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이즈게임은 최근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집중보도를 진행한다. 집중보도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의 역사부터 현재 상황, 업계의 노력, 개정안과 자율규제안에 대한 검증, 해외사례 등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다방면의 이슈들을 점검할 예정이다. 그 첫 번째 코너는 ‘확률형 아이템의 역사’다.
게이머에게는 공공의 적 취급을, 개발사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취급을 받는 확률형 아이템은 언제 어떻게 생겼고, 또 어떤 과정을 거쳐서 성장해왔을까? 디스이즈게임에서 확률형 아이템의 역사를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특별취재팀 안정빈(최초 작성), 김승현(갱신) 기자
[update] 이 기사는 지난 4월 7일, 확률형 아이템의 역사를 되짚기 위해 작성된 기사입니다. 디스이즈게임은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한 달을 기념하기 위해, 이 기사에 2015년 8월까지의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경과를 업데이트했습니다. 읽는데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 2004년 6월. ‘확률형 아이템’의 탄생
온라인게임에서 ‘확률형 아이템’이 등장한 첫 사례는 <메이플스토리>다. 2003년 일본 서비스를 시작한 <메이플스토리>는 2004년 6월 새로운 캐시아이템인 가챠포티켓을 1장당 100엔에 판매한다. 티겟을 각 지역에 위치한 가챠폰(뽑기자판기)에 넣으면 랜덤한 아이템이 나오는 방식이다.
가챠포티켓의 판매량이 예상을 웃돌자, 넥슨은 다음해인 2005년 7월 한국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을 선보이기 시작한다. 국내에 처음 공개된 확률형 아이템은 ‘부화기’로 게임 내에서 획득이 가능한 피그미에그를 부화시켜서 랜덤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캐시아이템이다.
당초 한시적으로 판매를 시작했던 부화기는 연장판매와 추가판매를 계속하며 판매기간을 늘렸고, 2008년에는 아예 프리미엄 부화기로 업그레이드하며 상시판매를 시작했다. 그리고 <메이플스토리>의 부화기 판매성적을 지켜본 개발사들은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확률형 아이템 판매에 뛰어든다.
일본에서 판매를 시작한 가챠포티켓(왼쪽)과 국내에서 판매를 시작한 부화기. 참고로 미라클큐브 역시 이후 추가된 확률형 아이템이다
■ 2007~2008년. 생존을 위해 확률형 아이템을 택한 개발사들
확률형 아이템이 널리 퍼진 것은 온라인게임의 부분유료화 전환기인 2007~2008년 사이다. 이전까지 부분유료화 게임의 수익모델은 캐릭터를 꾸미는 ‘아바타’와 일정기간 능력치를 향상시키거나 빠른 성장을 돕는 ‘버프아이템’, 추가적인 재미를 주는 ‘펫’ 등에 치중돼있었다.
하지만 일회성으로 구입하는 아바타나 캐릭터슬롯, 펫 등의 판매에는 한계가 있었고, 매 시간마다 지속적으로 구입하는 버프아이템은 정액제 게임방식에 익숙한 유저들의 거센 반발과 밸런스 문제에 부딪혔다. 그 와중에 확률형 아이템은 (어쩔 수 없이) 부분유료화를 선택한 개발사들의 ‘가뭄 속 단비’ 같은 존재였다.
<붉은 보석>과 <슬러거>, <군주온라인> 등 이 시기 부분유료화를 택했던 게임 중 상당수가 하나 이상의 확률형 아이템을 선보였다.
확률형 아이템 이전의 부분유료화 아이템들. 당시 부분유료화 게임들은 정액제게임에 비해 인기가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결국 밸런스를 일부 희생하면서라도 매출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돈을 내고 아이템을 뽑는다’는 확률형 아이템의 방식도 조금씩 다양해졌다. <슬러거>에서는 ‘구단주 조르기’ 아이템을 통해 고정된 캐시아이템과 랜덤한 게임머니를 얻을 수 있다. 다만 획득 가능한 게임머니가 4000캣(게임머니)에서 1천만 캣까지 차이가 크기 때문에 대부분 게임머니 대박을 노리고 아이템을 구입했다.
