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넷마블게임즈와 지분 주고 받으며 ‘혈맹’을 맺었다. 양사는 이번 거래에 대해 온라인게임 분야와 모바일게임 분야의 선두주자가 모여 ‘시너지’를 만들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양사의 IP를 이용한 게임 개발이나 크로스마케팅, 합작회사 설립, 세계 모바일게임 시장 공동 진출 등이 핵심이다.
하지만 업계에서 생각하는 양사의 협업은 보다 큰 의미를 가진다. 최근 시작된 넥슨과 엔씨 간의 경영권 분쟁, 그리고 엔씨소프트의 3대주주가 된 넷마블이라는 묘한 구도 때문이다. 과연 양사의 경영진은 이번 거래로 어떤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일까? 행사장에서 있었던 양사 경영진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왼쪽부터 엔씨소프트 배재현 CPO, 윤재수 CFO, 김택진 대표, 넷마블게임즈 방준혁 의장, 권영식 대표, 백영훈 사업총괄장
이번 양사의 협의를 어느 쪽에서 먼저 제의했는가? 혹시 엔씨소프트와 넥슨과의 갈등이 영향을 줬는가?
김택진: 넥슨과의 갈등 때문에 사회적으로 우려를 일으키고 있는 것과 굉장히 죄송하다. 하지만 이것은 그것과 무관하다. 우리 고민은 올해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모바일에 대한 고민은 이전부터 계속 있었고, 이것을 넷마블게임즈 뿐만 아니라 여러 모바일게임 회사와 공유했다. 제안은 어느쪽에서 먼저 하기 보다는 서로 고민하며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우리는 모바일게임 시장 진입에 있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파트너가 무엇보다 시급했다.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은 지금 한국 게임시장의 상황은 시급하다. 한국 게임은 몇 년 동안 정체기였는데 반해, 중국을 위시한 세계 각국의 게임산업은 급성장했다. 이제는 더 이상 온라인게임의 종주국이라고도 할 수 없다. 이를 극복하고 싶었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은 이런 고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넥슨과 분쟁 이후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영진 딴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김택진: 오늘 자리는 넷마블게임즈와의 전략적 제휴를 위해 마련했다. 넥슨에 대한 것은 보다 좋은 시간에 따로 답하도록 하겠다.
양사의 협업은 어떤 게임에서 먼저 이뤄지는가?
방준혁: 엔씨소프트는 상장사이기 때문에 공시 문제로 아직 구체적인 논의되지 않았다. 이제 실무진 딴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아이온>이 첫 협업 사례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난해 11월 오픈마켓에 종속된 현실을 ‘소작농’이라 빗대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예로 들었다. 하지만 오늘 제휴만 보면 넷마블게임즈 플랫폼 안에 들어가는 것 아닌가?
김택진: 나는 모순이라기 보다는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결합은 어떤 퍼블리셔에게 우리 게임을 퍼블리싱하겠다가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성공적으로 모바일게임 시장에 독자진입하는 것이다. 그런데 방준혁 의장이 타사임에도 ‘크로스마케팅’ 등으로 엔씨 게임이 성공적으로 모바일게임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는 아직도 고맙게 생각한다.
넥슨과 협업할 때는 양사 간 DNA 차이가 문제였다. 넷마블게임즈와는 이러한 차이가 문제 없을까?
김택진: 그건 잘못 알려진 것이다. 어떤 경우든 양사는 서로 협력하려 해왔다. 나는 이번에 일을 진행하며 넷마블과 엔씨가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바로 ‘어떻게든 한국에서 게임 만들고 글로벌에서 성공시키겠다’는 의지였다.
나나 방준혁 의장이나 개발실에서 사는 것으로 유명하다. (웃음) 그만큼 서로 잘 개발하고 잘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서로의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바일게임의 개발 노하우나 시장 경험에 대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넷마블은 캐주얼에서 코어 게임으로 넘어가는 것을 파악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는 엔씨소프트의 DNA가 넷마블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앞서 말했던 크로스마케팅도 우리가 일방적으로 도움 받는 것은 아니다. 넷마블게임즈가 우리 게임을 크로스마케팅 하듯, 우리 게임에서도 넷마블 게임이 홍보된다. 서로에게 윈윈일 것이라 생각한다.
