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넥슨의 주주 제안에 ‘엔씨소프트식 답변’으로 행동했다.
16일, 엔씨소프트는 넷마블게임즈(이하 넷마블)의 주식 9.8%를 3자 신주 배정 방식으로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인수일은 17일. 엔씨소프트가 취득한 넷마블 주식은 29,214주, 인수에 들어간 돈은 3,802억 6,490만 원이다.
엔씨소프트의 보유자산 중 25%가 들어간 ‘빅 딜’로, 이번 지분 인수를 통해 엔씨소프트는 넷마블의 4대 주주 자리로 올라섰다. 엔씨소프트는 넥슨의 주주 제안에 직접 응답하는 대신, 한발 빠른 어닝 서프라이즈급의 2014년 연간 실적 공개와 넷마블 투자 등 공격적이고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엔씨소프트는 넥슨의 경영권 참여 요청에 구체적으로 말을 꺼내진 않았지만 몸으로 확실히 보여준 셈이다.
엔씨소프트는 이번 투자로 비록 4대 주주지만 넷마블과의 협업 관계를 가져갈 수 있게 됐다. 반면 엔씨소프트는 자사 1대 주주인 넥슨과의 거리가 더욱 소원하게 됐다. 국내 초대형 'N'사 3인방의 관계는 지분으로 서로 얽혀있는 미묘한 관계가 됐다.
엔씨의 넷마블 인수, 넥슨의 경영 압박에 대한 답변
엔씨소프트의 넷마블 주식 인수는 넥슨의 주주 제안에 대한 실질적인 답변을 보여줬다.
지난 3일, 넥슨은 엔씨소프트에 ‘주주 제안서’를 통해 경영 압박을 넣었다. 당시 넥슨은 주주 제안서를 통해 “귀사는 온라인 게임이 PC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서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했고, 중국 시장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제 3자와의 협업 강화의 일환으로 <MXM>의 넥슨 채널링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제안했다.
더불어 엔씨소프트가 보유한 순현금성 자산 7,107억 원을 언급하면서 적극적인 투자와 더불어 자사주 매입 및 소각과 배당률 상향 같은 주주환원정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넥슨은 '양사의 기업가치 증대'라는 원론적인 명분으로 엔씨소프트를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가족인 윤송이 엔씨웨스트 사장과 김택헌 전무를 겨냥하듯 연간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는 임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라면서 엔씨소프트를 흔들어 댔다.
엔씨소프트는 "현재 경영 활동에 집중할 것"이라고 응답하면서 말을 아끼는 듯 했으나 행동에는 거침이 없었다. 먼저 엔씨는 적극적인 주주 환원 및 사내 유보금 투자에 684억 주주 배당, 적극적인 투자에 대한 주문에는 넷마블 지분 인수라는 행동을 보였다. 불과 넥슨의 주주 제안을 요청한 지 불과 열흘만에 일어난 일이다.
또 엔씨소프트가 넷마블 지분 인수 이유를 ‘게임 사업의 시너지 효과 창출’로 밝히면서 넥슨이 요구한 자신들과의 협력 강화보다는 현실적인 파트너로 넷마블을 택해 손을 잡은 셈이 됐다.
넥슨의 전방위 압박에 엔씨의 거침없는 대응...양사간 협업은 가능할까?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오는 17일 오전 11시에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이곳에서 양사는 3,802억 원의 현금 투자가 이뤄진 배경과 양사의 청사진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기자간담회가 끝나면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의 주요임원들이 '화이팅'을 외치거나, 손을 맞잡는 등 협업을 강조하는 사진들이 매체에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넥슨에겐 매우 불편한 모습이다.
넥슨은 지난 6일에 발송한 주주 제안에 엔씨소프트의 원론적인 답변만 이미 한차례 들은 적이 있다. 이번 투자로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속내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물론 금전적인 관계에서 어제의 적도 오늘의 동지가 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이번 투자는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점점 파국에 치닫는 계기가 됐다.
다음 관전 포인트는 주총을 앞둔 넥슨의 행동이다. 다소 소극적으로 경영 참여를 요구했던 넥슨이 엔씨소프트에 강도높은 경영 참여를 요구할 수 있는 부분. 이에 넥슨의 관계자는 "넷마블의 투자에 대해 미리 알지 못해 아쉽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