<SD건담 캡슐파이터>처럼 뽑기는 게임머니로만 돌릴 수 있지만, 캐시아이템을 사면 게임머니를 끼워줌으로써 사실상 ‘한 단계를 더 거치는’ 변칙적인 확률형 아이템도 등장했다. 유저들의 반발은 차츰 심해졌고, 용병 소환캡슐 등을 판매하던 <군주 온라인>은 유저들이 합심해 게임물등급위원회에 신고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게임머니를 사용한 확률형 아이템지만, 오퍼레이터나 캐시아이템을 구입하면 부가로 주는 게임머니를 이용한 뽑기도 가능했다
■ 2008년 첫 번째 자율규제의 실패
게임개발사들이 확률형 아이템에 지나치게 집중하자 2008년 한국게임산업협회는 확률형 아이템의 결과값에 현금과 캐시아이템을 포함시키지 않고, 건전한 영업환경 조성을 위한 모니터링 기구를 만드는 내용 등을 포함한 첫 번째 자율규제안을 발표한다.
참고로 당시 확률형 아이템에는 ‘값비싼 캐시아이템’을 싼 가격에 구입할 기회를 주는 확률형 아이템이 많았는데, 캐시아이템을 포함하지 말자는 항목은 이 때문에 추가된 것이다. 최근의 ‘캐시아이템 = 사실 꽝이지만 아무것도 안주면 문제가 되니까 적당히 챙겨주는’ 풍조와는 조금 다르다.
하지만 이 자율규제안조차 개발사들의 협조를 얻어내지 못하며 결국 자율규제는 말로 시작해 말로만 끝나 버린다. 실행을 위한 세부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았고, 개발사의 협조나 공감대도 얻어내지 못한 탓이다.
- 캡슐형 유료 아이템의 결과값에 현금, 현물, 유가증권 등을 포함해서는 안 된다
- 캡슐형 유료 아이템의 결과값에 캐시아이템을 포함해서는 안 된다.
- 특정한 캡슐형 유료 아이템을 통해 다수의 이용자로부터 금품을 모으고, 추첨 등의 방법을 통해 특정 이용자에게 재산상의 이익을 주고, 다른 이용자에게 손실을 주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서 건전한 영업환경 조성을 위한 상설모니터링기구를 설치한다.
2008년 캡슐형 유료 아이템 서비스 제공에 대한 자율준수 규약의 주요내용
■ 2009~2010년. 극단으로 치닫는 온라인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에 실패한 확률형 아이템은 극단으로 치닫는다.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지적이 이어지자 아예 ‘등급 재분류를 할 수 없도록’ 이벤트 기간을 2달 내외로 짧게 잡는 ‘꼼수’도 적극 활용한다.
<마비노기>는 2009년에만 4차례에 걸쳐 희귀한 의상과 무기가 나오는 확률형 아이템 판매를 진행했으며, 이듬해인 2010년에는 8차례로 횟수를 늘렸다.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한 기간만 따져도 29주로 1년의 절반이 넘는다. 등급 재분류를 피하고 ‘한정판매’라는 이름을 붙이기 위해 중간중간 쉬었을 뿐, 사실상 상시로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한 셈이다.
심지어 2010년 9월에는 확률형 아이템인 ‘벨리타의 고대 유물지도’를 사용해서 얻은 유물을 다시 9개를 모아 NPC를 살려내고, NPC가 남기고 간 5개 중의 상자를 다시 확률적으로 고르는 ‘컴플리트 가챠(수집형 뽑기)’까지 내놓는다. 일본에서 한창 ‘컴플리트 가챠’가 논란이 되던 시기다.