넷마블게임즈는 비상장회사다. 기업가치는 어떻게 산정되었는가?
윤재수: 여러 고민이 많았다. 결론은 제 3자 회계법인에게 평가를 맡겨 넷마블게임즈의 작년 성적을 바탕으로 가치를 판단하게 되었다. 회계법인이 하는 것은 과거를 보고 그 회사를 판단하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기엔 앞으로의 시너지까지 생각하면 넷마블의 가치는 더 클 것이라 생각한다.
권영식: 보충 답변하겠다. 넷마블이 최근 3년 간 급격한 성장을 거뒀다. 외형적으로 보면 14년 성장률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질적인 면을 보면 보드게임과 온라인이 약간 하락했고 모바일은 40% 고성장을 거두고 있는 상태다. 기업가치는 현재 실적 뿐만 아니라 미래의 가능성도 반영한 것이다. 최근 우리가 많이 투자 제의를 받고 있었고 그 와중 엔씨는 우리와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이뤄졌다. 앞으로의 가치는 더 커질 것이다.
넷마블의 게임 대부분이 구글과 카카오에 올라와 있다. 여기에 엔씨소프트 IP와 결합하면 순익이 굉장히 줄어들 텐데 이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방준혁: 모바일게임 사업은 구글과 애플의 마켓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2- 3년 후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글로벌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할 것인가다. 궁극적으로는 글로벌에서의 점유율을 어떻게 올려갈 것인가다.
강한 파트너가 있으면 제휴해 인지도와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다. 카카오와는 국내 시장에서 좋은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 그 비용은 아까운 것이 아니라 카카오의 도움에 대한 정당한 대가다. 최근 <레이븐>이 카카오 게임이 아니라 ‘탈카카오’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 이는 <레이븐> 자체가 카카오와 맞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이외에도 글로벌 원빌드가 유리한 게임이 있고, 카카오보다 라인이 더 유리한 게임도 있다. 넷마블의 기본 전략은 단방향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는 좋은 파트너와 협력한다다.
PC 온라인 게임에서 잘나가던 게임사의 이익률이 30%였다. 이것은 유통이 없는 콘텐츠 사업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넷마블은 퍼블리셔로써 이익을 원작자에게 나눠주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사실 다른 산업에서는 이익률 20%도 굉장히 높은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익률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더 좋은 방안을 함께 찾아갈 것이다.
2012년 글로벌 진출, EA 진출을 위해 넥슨과 손잡았다. 그때는 왜 실패했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지금 글로벌 진출을 위해 넷마블과의 협업하는 것에 대해 어떤 심정인가?
김택진: EA에 대한 것은 계약 문제도 있어 지금 밝힐 수 없다. 넷마블과의 협업 건에 대한 심정이라면 여전히 시장에는 파도가 많구나 정도? (웃음) 엔씨소프트를 시작했을 때도 그랬고 모바일게임 붐이 일어났을 때도 그랬다. 특히 모바일게임은 오랫동안 우리의 약점이었으니까. (웃음)
우리가 그동안 생각했던 것은 기존 영역을 어떻게 지키고 어떻게 새로운 길을 찾느냐였다. 우리는 항상 이에 대한 답을 찾았다. 그 답이 맞았던 경우도 있고 틀렸던 경우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것이 최선의 답이라는 것이다.
넷마블은 이번 거래로 엔씨소프트의 3대 주주가 되었다. 만약 넥슨과 엔씨소프트 사이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다면 어느쪽 편을 들겠는가?
방준혁: 넷마블은 나 말고도 많은 주주가 있다. 넷마블은 주주들을 위해 움직일 수 밖에 없다. 엔씨소프트가 어떻게 경영하느냐, 엔씨가 어떤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다만 우리는 금융회사가 아니다. 단기적인 수익이 아니라, 경영진이 어떻게 긴 그림을 그리느냐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상식선에서 엔씨소프트의 경영진이 선택한 사업전략과 방침 등을 들여다보고 조언하거나 도와주고 주주 입장으로써는 이견이 있을 땐 또 말하는 그런 평범한 주주가 될 것이다.
