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디자이너 이상봉이 ‘청년 노력을 착취하는 디자이너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해 화제다. 견습생은 월 10만 원, 인턴사원은 30만 원, 정규직은 150만 원. 식비와 야근 수당이 모두 포함된 이 ‘열정페이’가 이상봉 디자인실의 급여다.
열정페이. 해당 직업에 대한 열정을 구실로 무급 또는 최저 임금보다 적은 보수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위메프, 알바몬 사태 등 ‘갑질’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요즘 열정페이는 어디서나 쉽게 듣는 흔한 말이 됐다.
게임 업계도 다르지 않다. 지난 2013년 벌어진 ‘팝픽 사태’는 소송으로 이어진 뜨거운 감자였다. (☞관련기사: [2013 상반기 결산] ② 열정페이 팝픽사태) 그리고 지난 9일 SNS에는 열정페이를 요구한 모바일게임 회사가 등장해 다시 한번 업계를 뜨겁게 달궜다.
개발사는 정말 ‘열정페이’를 요구한 걸까?
“보수는 없어요” 무보수 성우 모집
사건의 요지는 이렇다. 지난 9일 한 모바일게임 개발자가 개인 블로그에 게임 성우를 모집한다는 글을 포스팅했다. 성별과 나이 제한 없이 아마추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게재된 글을 살펴보면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정식 모집임을 알 수 있다.
문제는 보수 조건이다. 일명 ‘열정페이’를 요구한 것. 즉, 게임 성우로 발탁돼도 지원자는 급여를 받을 수 없다. 보수는 자신이 녹음한 캐릭터 구입을 위한 게임 캐시 200다이아가 전부다. 심지어 포스팅에서는 “경력에 도움이 될 것이며,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을 부추겼다.
해당 포스팅은 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됐다. 성우 지원자를 비롯해 SNS 유저들은 “어이가 없다”, “갑질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보수가 없는데 보수 조건이 왠말이냐”며 분노했다. 결국 구인 게시글은 하루 만에 삭제 됐다. 과연 논란의 게임은 무엇일까?
논란의 브로드콘 “생각이 짧았다. 성우 보수 지급할 예정”
디스이즈게임 취재 결과 논란의 게임은 지난 1월 출시된 <런더랜드 for Kakao>인 것으로 드러났다. 개발사 브로드콘은 신입 개발자를 중심으로 구성된 소형 개발사로,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잘못을 모두 인정하며 사과했다.
브로드콘의 사정은 이렇다. <런더랜드 for Kakao>의 음성 녹음은 전문 성우를 고용하지 않고, 개발사 지인들에게 부탁해 왔다. 한 직원은 같은 맥락으로 사적으로 사용하던 개인 블로그에 구인 게시글을 올렸다. 블로그가 공개된 곳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점이 문제였다. 의도치 않게 포스팅은 SNS를 통해 확산됐고, 결국 브로드콘은 ‘갑질’하는 개발사가 됐다.
이번 사태에 대해 브로드콘은 회사의 잘못이라며 사과했다. 브로드콘 관계자는 “개인이 올린 글이지만 브로드콘의 직원이니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이후 발탁된 성우들에게는 정당한 급여를 지급할 예정이다.
다음은 브로드콘이 디스이즈게임을 통해 공개한 사과문 전문이다.
안녕하십니까. 브로드콘 운영팀입니다.
자사 직원의 독단적인 성우 구인 게시글로 인해,
많은 유저분들께 물의를 일으켜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사태가 발생하는데에 깊게 생각치 못하고
함부로 행동한 저희의 잘못이 너무나 크다는 것을
많은 분들을 실망시킨 다음에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희의 미숙한 행동으로 인해 불쾌하셨을 분들께도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이번 일로 불쾌하셨을 성우분들께도 진심으로 사죄드리며
문제가 된 성우모집 건은 선발된 성우분에게
정당한 급여를 지급하여 녹음을 진행할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이번 일로 인해,
런더랜드 유저분과,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더욱더 성숙하고,
발전하는 브로드콘이 되겠습니다.
브로드콘 운영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