[관련기사] 일본 소셜게임업계 ‘수집형 뽑기 아이템’ 퇴출
다른 게임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마구마구>는 2009년 5월 2,900원을 내고 도전하면 최고 19,900원의 캐시아이템이 당첨되는 ‘홈런볼 날리기’ 이벤트를 진행했다. 자율규제안에 담긴 ‘캐시아이템이 결과값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내용조차 위반한 이벤트다.
<리니지>는 2009년부터 정액제게임에서는 처음으로 확률형 아이템 판매를 시작했다. 3,000원짜리 화이트데이 상자를 구입하면 랜덤하게 순백의 반지를 얻을 수 있는 확률형 아이템이다. 이후에도 ‘드래곤 보물상자’와 ‘스탯티셔츠’ 등 랜덤하게 희귀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확률형 아이템들을 꾸준히 선보인다.
<마구마구>의 2009년 이벤트. 아예 더 비싼 캐시아이템을 입수할 수 있음을 적어 놓았다
■ 2010~2011년. 국정감사 도마에 오른 확률형 아이템
결국 확률형 아이템은 2010년과 2011년 연이어 국정감사의 도마에 오른다. 2010년 한나라당의 안형환 의원은 <마비노기>의 고대 유물 지도를 예를 들며 ‘기관의 눈을 피해 시행하는 사행성 이벤트를 체크해달라’고 요청한다. 2011년에는 한나라당의 이철우 의원이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강력한 행정처분 및 징계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다.
이후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는 엔씨소프트, 넥슨, 스마일게이트, 네오위즈, 넷마블게임즈(당시 CJ E&M), 위메이드, 액토즈소프트, NHN엔터테인먼트(당시 NHN), 한빛소프트, 엠게임 등 10개 개발사를 대상으로 확률형 아이템 운영에 관련된 간담회를 개최하지만 모든 개발사가 불참했다.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 시작한 자체조사 역시 ‘영업비밀’을 이유로 개발사에서 정보 공개를 꺼리며 흐지부지하게 끝이 난다.
당시 게임위의 지적. 이후 이어진 조사와 간담회에는 아무도 협조하지 않았다
■ 2012년. 모바일게임으로 옮겨간 확률형 아이템
2012년부터는 모바일게임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확률형 아이템은 자연스럽게 모바일로 옮겨간다. 그 시작은 ‘일본에서 넘어온 모바일게임’이다. 스마트폰 보급 초창기, 국내 모바일게임은 <드래곤플라이트>, <애니팡> 등의 캐주얼게임이 주를 미뤘다.
이들의 성공을 본 개발사들은 앞다퉈 모바일게임 시장에 진입하지만 장르가 제한적인 캐주얼게임의 특성상 ‘이미 선점된 시장’에서 후발주자가 치고 올라가는 건 무리가 있었다. 결국 캐주얼게임에서 유저를 모으지 못한 개발사들은 자연히 좀 더 복잡한 게임, 그러니까 ‘미드코어’ 장르로 눈을 돌린다.
미드코어에서 해결되지 않던 문제는 역시나 ‘수익모델’이다. 캐주얼게임에 비해 개발비는 비싸지만 여기서는 마땅한 ‘부분유료화 방식’이 없던 것. 실제로 미드코어 게임들이 대부분 인벤토리 확대나 고급 장비 판매, 능력치 추가 등 피처폰 시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수익모델을 선보이던 시기다.
미드코어 게임의 최대 장벽은 개발비를 충족할 마땅한 부분유료화 방식이 없다는 것
하지만 <바하무트>와 <확산성 밀리언 아서> 등의 카드배틀 게임이 국내에서도 흥행에 성공하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일본에 한정된 수익모델이라고 생각했던 확률형 아이템(캐릭터 뽑기)이 국내에서도 ‘먹힌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확률형 아이템을 이용하면 운이 좋은 유저는 몇 십 시간에 걸친 플레이를 순식간에 따라 잡을 수 있다. 미드코어 RPG의 성장에 대한 욕구와 적은 투자로 큰 보상을 바라는 약간의 사행성을 절묘하게 섞은 셈이다.