넷마블의 대주주 중 하나가 텐센트다. 혹시 <리니지> 등 히트게임의 기술력이 이번 거래 때문에 넘어갈 염려는 없는가?
방준혁: 텐센트가 우리 기술을 필요할까? 텐센트와 우리는 SDK 자체가 틀리다. 한국에서 중국에 진출할 때, 모바일게임조차 반년 가까이 준비해야 하는 이유는 한국과 중국의 기술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제는 10년 전처럼 어느 기술이 높고 낮고가 없다. 각국은 서로의 강점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그리고 기술이 필요하다면 회사가 아니라 뛰어난 개발자를 스카우트 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기업의 경쟁력은 기술력뿐만 아니라,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기획력과 멋진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연출력, 게임을 장기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운영력 등의 다양한 능력의 합이 바로 경쟁력이다. 우려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방준혁 의장이 협업 프로젝트로 <아이온> IP를 예로 들었다. 이미 <아이온 레기온즈>가 개발 중인데 향후 넷마블과 어떻게 할 것인가?
배재현: IP의 사용과 협력관계는 개발보다는 회사 간 전략의 영역이라 생각한다. 상식적으로 말하자면 협업한다면 자 좋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에서 협업하도록 하겠다.
김택진: 이번 계약은 우리 IP를 본격적으로 확장하기 위한 독점 계약이다. 지금까지 진행한 파일럿 프로젝트를 통해 모바일게임 시장 전략을 수립하는데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번 협업도 그를 통한 것이고, IP의 확장 또한 그 답 중 하나다. IP를 이용한 게임이 하나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웃음) 이번 협업이 어떤 결과물을 만들지 기대가 크다.
※ 기자들의 질문이 끝난 후 넷마블게임즈 방준혁 의장의 추가 발언이 시작되었다. 일문일답 내내 계속된 넥슨-엔씨 분쟁 질문에 대한 넷마블의 입장이었다.
방준혁: 질문은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첨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 기자 대부분이 우리의 협업 뿐만 아니라 넥슨과 엔씨의 경영권 분쟁에 대해 관심이 많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넷마블은 몇 년 전 그 회사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많은 회사들이 러브콜을 하고 있고, 단순히 엔씨의 경영권 방어만을 위해 이용되는 회사는 아니다.
우리도 그렇고 엔씨도 그렇고 글로벌로 눈을 돌리면 굉장히 작은 회사다. 지금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은 <리그 오브 레전드>와 <피파 온라인 3>가 휩쓸고 있고 모바일게임 시장은 <클래시 오브 클랜>이 1위를 놓지 않고 있다. 6개월만 지나면 모바일게임도 PC 온라인처럼 해외 게임사들이 휩쓸 것이다. 엔씨도 그렇고 우리도 그렇고 굉장히 절박하다.
이럴 때 힘을 합쳐 더 큰 경쟁력을 가져가지 않으면 굉장히 힘들다. 영어권 국가는 영어권에서 성공하는 것 자체가 글로벌 진출이고, 중국은 중국에서 성적을 거두는 것 만으로 글로벌 못지 않은 이익을 거둔다. 그런데 한국 회사는 한국에서 1등 해봐야 해외 게임사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그런 현실을 인지하고 굉장히 큰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에 서로 IP와 플랫폼을 개방한 것이다. 사실 중국에서는 이미 수차례 진행된 모델이다.
국내에서 누가 잘하기를 다투기 보다는, 서로 위기 의식을 느끼고 이를 이겨내기 위해 힘을 합친 것이다. 이번 제휴는 넥슨과 엔씨와는 별개의 건으로 해석해 달라.
김택진: 방준혁 의장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우리 둘이 여기에 나선 이유도 우리의 진솔함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또 우리가 가지고 있는 현재의 문제 의식, 그리고 극복하려는 노력을 이해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