팀에 얘기해 보겠다고 말했고, 학생들은 환호를 보냈습니다. 철권 최초의 한국인 여성 캐릭터, 곧 볼 수 있겠죠?
그밖에 <철권 대 스트리트 파이터> PS Vita 버전에 대해서는 현재 <철권 7>과 <스트리트 파이터 5>가 공개된 만큼 동시 출시되기에는 무리가 있기에 캡콤의 오노 요시노리 프로듀서와 새로운 작전(?)을 생각하고 있다고 하네요. ‘프로젝트 모피어스’를 통한 VR 기기에 대해서는 급속도로 발전해 5년, 10년 뒤에는 지금과 또다른 형태로 발전할 것이며 영화 등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도 진출하지 않을까 하고 예상했습니다.
사회자의 빨간색 티셔츠가 거슬린다(?)며 이상한 패션 센스라고 놀리고 있네요
클래스 이후 진행된 경품 추첨에서 1등 상품인 PS4에 뽑힌 분과 기념 촬영.
하라다 프로듀서와 한 번 뵌적 있는 분이었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