이후 <헬로히어로>와 <데빌메이커> 등 확률형 아이템 판매를 시작한 국내 미드코어 게임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면서 확률형 아이템은 모바일게임의 ‘새로운 빛’으로 떠오른다. 온라인게임의 성공확률은 낮아지고, 캐주얼게임은 선점효과의 벽을 넘지 못하고, 미드코어임에서는 마땅한 수익모델은 찾지 못하던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확률형 아이템’이 일종의 ‘구원자’가 된 셈이다.
그 결과 확률형 아이템을 이용한 모바일게임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2013년 1월 1일 구글플레이 최고매출 순위 20위 내의 게임 중 확률형 아이템을 주력매출로 내세운 모바일게임은 <밀리언아서>와 <피쉬아일랜드>, <골든글러브>, <퍼즐앤드래곤>까지 4개에 불과했지만 12월 31일에는 <몬스터길들이기>, <쿠키런>, <모두의 마블>, <수호지>, <마구마구>, <몬몬몬>, <헬로히어로>, <레전드 오브 갓> 등 8개로 2배 늘었다. 지금은 확률형 아이템이 없는 국산 모바일게임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확률형 아이템을 전도하는 데 큰 역할을 한 <확산성 밀리언 아서>
■ 2013~2013년. 주객전도. 게임을 점령한 확률형 아이템
모바일게임 시장이 미드코어RPG 위주로 흐르고, 확률형 아이템을 내세운 일부 게임이 폭발적인 매출을 거두면서 일부 개발사들은 아예 ‘확률형 아이템’에 주력한 게임을 만들기 시작한다. 이른바 ‘2세대 확률형 아이템’이다.
‘2세대 확률형 아이템’의 관건은 확률형 아이템의 지속적인 소비와 유저반발의 최소화였다. ‘꽝과 당첨’의 경계가 명확한 확률형 아이템은 단순한 이벤트로는 좋을 지 몰라도 지속적인 소비는 어렵다. 뽑기에 당첨된 유저는 더 이상 뽑을 필요가 없으니 아이템 구입을 관두고, 당첨되지 않은 유저는 굳이 돈을 들여서 계속 확률형 아이템을 구입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한다.
그래서 개발사는 일단 게임에서 필요한 확률형 아이템을 대폭 늘렸다. 예를 들어 확률형 아이템으로 얻는 각 몬스터에 속성을 부여해서 던전마다 다른 몬스터를 사용해야 한다거나, 같은 몬스터를 중복해서 뽑으면 더욱 강한 합성이 가능한 식이다. 확률형 아이템에서 아무리 좋은 것이 나오더라도 1회만으로는 모든 것을 충족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육성과 관리에서 현재 미드코어 RPG의 확률형 아이템 기본을 다듬은 <몬스터 길들이기>
여기에 ‘꽝’도 쓰임새를 만들었다. 대표적인 예가 <몬스터 길들이기>와 <세븐나이츠>에서 ‘같은 등급의 몬스터 2종류를 합성해서 그 윗등급의 몬스터 1종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이 경우 꼭 ‘당첨’이 나오지 않더라도 대신 내 몬스터들을 그만큼 빨리 성장시킬 수 있고, 극단적으로는 ‘꽝’만 모아서 좋은 몬스터를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하다.
이벤트나 퀘스트로 꾸준히 캐시를 제공해 유저들이 ‘확률형 아이템’을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만들며,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거부감도 줄였다. 일종의 ‘맛보기’다. 현금이 아니라 ‘보석’ 등의 게임 내 캐시를 따로 만들어서 유저의 금전감각을 떨어트리는 상술도 적극 활용했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개발 초기부터 확률형 아이템을 시스템과 함께 구성하는 개발사도 생겨났다. 게임의 재미보다는 유저의 성장에 대한 욕구와 확률형 아이템의 판매량에 더 많은 신경을 쓴 게임들이다.
확률형 아이템이 ‘살 길’을 넘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취급받으며 게임을 좌우하는, 주객전도가 벌어진 셈이다. 새로운 콘텐츠 업데이트보다 홈쇼핑 광고 같은 문구가 더 늘어난 시기이기도 하다. 바야흐로 ‘확률형 아이템’의 전성시대다.
<세븐나이츠>에서는 같은 영웅을 초월합성하면 최대 레벨을 +2 할 수 있다. 최대 5번의 초월합성이 가능하다
■ 2014~2015년 3월. 미적지근한 K-IDEA, 그리고 정우택의 맹습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이하 K-IDEA)는 2014년 11월, ‘전체 이용가’ 게임에 한정해 확률형 아이템의 결과물 범위를 공개하고 구매가격과 유사한 수준의 아이템이 나오도록 만들겠다는 내용을 담은 자율규제안을 발표한다. 당시 K-IDEA의 자율규제안은 정치권이나 유저들이 문제시하던 ‘사행성’이 아닌, 여전히 ‘청소년 보호’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당시 구글플레이 매출순위를 기준으로 10위권 내에 ‘전체 이용가’ 게임은 <피파 온라인3 모바일> 단 하나에 불과했다. 정작 자율규제안이 발표되어도 가장 논란이 되었던 모바일 부문의 적용 타이틀이 적다 보니 논란이 되었다. 더군다나 K-IDEA는 내부 조율 등을 이유로 자율규제안에 대한 진척사항 공개나 이와 관련된 외부 활동 등을 가지지 않은 채 수면 아래에만 머물러 있었다.
4월 4일 기준, 구글플레이 매출순위 10위권 게임들
K-IDEA가 입을 다문 지 5개월,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3월 9일 발의된 이 법안은 여러 면에서 K-IDEA의 자율규제안보다 강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전체이용가 게임 대신 모든 게임이 대상으로 되었으며, 확률 공개 대상 또한 확률형 아이템뿐만 아니라 게임 내 모든 확률로 확대되었다.
정 의원은 “확률형 아이템이 게임 산업을 갉아먹는다”라고 강하게 발언하며, ‘게임의 사행성 제거’를 발의 이유로 내세웠다. 이러한 정 의원의 행보는 K-IDEA의 미적지근한 행동과 대비되어 유저들의 폭발적인 열광을 이끌어 냈다. 유저들이 게임 관련 규제안을 이토록 뜨겁게 환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반면 개발자들과 업계는 조용했다. 개발자들은 법안이 명시한 ‘모든 콘텐츠의 확률 공개’라는 조항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고 우려했다. K-IDEA는 지난해 11월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안을 발표한 후 이런 법안이 발의돼 당혹스러워했다. 하지만 유저들의 환호 때문인지 어느 쪽도 이러한 의견을 당당히 표하진 못했다.
■ 2015년 3~4월. 학계와 ‘업체’가 먼저 나서다
먼저 움직인 것은 업계가 아니라 학회였다. 한국 컴퓨터게임학회와 한국게임학회, 게임인연대는 3월 27일일 확률형 아이템 법안 등을 주제로 ‘게임은 정치다’ 토론회를 개최했다.
학회와 유저는 업계가 그동안 확률형 아이템 문제에 너무 미온적으로 대처했다고 질타했다. 한 방청객은 아예 “그동안 업계에서 뽑기 아이템만 만드니 이런 법안까지 나온 것 아니냐”고 강하게 발언했다. 업계에서는 개인개발자나 중소개발사들의 연합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모바일게임협회와 인디게임개발자모임이 참여해 정우택 법안의 위험성과 현실의 어려움에 대해선 이야기했다.
다만 그 이상의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동안 확률형 아이템 비즈니스 모델을 이끌어 왔던 대형 업체도, 국내 게임사들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K-IDEA도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의 실세가 없다 보니 토론회의 내용도 실질적인 무언가를 보여주진 못했다.
그런 와중에 한 업체가 확률형 아이템의 뽑기 확률을 자발적으로 공개해 업계와 유저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넥스트플로어는 지난 4월 8일, <드래곤플라이트 for Kakao>의 뽑기 확률과 뽑기 리스트를 공개했다. 개발을 총괄하는 김석현 디렉터의 결단이었다. 넥스트플로어의 이 같은 움직임에 유저들은 박수로 답했다. 그리고 이는 이후 <엘브리사 for Kakao>, <불멸의 전사 for Kakao>, <시드이야기>(구 마법학교 루시드 이야기) 등의 게임이 자발적으로 뽑기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하는 계기가 되었다.
<드래곤플라이트 for Kakao>의 뽑기 확률
■ 2015년 4월 8일. 협회, 드디어 움직이다
<드래곤플라이트 for Kakao>가 확률을 공개한 4월 8일, 반년 가까이 말이 없었던 K-IDEA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날은 K-IDEA 강신철 협회장의 취임식이 있던 날이었다. 강신철 협회장은 취임식에서 “11월 공개한 자율규제안보다 더 강화된 규제안을 내놓겠다”라고 이야기하며 새로운 자율규제안을 예고했다.
K-IDEA 강신철 협회장
4월 30일 공개된 새 자율규제안의 가장 큰 특징은 적용 범위의 전면 확대였다. 새 규제안은 청소년 이용가 게임을 대상으로 한다. 구체적으로 온라인 게임은 전체이용가 포함 15세 이용가 게임까지, 모바일 게임의 경우 구글스토어 기준 16세 이용 등급까지, 애플스토어 기준 12세 이용 등급까지 대상이다. 모바일 게임의 경우 사실상 대부분의 게임이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셈이다.
그동안 규제안에 포함되지 않았던 ‘확률 공개’도 추가됐다. 옛 자율규제안은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 범위를 단순히 '획득 결과물 목록'에만 한정되어 있었다. 허나 강화안에서는 획득 결과물 목록뿐만 아니라, 아이템의 구간별 확률까지 공개하도록 바뀌었다. 개별 아이템의 획득 확률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이템 등급 별 확률 등은 공개해야 되는 셈이다.
단, K-IDEA가 업계에 안내한 확률 공개 방식은 유저들이 원했던 것처럼 ‘1%, 0.5%’같은 식으로 명확히 확률을 공개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K-IDEA는 5월 8일 개최한 설명회에서 확률 명시 예시로 ‘10 ~ 5%, 1% 미만’ 등으로 가이드했다. 이는 7월, 자율규제안이 시행됐을 때 유저들이 일부 업체의 확률 공개에 불만을 표하는 단초가 되었다.
■ 2015년 7월,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시작
7월 1일, 2008년 실패 이후 무려 8년 만에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가 시작되었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 K-IDEA 부회장사이자 퍼블리싱 사업을 실시 중인 넥슨, 엔씨소프트, 네오위즈게임즈, 넷마블게임즈, NHN엔터테인먼트, 스마일게이트 중 넥슨, 네오위즈게임즈, 넷마블게임즈, NHN엔터테인먼트가 1일 확률 공개를 완료했다.
1일 확률을 공개하지 못했던 스마일게이트는 9일부터 <프로야구 매니저>, <테일즈런너>, <프리스타일 2> 등의 뽑기 확률을 공개하며 이를 끝마쳤고, 엔씨소프트의 경우 적용 대상인 <아이온>이 유료 뽑기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모바일 게임 부문에서는 1일 기준, 구글플레이 매출 30위권의 적용 대상 중 57%가 확률 공개를 완료했다. 1일 확률을 공개하지 않은 게임 중 29%의 게임은 7월 중 확률 공개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마비노기 듀얼>과 <다함께 차차차2>, <모두의 마블 for Kakao>, <컴투스프로야구>는 7월 초 확률 공개를 끝마쳤고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는 7월 말 확률공개를 완료했다. 여기에 당초 확률공개 자체가 미정이라던 <영웅 for Kakao>와 <블레이드 for Kakao>까지 현재 확률 공개를 완료했다.
[update] 기사에 2015년 8월 14일자까지의 경과가 추가되었습니다.